[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3000만명 이상의 국민이 가입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이 지속 증가하는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탓에 보험사 애물단지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상품으로 대중적인만큼 보험사기나 도덕적해이 발생 가능성 또한 높아 보험사들의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최근엔 ‘문재인 케어’의 풍선효과로 의료이용량이 늘어나면서 실손보험 손해율이 치솟고 있어, 적정 보험료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시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할 보험사들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수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개인실손보험의 가입 건수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3396만건으로 전년 말 3359만 건 대비 29만건이 증가했다. 이는 국민 5164만명의 약 65.8%가 가입한 수준이다.

▲ 3000만명 이상의 국민이 가입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이 지속 증가하는 손해율 탓에 보험사 애물단지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실손보험은 보험가입자가 질병·상해로 입원하거나 통원 치료시 소비자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험회사가 보상하는 상품이다. 보험금은 국민건강보험 급여 항목 중 본인부담액과 법정비급여 항목의 합계액에서 자기부담금을 공제한 후 지급한다.

실손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다른 보험 상품 대비 보험료 부담이 적고(40세 남자 기준 월 1~2만원 수준)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급여란 국민건강보험법상 법정비급여 항목으로 공단부담금 없이 환자본인이 전액부담 해야 하는 부분을 말한다.

그러나 커지는 인기만큼 실손보험의 손해율도 치솟고 있다. 손해보험사의 올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29.6%로 전년 동기 대비 5.6%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른 손보사들의 영업적자는 상반기 1조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081억원 대비 41.3% 증가했다. 업계에서 보는 적정 손해율은 70~80% 수준이다. 즉, 보험사들이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실손보험 손해액도 증가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액은 8조7300억원으로 전년 보다 15.7%, 올 1분기에는 지난해 동기 대비 19% 올랐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지속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보험사기, 도덕적해이 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서다. 실손보험은 가입자들의 본전심리와 병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사무장병원 등이 어우러져 다양한 형태의 보험사기 유혹에 빠지기 쉬운 상품이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내원한 환자에게 실손의료보험 가입여부를 확인한 후 보험금으로 의료비용을 해결해 주겠다며 미용시술 등을 권유하고 환자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이에 동조하는 식이다.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공짜로 입원·치료를 받게 해 주겠다며 보험을 권유․체결하고 결탁한 병원을 통해 보험금 편취를 조장하기도 한다.

‘문재인 케어’에 따른 풍선효과로 의료이용량이 늘어나면서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케어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을 급여 항목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비급여 진료가 가격통제를 받자 새로운 비급여 진료 항목을 만들어 환자에게 시술을 권하는 등의 과잉진료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사는 실손보험을 수익성도 나지 않는 적자 상품으로 여기고 있다. 의무보험은 아니지만 ‘국민보험’으로 여겨져 적정 수준의 보험료 인상도 쉽지 않고 절판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4월부터 실손보험 ‘끼워 팔기’도 금지함에 따라 실손보험으로 인한 수익 창출은 더욱 어려워졌다. 실손보험 끼워팔기란 실손보험이 단독상품으로 나오면 수익성이 적어 다른 건강보험에 특약 형태로 묶어 파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상위 손보사 5곳의 올상반기 당기순이익 합산액은 1조986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5423억원 대비 28.77% 줄었는데, 이는 실손보험 등의 손해가 수익성에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출처=금융감독원

손해율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손보험 출시는 이어져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병력자실손보험이 이에 해당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4월 실손의료보험의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경증 만성질환이나 치료이력이 있는 유병력자가 가입할 수 있는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을 보험사들에 판매토록 했다. 유병자실손보험은 일반실손보험 대비 높은 보험료로 구성됐지만 유병자를 가입 대상으로 하는 만큼 손해율 우려도 지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출시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손해율 추이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실손보험은 국민의 3분의 2가 가입할 만큼 가입자가 많은 상품이라 손해율이 높다고 해서 무작정 보험료를 올리거나 절판할 수도 없어 그로인한 수익성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