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상반기 실적악화 직격탄을 맞았다.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상승이 주된 원인이다. 손보사들은 손실을 보전할 타개책 마련에 고심이지만 언더라이팅 강화·보험사기 방지 등 원론적 방안 외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이 ‘국민보험’으로 여겨지는 만큼 보험료 인상 및 절판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상위 손보사 5곳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합산액은 1조986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조5423억원 대비 28.77% 줄은 금액이다.

▲ 출처=각 사

삼성화재의 올 상반기 순익은 4261억원으로 전년 동기 6656억원 대비 36%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의 순익은 163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565억원 대비 36.1% 떨어졌다. DB손해보험의 올 상반기 순익은 2063억원으로 전년 동기 3001억원 보다 31.3% 하락했다. KB손보는 1552억원에서 1282억원으로 17.4% 감소했다.

손보사들의 실적악화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올라간 탓이 크다. 자동차보험 판매 비중을 줄인 메리츠화재의 경우 올 상반기 1361억원의 순익을 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320억원 대비 3.1% 증가한 수치로 상위 손보사 5곳 중 유일한 상승세였다.

상위 5개 손보사들의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잠정 손해율은 84.7~87.1%다. 업계에서 보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7~78% 수준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요인으로는 ▲정비수가 인상 ▲육체노동 가동 연한 연장 ▲한방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 등이 해당한다.

치솟고 있는 실손보험 손해율도 손보사들의 실적악화에 영향을 끼쳤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15.6~147%에 달하며, 실손보험 손해액도 지속 증가 추세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액은 8조7300억원으로 전년 보다 15.7%, 올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9% 상승했다.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 원인으로는 과잉진료가 꼽힌다. 건강보험 급여 항목을 확대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로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고 있으나, 급여 항목이 많아지면서 풍선효과로 비급여 치료를 앞세운 과잉진료가 도리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손보험 처리가 안 되는 백내장 수술비 등을 실손보험 처리가 되도록 진단비로 꾸며 보험금을 타내는 보험사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 출처=보험연구원

손보사들은 실적 악화 주범인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경감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업계는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이 ‘국민보험’으로 여겨져, 손실을 보전할 만큼의 보험료 인상은 힘들다고 토로한다.

특히 자동차보험은 상반기 보험료 인상이 2번이나 이뤄져 연내 추가 보험료 인상은 더 이상 시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마일리지, 블랙박스 등 보험료 절감 특약을 폐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특약 대상자가 우량고객인 만큼 그 실효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손보험의 경우 자동차보험처럼 청구 건수 및 심도에 따라 보험료를 개별적으로 할증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으나, 차가 아닌 사람이 대상인 만큼 국내 정서상 추진되기 힘들 전략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이 보험사들의 실적에 적지 않은 타격을 가하고 있지만, 국민보험으로 여겨져 판매를 중단하거나 손실을 보전할 만큼의 보험료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원론적인 방안이지만 언더라이팅을 강화하고 보험사기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