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르는 돌(Rolling Stone #333), Acrylic on paper, 99.5×70.5㎝, 2018

안준섭의 신작들은 주석을 제외한 작품들임에도 내용적으로 밀도가 높아졌다. 흡사 나무가 나이테를 두르듯 삶에 관한 태도가 진솔해 지고 있으며, 이는 예술가로써의 순연의 삶, 운명일 수 있는 현실에 관한 작가적 서술을 더욱 빛나게 한다. 조형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색으로 인해 자칫 화려해질 수 있는 측면도 불완전하고 격한 색채와 붓질에 침식된다. 그럼에도 삶을 지탱해온 무언가의 한 귀퉁이에 의지한 채 본능적으로 나마 느끼는 유토피아를 향해 놓여 있다가 처절하게 말라 타들어가는 초라한 존재감이 배회한다.

그런데 이 존재의 불안감은 2013년 및 2014 년 ‘흐름’(Flow-A diary)에서 나타난 ‘평평한’ 불안감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근래 작업에선 충분히 가시적인 기하학적 구성(표면적으로 면과 선, 색과 행위라는 조형요소와 원리)을 통한 유보의 관념과 가감의 보류라는 개념으로 인한 어떤 ‘목마름’이 더욱 부각되는 양상을 띤다.

굳이 단어로 옮기자면 ‘절충’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여기서 가감은 곧 비움 과 채움의 활성화(또는 정체화)를 나타내며 ‘비움’은 ‘채움’의 여백주의를 실천하는 방식으로 뜻밖의 ‘목마름’을 획득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 구르는 돌(Rolling Stone #390), Acrylic on paper, 100×70.5㎝, 2018

특히 근작들은 무엇을 그렸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해석되는가에 방점이 있으며, 기록으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닌, 자아와 기억 등을 밑동으로 한 경험과 사고로 ‘현실을 새롭게 보는 방법’에 관한 문제라는 것 에 핵심이 있다.9)

적절한 해석일지 모르겠으나, 우린 그의(서양화가 안준섭, 안준섭 작가,Ahn Junseop,Artist Ahn Junseop,painter Ahn Junseop) 그림을 보며 삶과 존재라는 미지의 세계를 고찰 하며, 삶과 이상이라는-현실적 이상과 이상적 현실이라는 양립불가능성에 관한 가능성의 이미지를 훑는다.

나아가 특정 카테고리 내부로 스스로 귀속시켜온 관념을 해체함과 더불어 새로운 질서마저 맛보게 된다. 그건 아련한 슬픔이 들어 있고, 다른 방도가 없기에 어떻게든 이어가려는 노력과 현존성에 대한 탐구가 녹아 있다.

△홍경한│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