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5G 전성시대다. 낙후된 오지(奧地)도 5G만 만나면 새로운 ICT 신대륙으로 부상해 서울 강남 아파트 값 부럽지 않은 가치창출에 성공하는 시대, 우리는 강력하고 빠른 네트워크의 등장으로 지금까지는 체험하지 못했던 초(超)감각의 영역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왜 어리둥절하냐고? 5G가 가져올 새로운 세상은 말 그대로 새로움으로 가득찬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통신업계는 1G부터 3G까지 이동전화와 메시지, 인터넷이라는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했으나 4G부터는 마케팅 용어에서 파생된 LTE(Long Term Evolution)라는 말로 ‘무엇이 달라지는가’라는 대중의 질문을 대충 뭉갰다. 그렇다면 5G는 어떨까? 비슷하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실상은 다르다. 차원이 다른 속도와 무게는 지금껏 우리가 느끼지 못한 신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결국 ‘그 신세계가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여기서 한 권의 책이 당신을 기다린다. <5G와 AI가 만든 새로운 세상/이준호, 박지웅 지음/갈라북스 펴냄>이다.

▲ 5G와 AI가 만든 새로운 세상. 출처=갈무리

저자인 이준호 씨는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2007년 SK C&C에서 IT분야에 입문했다. 이어 2017년부터 SK텔레콤에서 뉴미디어 실장을 역임한 후 현재 SV추진그룹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SK 전반의 ICT 및 미디어, 생태계 전략 전문가다. 박지웅 씨도 경제 및 산업 기자로 활동하다 2012년부터 SK텔레콤에 자리를 옮긴 인물이다.

<5G와 AI가 만든 새로운 세상>은 SK텔레콤의 입장에서 5G 로드맵의 흐름과 일반적인 현황을 짚어주며, 나아가 AI 및 빅데이터를 넘어 결국 ‘사람’에 집중하는 책이다. 기본적인 관점은 SK텔레콤에서 시작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5G를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 전략을 훑어내리는 진한 맛이 일품이다. 자칫 복잡할 수 있는 내용을 50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은 ‘과연 기자 출신이 쓴 책이네’라는 감탄사를 자아낸다.

파트1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서'는 5G의 기본적인 개념과 통신의 역사, 한국의 ICT가 걸어온 길은 물론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기술을 망라한다. 내용이 풍부하면서도 핵심적인 키워드는 명료하게 잡아내 정리하기 편안하다. 주파수의 개념처럼 가장 기본적인 지점부터 최근 SK텔레콤이 주력하는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깨알같은 설명이 진지하면서도 가볍게 흐른다.

파트2 'MWC에서 예고된 5G 서비스'는 말 그대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행사를 기점으로 펼쳐진다. 현장에서 발견된 다양한 기술적 특이성을 설명하고, 5G 시대의 킬러 서비스는 AR과 VR이라고 단정한다. 중장기 5G 로드맵부터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폭발적인 기술 포인트를 짚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2월 MWC가 열리는 스페인에 반드시 가야겠다는 의지가 절로 타오르게 만드는, 본격 '스페인 여행 촉진서'다.

지금까지 파트가 5G와 AI를 이해하기 위한 이론편이라면, 파트3 '5G와 AI가 바꾸는 미래 비즈니스'는 일종의 실전편에 가깝다.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기본적인 개념부터 시작해 5G로 이룰 수 있는 비전의 중심에 AI를 두고 다양한 비즈니스 사례를 공유한다. 아마존과 구글부터 AI 스타트업, 다양한 합종연횡 사례까지 촘촘하게 보여주며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독자에게 제안한다.

파트4 '세상 모든 것이 디지털 데이터'는 현대 ICT 기술의 필요충분조건인 데이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센서와 압축기술, 미래에 대한 상상이 과감하게 펼쳐지는 장면이 흥미진진하다. 특히 관계 맺기, ‘나눌수록 부자가 된다’는 격언을 풀어내고 구독 비즈니스까지 논의가 확장되며 5G와 AI를 넘어서는 대단위 논의가 진행되는 장면이 흥미롭다. 막판은 마치 자기개발서를 연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파트5 '일자리가 바뀐다'는 5G와 AI를 비롯해 네트워크 기술력 등 고차원적 논의의 단계가 사람을 향하는 순간을 조명한다. AI와 5G, 또 AI를 활용하는 사람의 존재에 집중하면서 철학적인 고찰도 시도한다. 호모 파덴스의 의미를 소개하며 최근 유명을 달리한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을 만나는 장면은 독자의 소소한 기쁨이다. 스마트 워크 및 인재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5G와 AI, 나아가 인간의 연결고리를 모색한다.

<5G와 AI가 만든 새로운 세상>은 부담없이 술술 읽을 수 있는 진행이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호흡하고 뛰는 전문가들의 편안한 이야기가 풀리는 점이 새롭다. SK텔레콤의 사례가 자주 공유되기 때문에, 5G의 중심은 SK텔레콤이라고 스스로 확신하게 되는 세뇌에 걸리는 점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 책장을 덮고나면 당장 내일 주식장이 열릴 때 SK텔레콤 주식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차분하고 깊이있게 5G와 AI의 생태계를 조망하는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추천사 정도는 한 번 쓰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5G와 AI가 만나는 재미있는 화학반응을 알아보고 싶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