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자동차 시장이 9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7월에는 31% 감소하며 18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출처= Indian Express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불과 2년 전만 해도 인도의 거대한 자동차 시장의 붐은 꺼질 줄 몰랐고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앞다퉈 인도 투자를 서두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반전됐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가 이번 주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7월 인도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1%나 급감했다. 비슈누 마투르 SIAM 사무총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인도 자동차 시장이 9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7월에 18년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이 매우 깊은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업계의 모든 부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도는 최근 5년간 승용차 연간 판매량이 약 33%나 증가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에게 몇 남지 않은 희망의 시장이었다.

한국의 현대자동차나 자매회사 기아자동차 같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인도에서의 기반을 확장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고, 중국 국영 자동차 회사인 상하이자동차(SAIC) 같은 신규 진입자들도 인도 시장의 한 몫을 차지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최근의 경기 침체가 닥치기 전만 해도 인도는 2020년까지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자동차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이 나라의 자동차 회사들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안전 기준과 배출 가스 규제는 자동차 가격을 끌어올렸고, 인도의 소비자 금융 업체들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대출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소비자들이 소비를 더욱 위축시켰다.

인도에서 판매되는 승용차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마루티 스즈키(Maruti Suzuki)는 7월 자동차 판매가 36.7% 감소했다고 보고했고, 영국 최대 자동차 메이커 재규어 랜드로버(Jaguar Land Rover)를 소유하고 있는 타타 모터스(Tata Motors)의 판매량도 31% 급감했다.

인도의 대표적인 전기차 제조업체 마힌드라&마힌드라(Mahindra & Mahindra)는 17%의 매출 감소를 보고했다. 이 회사는 지난 주 판매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분기에 몇 개 공장에서 최대 14일 동안 ‘생산휴지기간’(no production days)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 회사들도 상황은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인도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현대자동차도 7월 매출이 전년에 비해 10% 감소했고 일본의 도요타도 매출이 24%나 감소했다.

▲ 2018년 인도 승용차 시장 점유율.    출처= AuotBeam

일자리 수 십만 개 사라져

SIAM의 마투루 사무총장은 "경기 침체로 인해 자동차 딜러들이 속속 문을 닫고 부품 제조업체들이 인원을 감축하면서 통해 33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인도 자동차부품 제조업협회는 한 술 더 떠 "지금은 위기”라며 “100만 명이 해고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투르 사무총장은 인도의 자동차 회사들은 적어도 1만 5천 명의 임시직 근로자들을 직접 해고했다고 말했다.

"업계의 신규 채용은 전면 중단됐습니다"

비록 지난 5월에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5년 만에 가장 느린 경제 성장과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실업률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는 나쁜 소식이다.

마투르 사무총장은 자동차 업계 대표들이 정부에게 과거처럼 구제 금융이나 세금 감면 등을 통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은 이미 무역 긴장과 경제 침체, 신기술과 규제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2018년에 이미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를 생산하는 다임러 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몰려 있는 독일은 디젤 배출 파문의 영향과 무질서한 브렉시트 전망으로 2분기 -0.1% 성장을 기록했다. 여기에 인도 시장마저 침체에 빠지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