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증시의 호황이 자신의 업적이라고 자랑해 왔다. 그렇다면 다른 대통령 시절에는 주식 시장이 어땠을까?    출처= CNN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 증시의 호황이 자신의 정부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거듭 강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하에서 S&P 500은 취임일로부터 8월 13일까지 29% 올랐다. 그렇다면 다른 대통령 시절에는 주식 시장이 어땠을까?

정확히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주식 시장은 645 거래일을 보냈다. 이 기간을 기준으로 보면 버락 오바마 정권하에서는 트럼프 정권보다 훨씬 강세를 보였고,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정권에서는 훨씬 약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하는 S&P 500 성과는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 상승폭과 거의 같다. CNN이 역대 대통령 시절 주식 시장이 어떠했는지를 추적했다.

로널드 레이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첫 4년은 월가에 그리 유익하지 않았다.

당시 폴 볼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1981년 7월에 경제는 짧은 불경기에 빠졌고 실업률은 거의 11%까지 치솟았다.

볼커의 금리인상과 레이건의 법인세 인하는 결국 인플레이션을 잡고 급속한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레이건 정권하에서 미국은 소련과의 군비 경쟁으로 국방비를 대폭 늘렸다.

경기 호조에도 불구하고 월가는 레이건 치하에서 사상 최악의 하루를 경험했다. 1987년 10월 19일, 이른 바 블랙 먼데이에 다우지수는 22.6%나 폭락했는데, 이는 오늘날 약 5500포인트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P 500은 이후 5년 동안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1기(1981년 1월 20일 - 1985년 1월 20일)  +30%
2기(1985년 1월 20일 - 1989년 1월 20일 +67%)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취임 첫해에는 경제와 주식시장이 급등했다. S&P 500지수는 1989년에 27% 상승했다.

그러나 그 후 저축 대부 업계의 위기가 발생했고 걸프전쟁까지 터졌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후 유가는 두 배 이상 올랐다. 성장은 둔화되었고, 미국 경제는 1990년 7월부터 완만한 침체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1991년 3월 침체는 끝났지만 경제는 여전히 지지부진했다. 2년이 지난 후에도 실업률은 7%대를 유지했고, 경기 침체는 결국 1992년 부시의 패배로 이어졌다.

1기(1989년 1월 20일 - 1993년 1월 20일)  +51%

▲ 각 대통령 취임 이후 645 거래일을 기준 시점으로 볼 때, 미국 주식 시장은 오바마 시절 트럼프 때보다 훨씬 강세를 보였고,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정권에서는 훨씬 약세를 보였으며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와 비슷했다.   출처= CNN 캡처

빌 클린턴

1990년대의 호황 장세는 월가에게 호시절이었다.

투자자들이 인터넷 업계의 붐과 활발한 경제 성장에 편승하면서 S&P 500 지수는 210% 상승했다. S&P 500이 최고 호황을 기록한 10개년 중 두 해가 클린턴 행정부 시기였다(1995년과 1997년).

클린턴의 8년 임기 중 GDP는 4%를 넘어섰고, 인플레이션은 안정세를 유지했다. 실업률은 4%를 밑돌았고 미국은 현대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중단 없는 경제성장을 누렸다.

이 시기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창출했던 닷컴 붐으로 이어졌다. 나스닥은 1993년과 2000년 초 사이에 7배나 급등했다. 매니아들은 엄청난 양의 부를 창출했지만 그 대부분은 거품이 터지면서 사라지게 된다.

1기(1993년 1월 20일 - 1997년 1월 20일)  +79%
2기(1997년 1월 20일 - 2001년 1월 20일)  +73%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기업 출신 인물들을 백악관 참모에 많이 기용했다. 그러나 백악관의 기업인들이 주식 시장에 강한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크게 실망하게 된다.

부시 임기 중 S&P 500은 40% 감소해 역대 정부 중 최악을 기록했다.

불행하게도 부시 대통령은 2001년 불황을 초래한 닷컴 버블 붕괴를 물려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911테러가 발생하면서 경기 침체는 더욱 심화됐다.

2004년과 2005년이 되어서야 저금리와 주택 붐에 힘입어 성장세를 회복했다. 그러나 그 거품마저 장렬하게 터지면서 한 세대 만에 가장 무서운 금융위기를 예고했다.

부시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분기부터 GDP는 크게 떨어졌고 실업률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S&P 500지수는 2008년 38% 급락하며 대공황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1기(2001년 1월 20일 - 2005년 1월 20일)  -12%
2기(2005년 1월 20일 - 2009년 1월 20일)  -31%

▲ 역대 대통령 재임 기간별 주식 시장 상승률.     출처= CNN 캡처

버락 오바마

월가의 붕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몇 달 동안까지 계속되었다.

금융과 자동차 업계는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구제되기까지 붕괴 직전의 상태에 빠졌다. 2009년에는 실업률이 10%로 최고조에 달하며 1년 만에 두 배로 상승했다.

주식 시장은 2009년 3월에 바닥을 쳤지만, 이후 경제는 서서히 회복되어 결국 미국 역사상 가장 긴 강세장으로 이어진다.

대침체의 깊은 골에서 벗어나는 것은 길고 느린 과정이었다. 오바마 시대에 연간 GDP 성장률이 3%를 넘은 적이 없다.

연준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양적 완화 정책을 유지하며 경제 시스템에 돈을 쏟아 부었다. 전례 없는 이 실험으로 오바마 시대에 S&P 500 지수는 거의 세 배나 치솟았지만, 부의 불평등과 포퓰리즘을 피할 수 없었다.

1기(2009년 1월 20일 - 2013년 1월 20일)  +85%
2기(2013년 1월 20일 - 2017년 1월 20일)  +53%

도널드 트럼프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하자 증시에 숨막히는 랠리가 가속화됐다.

이어 세금 감면, 규제 완화, 인프라 지출 등 그의 친(親)기업적인 공약으로, 선거 당일 1만 8332였던 다우지수는 2017년 3월(취임 후 2개월)까지 2만 1000을 넘어섰다.

트럼프가 대표적 업적으로 내세우는 세제 개편은 장세를 과열로 몰고 갔다. 다우지수는 결국 2만6000선을 돌파했고, GDP 성장은 2018년 중반까지 4%를 넘었다. 감세로 인해 기업 이익은 급증했고 실업률은 다시 4%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국제 무역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상승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S&P 500은 2019년 8월 13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645 거래일을 보내는 동안 29% 상승했다.

당기(2017년 1월 20일 - 2019년 8월 13일)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