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틀어놓는 라디오 뉴스에서 NYPD(뉴욕시 경찰청) 소속 경찰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얼마전에 분명히 NYPD 경찰의 자살 뉴스를 들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지난 뉴스를 모아서 다시 들려주는 것인가 했다.

뉴스 앵커를 통해 이번 NYPD 경찰의 자살은 지난 10일간 무려 3번째이며 올해 들어서는 8번째라는 사실을 듣게되면서 그제서야 지난 뉴스가 아닌 새로운 소식이라는 것을 알았다.

NYPD 소속 경찰들의 잇단 자살 소식은 미디어에서 호들갑스럽게 다루는 것 이상으로 NYPD 자체를 혼돈에 빠뜨렸다.

올해 들어서만 무려 8명의 경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데다가 이 중 6명이 올해 6월부터 불과 2달여 사이에 잇달아 스스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은 갓 경찰이 돼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어려운 신참들도 아니고 수년에서 수십년을 NYPD와 함께 해온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NYPD 입장에서는 가족을 잃은 듯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가장 최근 발생한 사고의 경우 해당 경찰은 뉴욕 양키 스테디움 주변을 담당해왔으며 NYPD에서의 근무 경력이 7년이었다. 이보다 앞선 사례의 경우 8년의 근무 경력을 가진 경사였다.

이보다 앞서는 불과 24시간도 채 안되는 사이에 38년 근무 경력의 NYPD부장(Deputy Chief)과 37년 경력의 살인사건 전담 형사가 각각 스스로 목숨을 끊어 큰 동요를 가져왔다.

뉴욕시 경찰청의 수장인 제임스 오닐 NYPD 경찰국장(Police Commissioner)은 NYPD가 정신건강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선언했다.

사실 최근 NYPD 경찰의 자살 사건이 단기간 동안 수차례 발생하면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으나 경찰의 자살 사건은 아주 드문 일은 아니었다.

과거 지난 5년간 NYPD 소속 경찰의 자살은 평균적으로 연간 4~5건으로 꾸준히 발생했다.

미국 전역으로는 올해 들어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경찰의 숫자가 이미 100여명을 넘어가고 있다.

뉴욕시의 2016년 자살률 데이터를 보면 남성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자살이 8.5건인데 NYPD의 경우 전체 인원 3만6000명 가운데 올해 들어서만 8명의 자살이니 일반적인 뉴욕시의 자살률을 훌쩍 넘기는 수준이다.

비영리 자선단체인 러더스 패밀리 파운데이션은 연구를 통해서 경찰의 높은 자살률이 조직의 독특한 특성과 가치관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미국내에서 140명의 경찰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반면 경찰 업무를 행하는 가운데 사고로 사망한 경우는 12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사한 직업윤리를 요구하는 소방관에서도 나타나 2017년 93명의 소방관이 화재 진압 도중 사망한 반면 자살로 사망한 소방관의 숫자는 103명으로 더 많았다.

경찰이라는 직업 자체가 강인한 체력과 용감성을 지니며 남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타인에게 경찰 스스로가 정신적 고통이나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는 것을 호소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남에게 자신이 정신 건강상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것 자체가 나약하게 여겨지고 수치로 생각한다는 것인데 이런 문화가 경찰 내부에 잔존한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미국내에 존재하는 1만8000여곳의 경찰, 연안경비대, 연방보안관국 등 법집행기관중에서 자살과 관련된 교육을 실시하거나 자살방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2~3%에 불과했다. 경찰들의 잇단 자살이 계속되자 뉴욕시장 빌 드 블라지오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괜찮다(Okay)”면서 “뉴욕시 전체가 당신을 지지하고 도울 것”이라고 설득하고 나섰으며 제임스 오닐 NYPD 경찰국장도 우울증 등의 정신적 문제를 공개하고 도움을 청한다고 해서 경찰직을 박탈당하지는 않는다면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도움을 청할 것을 호소했다.

또 NYPD는 모든 관할서의 상급직들에게 자살방지를 위한 교육을 받도록 지시했고 일반 경찰들은 도움이 필요할 때 즉시 연락이 가능한 앱을 다운받도록 권유받았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우울증이나 자살충동을 공개하면 해당 경찰은 총기를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분간 업무에서 배제되는 조치를 받게 되는데, 많은 경찰들이 이를 해고와 비슷하게 받아들여서 정신적 문제를 호소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NYPD는 현재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골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