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vs 중국과 홍콩

세계의 화약고는 현재 2군데로 압축되었다. 이란과 홍콩이다. 2지역 모두 일촉즉발이다. 미국이 이란 침공하면, 중국도 홍콩 진압에 나설 것이다. 이 두 사건은 독립된 사건이 아니다. 미국의 이란 침공과 중국의 홍콩 진압은 같은 뿌리를 가진 사건이다.

이란은 세계 패권국가 미국의 인내를 시험하는 시금석이다. 이란은 연일 미국을 자극한다. 미국의 이란 침공은 이란이 원하는 바이다. 이란을 방치하면, 미국은 중동에서 영향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변이 없는 한, 미국은 곧 이란을 침공할 것이다.

홍콩도 마찬가지이다. 홍콩의 시위는 도를 넘었다. 중국 정부의 인내는 한계에 도달했다. 본토였다면, 벌써 경찰 병력을 투입했을 것이다. 일국양제(一國兩制)의 혜택을 누리는 홍콩은 아예 독립을 주장할 기세이다. 중국은 경찰 투입은 시간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은 각각 이란과 홍콩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 세계를 설득할만한 더 확실한 명분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후의 사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이란을 침공하면, 중동 평화가 찾아올까? 홍콩을 진입하면, 중국은 안정될까? 미국이나, 중국이나 마찬가지이다. 행동 이후가 불확실하다.

이란은 결국 미국이 침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미국을 자극한다. 미국이 이란을 침공하면, 이슬람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반미 전선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이다. 미국의 중동 지배력은 급속히 약화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홍콩은 제발 중국이 진압에 나서달라고 조르고 있다. 진압에 나서면, 유혈사태는 불 보듯 빤하다. 그렇게 되면, 홍콩이 독립되든, 중국 내부에서 시민운동이 이어지든, 결말이 있을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중국은 더 이상 없다는 생각이다.

 

이란의 대 미국 전략

미국은 대 이란 전략이 있듯, 이란도 대 미국 전략이 있다. 이란의 대 미국 전략은 간단하다. 이슬람 국가들의 연합이다. 이슬람을 잘못 건들이면, 어떤 상황을 맞이하는지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으로, 이슬람을 규합한다.

2019년 8월 8일 목요일,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미국은 이란과 새로운 전쟁을 벌이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전면적인 위협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이란과 감히 전쟁할 수 없다.”며 “이 전쟁이 나면 이스라엘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궤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끌어들였다.

이란 외교부도 각국 정부에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동맹체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참여하지 말 것을 당부 중이다. 8월 10일 토요일, 이란 외무부의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대변인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 등 미국의 우방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에서 중립적 위치를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전쟁을 앞둔 이란의 공식입장이었다.

이어 이틀 뒤인 8월 12일 월요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이란 매체 알자지라방송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은 지난해 이 지역에 500억달러(약 61조원) 상당의 무기를 판매했다.”고 말하며, “아랍에미레이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무기를 많이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무기판매가 걸프 지역을 화약고로 만들었다며, 중동 지역 무기경쟁에 대해 경고했다. 갈등의 원인을 미국에 돌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미국의 가장 강력한 중동 지역 동맹 가운데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가 미-이란 분쟁 시 자국에 미치는 파장을 우려, 미-사우디 대열에서 이탈한 것이다. 미국의 이란 고립화 전략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 것이다.

 

홍콩의 대 중국 전략

중국도 대 이란 전략이 있듯, 홍콩도 대 중국 전략이 있다. 홍콩의 대 중국 목표는 선명하다. 홍콩의 독립이다. 반 중국 시위가 격화되면, 중국은 강제 진압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강제 진압은 오히려 중국에게 해가 될 수 있다. 홍콩은 그걸 바란다.

일단 10주째 이어진 홍콩 시민들의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는 중국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시위대로 인해서, 홍콩 국제공항이 개항 95년 만에 폐쇄되었기 때문이다. 8월 12일 월요일, 시위대는 연좌시위를 벌이며, 공항을 점거했다.

결국 이튿날 8월 13일 화요일 새벽까지, 230여 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공항 점거와 항공기 운항 중단은 중국 정부가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시위대가 파장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는 공항을 점거하는 극한투쟁에 나섰다.

급기야 8월 13일 화요일, 베이징 소식통은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중국 본토의 병력 투입을 통한 무력 진압 여부가 논의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전, 현직 지도부가 모여서 중국 중대 현안의 해결 방향과 노선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 회의. 그 자리에서, 홍콩 사태에 대한 최선의 방책으로 병력 투입이 결정될 것이라는 암시였다.

이와 함께,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미국이 홍콩 문제에 대해 멋대로 지껄이고 흑백을 전도하며 부채질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의 태도는 2000년대 초반 구소련 국가와 발칸반도 등지에서 일어난 정권교체 혁명에 개입한 것과 같다고 비난한 것이다. 병력 투입에 대한 원인을 미국에 돌리려는 의도인 셈이다.

 

하나의 뿌리를 둔 두 개의 사건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무력 충돌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해소할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8월 8일 목요일, 이란 정보부의 마흐무드 알라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함으로써 이란과 협상할 기회를 놓쳤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1989년 6월 4일 일요일의 베이징 톈안먼 사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중국이 홍콩을 무력으로 진압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홍콩 시위대 진압이 텐안먼 사태와 같은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홍콩 시위가 장기화되면, 결국 중국 정부도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된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의 교두보이자, 중국의 주요 원유 수출국인 이란. 경제적 발전을 통해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경험하며, 서방 경제와도 밀접한 홍콩. 미중 패권전쟁이 진행 중인 현 상황에서, 이란과 홍콩은 전장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이란 공습, 중국의 홍콩 진압은 둘 중 하나가 발생하면, 나머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따라 일어날 사건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태 해결 이후부터이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미국이 이란을 장악하고, 중국이 홍콩을 진압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이란을 장악하면, 중국은 원유수입, 일대일로 추진, 중동 영향력에서 심각한 차질을 입는다. 중국이 홍콩을 진압하면, 미국은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 강화, 시장경제 후퇴, 인권 침해에 대해 속수무책이 된다. 하지만 중국은 고립 상황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