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유통업계가 광복절을 앞두고 ‘애국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에다 최근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으로 국산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발적으로 나온 시민운동을 기업들이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반일 감정을 부추기고, 상품 판매를 목적으로 한 상술이라는 것이다.

▲ 탑텐 '8.15 캠페인 티셔츠' 제품. 출처=탑텐

애국 마케팅의 반응은 패션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나타났다. 지난 7월 출시한 국내 SPA브랜드 탑텐의 ‘8.15 캠페인 티셔츠’는 전체 기획물량 1만장 중 95% 이상이 판매됐다. 이번 제품은 일본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전 지난 2월에 출시된 ‘3.1 운동 100주년 기념 티셔츠’에 이은 기획 상품이다. 현재 탑텐은 예상보다 물량이 빨리 소진된 데 따라, ‘8.15 캠페인 티셔츠’ 2차 기획을 구성하고 추가 제작에 들어간 상황이다.

탑텐 관계자는 “이번 기획 상품은 3.1 운동 100주년 기념 티셔츠보다 판매 속도가 2배 정도 빨랐다”면서 “광복절 전후에 판매하고자 캠페인을 기획했기 때문에 급하게 2차 기획 상품을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탑텐의 광복절 한정판 티셔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상반기 매출이 꾸준히 증가한 데 이어 패션 시장 비수기인 7월에도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모나미 'FX 153광복절 기념 패키지’ 제품. 출처=모나미

문구 브랜드 모나미도 8·15 광복절을 앞두고 ‘FX 153광복절 기념 패키지’를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이번 ‘FX 153광복절 기념 패키지’는 74번째 광복절을 맞이해 제작됐다. 투명한 바디에는 한글로 제품명을 넣었고 바디 안에 태극무늬, 건곤감리, 무궁화 이미지가 디자인된 볼펜심을 적용했다. 패키지는 총4개의 볼펜으로 구성됐다. 각 제품에는 태극기를 연상할 수 있는 흑·청·적색 잉크 색상을 적용했고 패키지에도 태극무늬와 한글 제품명을 담았다.
 
모나미 신동호 마케팅 팀장은 “FX 153은 153 볼펜에 이어 오랜 시간 쌓아온 모나미의 볼펜 기술이 집약된 제품으로, 이번 광복절을 기념하여 국내 기술로 제작된 제품을 대한민국의 역사를 담은 특별한 모습으로 선보이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많은 분들이 모나미와 함께 올바른 역사의식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품 마케팅에 이어 광복절의 기념하기 위한 기업들의 의미 있는 행사도 연이어 개최되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덕수궁 중명전에서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광복회와 함께 독립문화유산 보호 및독립유공자 자손 장학금 후원 행사를 진행했다고 13일 밝혔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설립 100주년, 광복절 74주년을 기념해 진행하는 행사에서는 우선 스타벅스가 후원한 독립문화유산 보호기금을 통해 구입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친필휘호 ‘약욕개조사회 선자개조아궁’이 독립문화유산으로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에 전달된 것이다.

▲ 스타벅스는 도산 안창호 선생 친필휘호 유물 기증했다. 출처=스타벅스코리아

이는 스타벅스가 그동안 문화재청과 함께 전개해왔던 독립문화유산 보존 활동의 일환으로 그동안에도 스타벅스는 백범 김구 선생의 ‘광복조국’(2015년), ‘존심양성’(2016년) 친필휘호 유물을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에 기증한 바 있다.

이랜드리테일도 독립유공자 후손을 돕기 위해 ‘태극 물결 챌린지’ SNS 기부 캠페인을 개최했다고 13일 밝혔다. 광복 74주년을 기념해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돕기 위해 기획된 ‘태극 물결 챌린지’는 참가자가 SNS 상에 일상 속 태극기 게양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건당 815원을 독립유공자유족회에 기부하는 국민 참여형 캠페인이다.

이랜드리테일은 14일부터 캠페인에 참여한 고객들에게 한정 수량으로 제작한 기념 머그잔을 증정한다. 추첨을 통해 이랜드 상품권 등 사은품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우리 사회 숨은 영웅과 애국자를 다시 한 번 기리고 돕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 이랜드의 '태극 물결 챌린지' 포스터. 출처=이랜드그룹

그러나 이러한 애국 마케팅이 소비자의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가장 큰 예로 치킨 프랜차이즈 또봉이통닭이 일본 여행권이나 호텔을 취소한 고객에게 경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선보인 바 있다. 기업이 나서서 불매운동을 부추기는 꼴이었던 셈이다. 이에 또봉이통닭은 여행을 취소한 고객들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바로 해명했다.

마케팅업계에서는 현재 나오는 애국 마케팅의 효과가 길게 가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단기적 매출 효과를 노리고 선보이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류에 따라가기 위한 무리한 마케팅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시작된 불매운동의 본질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쏟아지는 애국 마케팅은 기업 이미지 홍보와 함께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인 것 맞다”면서 “다만 불매 운동의 순수한 의도가 마케팅적으로 이용되고 상술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너도나도 한일 관계 악화를 이용해 애국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우려도 있지만, 시류에 편승하지 않으면 얻는 비판과 두려움에 어느정도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