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의 절반이상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최소한 2003년 까지는 그래도 중산층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IMF 금융위기, 카드대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줄곧 하향추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자영업은 5년 안에 10곳 중 7곳이 폐업한다. 업종별로는 음식업이 가장 많고, 다음이 소매업,서비스업 순이다. 현대경제연구소의 ‘창업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서는 75%가 “창업에 실패할 경우, 재기가 어렵다”. 그리고 92%는 “창업실패는 개인파산을 의미한다.”고 할 정도로 실패자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실패자를 위한 재기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말은 그럴 듯 하지만 결국 포화시장인 자영업으로 다시 들어가 경쟁하게 하는 또 다른 모순을 안고 있다. 사실 자영업을 지원하는 정책은 수없이 많다. 창업교육에서부터 창업자금, 청산지원금, 나아가 재기교육까지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어려움은 더하다.

자영업 창업은 대부분 실패로 이어지고, 실패하면 상당수는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그런데 그 원인이 꼭 정부의 지원 부족에만 있는 것일까? 물론 실물경제가 어렵고 변화하는 시장 생태계를 바꾸어주지 못한 정책부재가 일차 원인이다. 그러나 이제 창업자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영업자가 빈곤해지는 원인과 요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빈곤이란 무엇인가? 빈곤은 ‘장기간에 걸친 낮은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빈곤이 계속되면 절망, 무관심, 두려움 등이 생겨서 사회문제로 비화된다. 그런데 언뜻 생각하면 지원을 받으면 해소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일시적으로 빈곤을 감소시킬 뿐 요인은 해소되지는 않는다.

이제 빈곤문제를 보자. 빈곤에는 원인과 요인이 있다. 원인의 의미는 어떤 사물이나 상태를 변화시키거나 일으키게 하는 근본이 된 일이나 사건을 말한다. 반면에 요인은 사물이나 사건이 성립되는 까닭. 또는 조건이 되는 요소로 정의된다. 다시 말하면 빈곤의 원인은 빈곤이 시작된 이유이고, 요인은 빈곤의 증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빈곤의 원인은 대체로 국가에 있다. 전쟁, 불경기, 선천적 장애 등 빈곤자가 선택할 수 없는 외부요소들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빈곤의 요인의 상당부분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다. 빈곤의 요인을 다시 나눠보면 정보 빈곤, 의존, 부정직, 무관심 그리고 질병 등 5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질병은 국가가 지원해야 하는 문제지만 나머지 4가지 요인은 상당부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우선 ‘정보빈곤’부터 보자. 창업자들이 실패한 이유는 사전에 정보를 얻는데 소홀하거나 제대로 된 정보교육을 받지 못한 채 창업했기 때문인 경우가 상당하다. 사실 정보습득은 인터넷이나 교육 채널이 있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 정보를 얻기 어려운 사람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교육에 참여하면 압축해 알려준다. 교육의 목적은 경쟁력 강화인데 창업교육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단지 정부의 지원 자금을 받기 위한 의무 교육 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 내게 필요한 정보는 돈을 주고라도 찾아 나서야 한다. 투자를 해야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건 진리다.

다음으로 ‘의존’을 보자. 의존은 지원금이나 대출을 받는 것을 말한다. 창업시장에서 회자되는 말 가운데 “정부 지원자금이나 입찰로만 사업하는 사람은 성공한경우가 거의 없다.”는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실제로 주변을 돌아보라. 정부자금에 기대서 사업하는 사람치고 성공한 기업이 있는지를.

대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득이한 대출도 있겠지만 최대한 자금규모에 맞게 창업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돈이 없다면 입지사업이 아닌 단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스타트업이나 소셜벤처 등으로 방향을 바꾸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이 적으면 적은대로, 많으면 많은대로 일단 거기에 맞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영업하다가 넘기 어려운 허들을 만나면 그때가서 지원을 받는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처음부터 자기자본보다 많이 드는 업종을 선택해서 하다 보니 진짜 돈이 필요할 때는 빌려 쓸 수 없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부정직’은 어떤가? 고객을 속이거나 기만하는 행위를 말한다. 필자가 두 번이나 경험한 일이다. 고속터미널 지하상가를 지나다가 마네킹에 걸린 옷이 괜찮아서 하나 달라고 했더니 새 옷으로 주겠다며 상자에서 옷을 꺼내 줬다. 집에 와서 봤더니 완전 구겨져서 다림질을 해도 펴지지 않았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정직하게 장사해야 단골이 늘어난다. 이렇게 트릭을 쓰면 누구라도 다시는 가지않게 된다.

일부 가맹점이나 자영업자들이 식재료 원산지를 속이거나 재사용해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주방의 청결 상태가 건강에 위해한 수준까지 이른 경우도 많다. 정당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대하면 홍보하지 않아도 고객이 안다.

마지막 요인은 ‘무관심’이다. 무관심은 사람들이 걱정하지 않는 것, 그리고 자신감을 잃고 상태를 개선하는 의욕이나 실수를 바로 잡으려하는 의지가 보이지 않아 외면하는 상태를 말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자신의 매력도에 있다. 매력은 제한받지 않은 품질이자 자산이다. 이웃 혹은 고객에게 사려깊은 관심을 보이고, 컴플레인을 청취.보완하며 의견에 공감하면 매력은 배가되며 무관심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빈곤의 원인은 분명 국가에 있다.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는 극복하지 못할 빈곤의 함정들도 있다. 하지만 빈곤의 요인 가운데 일부만 극복해도 실패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빈곤이 유지되는 이유는 빈곤의 순응에 있다. 마찬가지로 사업이 어려운 건 외부 원인과 요인에 순응해 버렸기 때문은 아닌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문제는 스스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자영업의 실패는 인생의 과정 가운데 한 기간이 구겨진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실패라 쓰고 경험이라 읽는다.”는 자세로 극복하면 다음 여정은 훨씬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한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실패한 이유는 비교적 단순하다. 언급한 네 가지만 극복한다면 실패로 인해 빈곤으로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 돌리는 사람에게는 미래가 없다. 정부도 일시적 퍼포먼스나 경기적 지원정책이 아니라, 보다 멀리보고 구조적 지원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자영업자가 중산층이 돼야 선순환 경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