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르는 돌(Rolling Stone #421), Acrylic on paper, 151×197㎝, 2018

2006년에 열린 개인전 ‘어떤 상황’(A Situation)은 앞선 작업들과 다른 결을 유지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시리즈는 오늘날의 작 업을 연 시원으로써 중요한 위치를 담보한다.4)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상황> 연작은 작금의 작업과 맞닿는, 외적인 것에서 내적인 것으로, 실증과 이성이 주축이 된 계몽주의적이었던 입장에서 경험론의 한 형태 인 감각으로, 주지주의(主知主義)적인 시각에서 주정주의(主情主義)로 선회하는, 변화의 시그널(Signal)을 담고 있다.

여전히 언뜻언뜻 지하철 풍경에서 읽히던 사적-공적 관계의 그물망이 드리워지고, 나와 연관된 일상의 흔적들, 상황들이 발견되며, 풀 한 포기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도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음은 사실이나, 형상성 강한 이전 작업과는 달리 이 당시부터는 감정과 정서를 중시하는 경향으로 방향을 틀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 구르는 돌(Rolling Stone #520), Acrylic on canvas, 45×52.5㎝, 2018

더구나 이때부터 이미지는 일부 인체를 제외하곤 한결 추상화되며, 각주를 배제하는 대신 선과 색, 면이 주요 조형으로 자릴 잡는다. 이전의 거친 화면은 다소 정돈된 질서 아래 놓이며 덜 설명적이면서 보다 ‘의존된 감각’에 기우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시각 언어는 물론 앞서 진행된 1996년 인사갤러리 추천작가전에 선보인 작업들이나 이후 마련되는 ‘매립지에 대한 소고’전(2007), ‘땅에서 세상을 보다’전(2009), ‘작은 단상’전(2010) 등과는 확실히 다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홍경한│미술평론가

▲각주(脚註)

4) 비록 2008년 개인전에 선보인 <흐름> 시리즈와 2009년 작품전 ‘땅에서 세상을 보다’, 그 리고 2010년 ‘작은 단상’ 전에서 나타나는 땅과 돌, 자연과 일상, 풍경 등이 여전히 나타나지 만 2000년대 중후반을 관통하는 그의(서양화가 안준섭, 안준섭 작가,Ahn Junseop,Artist Ahn Junseop,painter Ahn Junseop) 그림 가운데 2006년 발표된 작품들은 단순한 추상을 넘어 일종의 내재율(內在律)로 향하고 있음을 목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