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롯데마트가 작년 3분기까지 이어져온 10분기 연속 적자를 끊어낸 지 3개월 만인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을 또 기록했다. 점포 매출이 감소하고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가 늘어난 탓이다.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가 반등 카드로 내놓은 전략은 점포별 독립 경영을 지향하는 ‘자율형 점포’다. 시범 도입 후 소기 성과가 나타남에 따라 롯데마트 실적 개선의 효자 역할을 해낼지에 업계 관심이 모인다.

롯데쇼핑 할인점 사업 부문(롯데마트)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손실은 34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37억원) 대비 22.2% 가량 개선됐지만 올해 1분기 흑자기조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2016년 2분기 영업손실 627억원을 기록한 뒤 작년 3분기(2016억원)까지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해 4분기 영업이익 363억원을 거두며 흑자전환한 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익 198억원을 창출했지만 2분기 손실을 냈다. 외부 감사 결과에 따라 이달 내 공시될 반기보고서에서 2분기 실적이 변동될 수 있지만 흑자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롯데마트는 이달 9일 잠정 2분기 영업실적을 공시하고 이틀 뒤인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롯데마트 2019년 하반기 운영 전략의 윤곽을 공개했다. 자율형 점포 확대, 체험형 콘텐츠 확충, 시그니처 자체 브랜드(PB) 상품군 개선 등이 골자다. 이 가운데 자율형 점포 확대 방안은 올해 1월 부임한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가 공들이고 있는 전략 가운데 하나다.

▲ 문영표 롯데마트 대표. 출처= 롯데쇼핑

문 대표는 ‘현장에 답 있다’라는 경험칙을 토대로 올해 초 롯데마트 운영 방식을 개편하고 나섰다. 지난 3월 12일 서울 송파구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전국 125개 점포의 지점장과 본사 팀장 등 관계자 200명을 불러놓고 ‘현장책임경영’의 일환인 자율형 점포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자율형 점포는 롯데마트와 이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마트 3사별 업력을 통틀어 올해 최초로 도입된 제도다. 상품 발주, 판매가격 조정 등 상품 전략에 관한 권한을 각 지점에 부여하는 점포 운영 시스템이다. 지점은 각 상권에서 인기 있는 상품을 직접 주문해 판매하고 할인 행사도 지역별 소비자 입맛에 맞춰 진행할 수 있는 등 자율적으로 경영해나갈 수 있다.

롯데마트 본사는 기존에 전국 모든 점포에서 균일한 가격과 구색을 갖춘 상품들을 제공하는 취지로 상품 구성을 결정하고 일괄적인 자동발주를 실시해왔다. 일괄 자동발주 체계는 제조사로부터 대규모 물량을 공급받고 단가를 인하함으로써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등 장점을 갖췄다. 다만 상품에 대한 고객 니즈가 더욱 다양화하고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 급성장하는 등 최근 업황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자율형 점포를 늘리는 방안에 일말의 결점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율형 점포가 늘고 독자적인 상품 주문이 이뤄질수록 기존 공통 발주량의 규모가 줄면서 일부 제품의 가격이 기존보다 인상하는 등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 롯데마트 모델들이 롯데마트 PB상품을 소개하는 모습. 출처= 롯데쇼핑

롯데마트는 온라인 플랫폼 ‘롯데마트몰’을 비롯해 고객 니즈에 최적화한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상품 재고를 안정적으로 소화함으로써 역효과를 예방하고 있다. 롯데마트몰 고객의 수요를 꾸준히 충족시키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이 먼저 찾는 인기 상품들을 선별 입고해 판매함으로써 실적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자율형 점포 전략은 성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자율형 점포 20곳의 매출액 신장률은 3.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기존 점포들의 매출액이 3.6% 역신장한 것과 대조되는 수치다.

롯데마트는 올해 4월부터 4개월 간 점포 125곳 가운데 상대적으로 방문객 수와 매출액이 높은 매장 20곳을 선정해 자율형 점포로 운영하고 있다. 올 하반기 자율형 점포를 꾸준히 늘려나갈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목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상품기획(MD) 담당자, 지점장 등 점포 구성원들이 새 제도를 깊이 이해하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전 과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매출과 시장 점유율 등 지표를 경쟁사 대비 끌어올려 각 상권에서 1등 매장이 되는 것을 목표로 이번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자율형 점포를 늘려가는데 필요한 상권 분석, 지점 교육 등 절차를 꾸준히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롯데마트의 새로운 시도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율형 점포 전략으로 소비 트렌드에 적극 보조할 수 있고 지역 상생 등 여러 측면에서 순기능을 발휘함으로써 매출 증대 등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관측이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장(동덕여대 교수)은 “유럽 대부분 지역의 백화점, 슈퍼 등 오프라인 채널에선 이미 자율 독립 경영을 도입해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며 “롯데마트 자율형 점포는 분권경영 방식을 바탕으로 상권을 잘 아는 매장 구성원들이 책임지고 역량을 발휘함으로써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