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국내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올 상반기 저조한 성적을 하반기 반등으로 만회할지 시선이 쏠린다. 예고된 대규모 LNG선 발주는 호재지만 중국과 일본의 견제, 후판 가격 인상 줄다리기 등이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조선 빅3, 2분기 실적 ‘먹구름’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2분기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5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그러나 충당금 환입과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상승 효과 등 일회성 요인에 따른 이익 규모만 500억원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사업으로는 별다른 이익을 내지 못한 셈이다. 오히려 주요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부문 부진으로 5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중공업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올 2분기 매출 1조7704억원, 영업손실 56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하면 적자 폭은 44% 줄었지만, 전분기 -333억원과 비교하면 230억원 늘었다. 7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끊지 못한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곧 발표를 앞둔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인도량이 소폭 줄고 저부가선종인 탱커 인도가 늘며 연간 감익이 확실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SK증권은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매출액을 2조940억원, 영업이익은 767억원으로 전망했으며, 유진투자증권도 2분기 매출액 1조8745억원, 영업이익 907억원로 내다봤다. 1분기 영업이익 1996억원과 비교할 경우 대폭 내려앉은 수준이다. 

▲ 조선 3사 수주 현황(2019년 상반기 추정치).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국내 조선3사의 부진한 성적은 수주 부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조선 빅3 수주 현황은 삼성중공업이 총 18척으로 올해 수주 목표의 46%를 달성해 1위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이 17척으로 35.7%를 기록했으며, 현대중공업은 17척을 수주 달성해 17.6%(현대삼호중공업 22.3%·현대미포조선 34.6%)에 그쳤다. 

올 상반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세계 선박 발주가 줄어든 영향이다. 물동량 전망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글로벌 선주들이 선박 발주를 미뤘다. 아울러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 호조를 견인했던 LNG선 발주 또한 상반기 감소세를 띄면서 타격을 입었다. 2020년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규제에 대한 영향을 더 지켜보려는 관망세가 확산돼 신규 발주가 억제되는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하반기 시황 되살아날까… 기대감 ‘쑥쑥’

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선박 발주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조선업계는 하계 집중 휴가 기간임에도 불구 신규 수주 소식을 알렸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 확전 속에서 전해지는 선박 발주 소식들을 시황 회복세 조짐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그리스 선박회사 차코스에너지내비게이션(TEN)으로부터 1억9000만달러(한화 2309억원) 수준 LNG운반선 1척을 수주했다. 지난 1일에는 KSS해운으로부터 8만㎥급 초대형 LPG선 2척도 수주에도 성공했다. 선가는 척당 7600만달러(924억원) 선으로 알려진다.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도 최근 그리스 에발렌드(Evalend)로부터 30만DWT(순수화물 적재톤수)급 VLCC선 옵션물량 1척을 수주했다. 

▲ 2019년 세계 신조선 발주량 및 한국 수주량 전망. 출처=한국수출입은행

삼성중공업도 7월 초 유럽 선사로부터 셔틀탱커 1척, 장금상선으로부터 아프라막스급 액체화물운반선 2척을 잇따라 수주했다. 이어 파나마 선사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도 따냈다.

대우조선해양은 6월 그리스 최대 해운사인 안젤리쿠시스 그룹 산하 마란가스로부터 17만4000㎥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 수주했다. 이어 오만 국영선사 OSC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 1척을 수주하며 하반기 수주 확대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아직 선박 건조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지만 신규 선박 발주 관련 뉴스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Evergreen)이 최근 소형 컨테이너선 4척 발주를 위해 국내 조선3사 및 중국, 일본 등과 접촉 중이다. 프랑스의 글로벌 오일메이저사인토탈(Total)사도 2척의 LNG선 용선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카타르발 LNG선 40척 내외 발주가 예상되며, 러시아 북극해 야말2 프로젝트의 쇄빙LNG선 15척, 미국 에너지업체인 아나다코의 모잠비크 프로젝트용 LNG 15척 등 발주가 예고돼있다. 이들 LNG프로젝트 발주가 하반기 이뤄질 경우 최소한 50척 이상의 LNG선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무역전쟁 확전·중일 견제·후판 가격 인상 등 ‘발목’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업황 개선을 좀 더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무역전쟁이 확전되면서 하반기 발주량을 섣불리 속단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또한 2020년 황산화물 규제를 앞두고 아직까지 규제효과가 명확하지 않아 선주들의 신규 발주 관망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 최근 중국과 일본이 손을 잡고 한국 LNG 운반선 견제에 나선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최근 중국 1위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COSCO)과 일본 3대 해운사인 MOL(Mitsui O.S.K. Line)은 LNG 및 에탄 가스 운송 프로젝트 협력을 확대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들은 손을 잡고 북극해 LNG 개발사업인 야말 프로젝트 등 신규 LNG 운송계약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선박 제조에 주요 원자재로 쓰이는 후판 가격 인상 기조도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을 두고 줄다리기 중이다. 만약 후판 가격이 인상될 경우 선박의 원가 상승은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