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르는 돌(Rolling Stone #543), Acrylic on canvas, 162×130㎝, 2019

예를 들면 황토색 흙과 제멋대로 자리한 투박한 돌은 일상의 황폐함과 건조함, 적막한 불안마저 포괄하는 사물이다. 넓게 파노라마 형식으로 구성된 캔버스는 광활한 땅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며, 두텁게 발 린 마티에르와 색들은 그 대상에서 획득한 작가 감정의 다른 말이다.

눈에 띄는 건 당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작가를 포함한), 상실의 시대를 걷고 있는 우리의 삶을 반영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매립지…’ 시리즈의 경우 다분히 현실적인 주제를 통한 예술의 고유한 역할에 대해 자문하는 경향과 더불어, ‘포용’까지 그는(서양화가 안준섭, 안준섭 작가,Ahn Junseop,Artist Ahn Junseop,painter Ahn Junseop) 이야기 한다는 점이다.

▲ 구르는 돌(Rolling Stone #401), Acrylic on canvas, 52.5×45㎝, 2018

매립에 따른 오염마저 끌어안는 땅, 인위로 넘치는 사회에서 잃어가는,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도 많은 땅이지만 만물의 근원이자 생사의 터전인 땅은 재생의 의지를 멈추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끝없는 ‘치유’와 ‘희망’의 상징으로써의 ‘감싸 안음’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야생의 ‘풀’(익명의 풀)은 그 ‘감싸 안음’을 증거 하는 실질적 조형요소이다. 훨씬 오래된 ‘숲’ 작업 뒤 그의 작품마다 등장하는 이 풀들은 척박한 환경 내에서도 꿋꿋하게 견뎌내는 개개인의 의지(픽셀화 된 그의 ‘숲’ 작업에서도 개인에 대한 주목도는 높았다)와, 그 배경인 희망에 관한 기대를 보여주는 직접적인 기호이다.

배려와 이해, 이타적인 삶에서 요구되는 포용의 힘을 나타낸다. 궁극적으론 자연의 생명력과 에너지를 통한 어떤 가능성을 덧칠하는 요소이다.

△홍경한│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