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르는 돌(Rolling Stone #199), Watercolor on paper, 40×30cm, 2018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의 고독함, 씁쓸한 단상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옮긴 과거와 달리 작가 안준섭(안준섭 작가,Ahn Junseop,Artist Ahn Junseop,painter Ahn Junseop)의 현재 작품에는 격정적 느슨함이 존재한다.

격한 붓질 속에는 타자와 부딪히며 존재하는 인간으로서의 삶이 배어 있고, 중층의 색 내부엔 세계내존재임을 부인하진 않는 작가의 시선이 들어 있다. 그것은 보다 내적이며 은유적인 상황으로 자리한 채 오늘을 말하고 있다.

▲ 구르는 돌(Rolling Stone #542) Acrylic on canvas, 162×130㎝, 2019

실제로 그의 옛 작품들을 보면 사회 속 구성원으로 위치하는 인간에 대한 단편적인 생각들이 이입되어 있다. 1996년 첫 번째 개인전 이후 한동안 지속한 <우리는 일상 속에서>를 비롯해, <우리를 기다리는 것으로>, <그곳에 일상이> 등의 작품을 봐도 그렇고, 2007년 작품전에 출품된 <덮혀진 땅>1)과 <매립지에 난 풀> 연작(이하 ‘매립지…’)을 봐 도 그렇다.2)

지하철 안팎의 풍경을 묘사한 전자는 모노톤 혹은 무채색 위주의 그림으로, 제목에서처럼 어딘가 모를 친숙하나 낯설기만 한 일상을 소환한다. 동시대를 살아가지만 무관심한 초상으로, 보편적 소외와 배척을 은유적으로, 복잡하게 그리드(GRID) 된 관계를 포함해 주체와 객체 간 외적인 것과 내적인 상황을 덤덤하면서도 건조한 여운으로 가득 채워놓았다는 게 특징이다.

후자는 ‘매립지’3) 라는 소재를 통해 ‘개발’ 아래 잃어가는 것들에 관한 씁쓸한 시각이 지배적이다. 원근법이 실종되어 내러티브를 제어하는 이 작업들은 지워지고 덮이는 것들이 단지 물질적인 것만은 아님을 고지하며, 발전·발달이라는 미명 아래 덮이는 것들 가운데는 기억과 불 안, 상실감도 내재되어 있음을 말한다. 물론 작품의 의도를 반영한 구체적인 기술(記述)도 없지는 않다.

△홍경한│미술평론가

▲각주(脚註)

1) <덮혀진 땅>에서의 ‘덮혀진’은 ‘덮다’를 동사로 하는 ‘덮인’의 오기일 것이다.

2) 이 작품들은 대부분 부감법을 바탕으로 부분 확대한 양태를 보인다.

3) 매립지는 기존의 땅을 덮어 용도를 확장하기 위한 장소이다. 사전적 정의로는 낮은 땅을 돌이나 흙 따위로 메워 돋운 땅을 가리키지만 현실적으론 인간 삶의 질을 위한다는 미명 하 에 자행되는 지하수와 지표수 오염을 비롯한 다양한 불완전 요소들의 무덤이기도 하다. 남들 이 관심 두지 않는 곳에 시선을 고정시켰다는 점에선 사회적 소외와 함께 어떤 책무를 기대 하지만 현실계에선 참으로 외로운 작가로써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