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미션 임파서블:폴아웃'의 한 장면. 톰 크루즈가 벼랑에 매달려 있다.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게 해 흥미를 유발하는 것을 ‘클리프 행어(cliff hanger)’ 즉 미결 상태라 한다. 사람들은 언제, 어떤 보상을 받을지 예측할 수 없을 때 훨씬 강한 쾌락을 느낀다. 소셜미디어, 게임, 온라인쇼핑 등 테크놀로지 산업은 대량 판매를 위해 이런 소비자 심리를 공략한다.

요즘 사람들은 매시간 3차례 이상 휴대폰을 들여다 본다. 휴대폰 평균 사용시간은 하루 3시간이다. 한 달로는 100시간, 평생으로는 11년간이나 된다. 수면을 제외하고 그 어떤 일상 행위보다 길다.

18~24세의 77%는 일 없을 때 가장 먼저 휴대폰을 찾고, 18~64세의 60%는 잠잘 때 머리 맡에 휴대폰을 둔다. 잠자리에서 휴대폰을 보느라 성인 50%는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성인 46%는 휴대폰 없이는 못살겠다고 말한다.

이 탓에 인간의 평균 집중력 지속 시간은 2000년 12초에서 2013년 8초로 떨어졌다. 9초인 금붕어보다 못한 수준이 되었다.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 초조, 공포에 휩싸이고, 휴대폰 사용을 제지하면 폭력적 반응까지 보이는 금단현상을 ‘노모포비아(Nomophobia)’라고 한다. 2012년 실시된 영국인 대상 조사에서 응답자의 66%가 노모포비아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2015년 조사에서는 노모포비아 증상을 가진 사람은 2억8000만명으로 추산되었다. 이들로 나라를 만들면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 인구대국이 된다.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애덤 알터 지음, 부키 펴냄)에 따르면, 오늘날 테크놀로지 산업은 중독을 유발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중의 대량 소비를 유도하려는 의도에서다. 소셜 미디어, 휴대폰, 비디오 게임, 이메일, 온라인 쇼핑에는 '목표, 피드백, 향상, 난이도, 미결, 관계' 등 인간 욕구의 여섯 요인을 이용한 ‘행위 중독’ 메커니즘이 작동되고 있다.

◇목표=직장인의 70%는 이메일이 도착하면 평균 6초만에 열어 본다. 하루 근무 시간 중 4분의 1을 메일 정리에 쓰고 1시간에 평균 36번 메일을 확인한다. 중단했던 업무에 다시 몰입하는 데는 25분이 걸리는데, ‘수신함에 읽지 않은 메일 없음’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달린다.

피트니스 스마트워치를 착용하면 매일 일정한 걸음 수를 걸어야만 한다. 비디오 게임을 하면 최고 점수를 경신해야만 마음이 놓인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서는 팔로어와 ‘좋아요’ 숫자가 기대하는 만큼 늘어나야 직성이 풀린다. 이런 ‘목표 추구’는 “끝없는 실패 상태”에 놓이는 삶을 초래한다.

◇피드백=피드백에는 시청각적 강화 요인이 중요하다. 게임의 경우 미션을 잘 수행했을 때 알록달록한 캔디가 부서지고, 딩동 소리가 나고, 점수가 번쩍거려야 이용자 반응이 뜨겁다.

2015년 4월 1일 만우절을 맞아 소셜 뉴스사이트 ‘레딧’이 이벤트를 벌였다. 버튼 하나를 마련하고 60초에 맞춰진 타이머가 0초로 내려가지 않도록 누르라고 했다. 각자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타이머는 누군가가 누르면 다시 60초로 돌아갔다.

레딧 가입자들은 타이머가 0초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앞다퉈 버튼을 눌렀다. 어떤 보상도 이익도 없는 행위에 수백만 가입자들이 밤을 새워 가며 매달렸다. 48일이 지나 더 이상 버튼 누를 사람이 없게 되었을 때 타이머가 0초로 떨어졌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저자는 "페이스북의 ‘좋아요’ 기능이야 말로 중독성 강한 피드백으로서 '최초의 디지털 마약'"이라고 지적한다.

◇향상=게임 상품들은 ‘향상’ 방식으로 멀쩡한 사람들을 낚아챈다. 무료 게임을 심심풀이로 하다가 어느 순간 생계비를 다 날리게 만든다.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에는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정교한 보상 사이클이 내장되어 있다. 게임 초반에는 보상이 신속하게 제공된다. 두세 번 공격하면 괴물이 죽고, 5~10분 만에 한 레벨이 올라간다. 그러나 높은 레벨에 올라갈수록 보상과 보상간 시간간격이 멀어진다. 그러면서 “1시간을 기다려 ‘목숨’을 더 얻든가 99센트를 지불하고 계속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나온다. 즐기려고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불행하지 않기 위해 계속하게 된다.

◇난이도=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는 학습 내용이 자기 능력보다 약간 어려울 때 학습 능력이 최대한 발휘되고 가장 강하게 동기 유발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애플워치나 핏비트 같은 웨어러블 기기 이용자들이 힘들어도 운동을 계속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미결=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게 해 흥미를 유발하는 것을 ‘클리프 행어(cliff hanger)’ 즉 미결 상태라 한다. 한 실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보상을 언제 받을지, 어떤 보상을 받을지 예측할 수 없을 때 훨씬 강한 쾌락을 느꼈고 쾌락 강도는 실험 끝까지 지속되었다. 새 보상이 제공될 때마다 클리프행어 상황에 놓였으며 기대에 따른 흥분감으로 더 강한 쾌락이 오래 이어졌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길트’는 하루 이틀 정도 회원만 참가할 수 있는 깜짝 세일을 한다. 예고 없이 하기에 회원들은 화면을 끊임없이 새로 고침 하며 그때마다 미세한 미결 상태를 겪으면서 흥분을 맛본다. 정오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접속이 폭주하는데 이때 수익이 100만 달러를 넘기도 한다.

넷플릭스는 한 에피소드의 마지막을 항상 미결 상태로 끝내 버리는 바로 이 메커니즘으로 궁금증을 유발해 시청자들을 드라마 ‘몰아 보기(정주행)’에 빠뜨린다. 2012년 넷플릭스는 ‘포스트-플레이’라는 기능을 도입했는데, 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5초 뒤 자동으로 다음 에피소드를 틀어 주는 기능이다. 이 사소한 변화는 엄청난 결과를 불러와 전에는 다 보는 데 몇 달이 걸리던 한 시즌 분량을 4~6일 만에 몰아 보게 만들었다.

◇관계=게임 중독은 ‘사회적 교류’ 즉 ‘관계’ 때문에 빚어진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게이머들은 같은 미션을 수행하면서 잘 해내면 칭찬해 주고 막강한 적에게 패하면 다독거려 주며 서로 의지하는 친구가 된다. 이런 온라인상의 ‘관계’는 위험하다. 실제와 거의 똑같은 가상의 우정을 맺으면서 성장한 뇌는 실제 세계의 교류에 적응하기 힘들게 된다.

한편, 저자는 현대인 대다수에게 해당하는 온건한 형태의 행위 중독은 삶을 꾸리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해법이라고 말한다. 또한 예방차원에서 부모는 자녀에게 화면 기기를 하루에 얼마나, 어떻게 사용하도록 할지 지도하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