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G20 후 열린 협상이 빈손으로 끝나자 두 나라가 결국 정면충돌로 치닫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중국과 협의할 준비가 안 됐다”면서 “내달 예정했던 무역협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나아가 중국 화웨이를 두고는 “우리는 그들과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장기전'에 대비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를 향해 '금리 인하'를 거듭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지만, 중국에 대항 강경대응 기조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시선이 집중된다.

전쟁의 격화

미국과 중국은 최근 G20을 통해 경제전쟁 휴전에 돌입했으나, 지난달 3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협상은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협상단이 상하이에 도착해 중국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현지 대표단과 협상을 시작했으나 내달 워싱턴에서 2차 회담을 열자고 합의한 것 이상의 성과는 없었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이 시작됐다. 회담 결렬 직후 트위터를 통해 내달 9월 1일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중국이 내년 재선을 앞 둔 트럼프 대통령을 대상으로 ‘시간끌기’에 들어갔다는 의혹이 작용했다.

5일 홍콩 역외시장 기준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전 거래일보다 1.98% 급등한 7.1092위안까지 솟구치자 논란은 더욱 커졌다. 나아가 중국 정부가 고시하는 기준환율도 11년만에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며 사실상 위안화 약세를 용인한다는 시그널을 보내자 미국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중국이 관세 폭탄의 타격을 막으려 인위적인 위안화 시세 조작에 나섰다고 봤기 때문이다.

중국은 희토류 전략 무기화 카드를 빼들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 중국희토류산업협회가 성명을 통해 "우리의 전력을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쓸 준비는 끝났다"면서 "중국 정부의 맞대응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희토류 전략 무기화 카드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채굴가능 희토류 추정 매장량은 1억2000만톤이며, 이 중 중국의 추정 매장량은 전체의 36.7%인 4400만톤에 이른다. 생산량 기준으로 보면 중국의 희토류 생산 비중은 80%가 넘는다.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나섰다. 미국 정부가 8일 자국 정부기관이 화웨이, 하이크비전을 비롯한 중국 5개 업체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절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미 연방조달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화웨이 및 5개 중국 기업의 명단을 올려 그 내용을 잠정고시했으며, 규정은 13일부터 발효된다.

중국 외교부는 8일 화춘잉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이 중국의 특정 기업들을 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대우하고 있다"면서 "모든 필요한 조치를 통해 중국 기업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반발했으나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화웨이도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 9일 운영체제 훙멍을 공개했다. 훙멍은 리눅스 기반의 운영체제며 중국 신화에서 천기가 개벽하기 전 자연적인 원기를 상징하는 단어라는 설명이다. 중국 한족 중심의 대국굴기를 운영체제 철학으로 담았다는 평가다. 영문은 하모니(Harmony)로 정해졌다.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서 개최된 화웨이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훙멍을 전격 소개했다. 그는 훙멍이 세계에 더욱 큰 화합과 편리함을 가져다주기를 원한다"고 말하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미중 경제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자 화웨이가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 플랜B를 가동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압박 통할까?

미국과 중국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며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협상을 취소할 뜻까지 시사한 것은 심각한 일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범죄인 인도법을 둘러싸고 촉발된 홍콩 시위에서 시위대와 중국 정부의 대립이 격렬해지는 한편, 이 과정에서 미국까지 관련된 다양한 논의가 나오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북한의 발사체 발사를 비롯해 한일 경제전쟁의 추이를 살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무역전쟁을 통화전쟁으로 확전시키는 가운데, 다양한 주변 현안들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미중 경제전쟁의 판도도 바뀔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