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조, 192×189㎝ 한지+채색+먹, 1996

한국화단의 중진격인 송수련은 이제까지 상호 대치되는 요소들, 즉 자율성과 억제, 우연과 의도, 직관적 감성과 지적 계산사이를 넘나들며 특유의 가라앉은 듯 온화하면서도 흡인력 있는 색조의 화면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작업, 화단에 공감대를 폭넓게 형성해왔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일 근작들은 이전까지의 그의 작업을 지배해왔던 은은하면서도 깊이 있는 발묵 담채에 면면이 나타나고 있는 우연적인 필선과 획들의 특징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으나 아마도 위에서 언급한 한국성의 문제가 이전보다 더욱 그를 사로잡은 듯 형상의 소재와 구성에 있어서도 전통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항상 그림자처럼 어두운 듯 수줍은 듯, 따뜻하면서도 끈질긴 마치 전통적인 한국여인의 미를 환기시키는 듯한 그의 한지 작업은 역사 속에 잊어진 형상들의 잔영들을 떠 올리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향수어린 감회에 젖게 하곤 했다.

▲ 165×135㎝ 장지+채색+먹, 1994

부연해 분청사기의 빗살문양에서 영감을 차용한 반복적인 점 혹은 선묘는 화면에 새로운 율동감과 생기를 주며, 빈번히 드러나고 있는 퍼질듯 풍만한 원형형태는 넉넉한 품을 지닌 이조백자항아리를 연상케 한다.

여기에 간결하고 직관적인 필선으로 정의, 간헐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새, 물고기, 꽃 등도 전통한국화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모티브들이다.

그러니 밤색, 어두운 청화색들을 선호하고 있는 그의 화면들에서 구성의 근간을 이루는 체계는 그의 작업방식의 계율처럼 고수하고 있는 대비에 의한 조화의 미학, 예를 들면 색채에 있어서 색깔, 채도, 명도의 동시대비에 의한 조화라든가, 또는 형태에 있어서 유기적인 형상과 기학적 형태의 대비, 혹은 공간구성에 있어서도 면적과 크기의 대비에 의한 조화의 미학은 이전이나 근작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다.

 

다시 말해 한국성의 모색을 소재와 기법에서의 변화를 통해 구하려고 하는 송수련(한국화가 송수련,한지화가 송수련,송수련 화백,宋秀璉,SONG SOO RYUN,송수련 작가,Hanji Painter SONG SOO RYUN,한지작가 송수련,여류중견화가 송수련, KOREA PAPER ARTIST SONG SOO RYUN, KOREAN PAPER ARTIST SONG SOO RYUN)의 의도는 그의 본연의 성격을 전복시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모색에 대한 작가 나름대로의 해석으로 생각된다.

△글=송미숙/미술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