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최근 여성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패션·뷰티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레깅스 같은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와이어나 안에 패드가 장착된 속옷들은 패션 아이템인 ‘브라렛’으로 진화했다. 또한 아예 불편한 속옷 자체를 거부하는 목소리도 커지면서 여성용 ‘니플패치’의 매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 블랙야크 야크타이츠 시리즈 화보. 출처=블랙야크

패션업계에서는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요가와 필라테스에서 많이 입던 레깅스가 일상을 넘어 여름철 물속에서도 입기 시작했다. 이러한 ‘애슬레저룩’ 트렌드는 운동경기를 뜻하는 ‘애슬레틱(athletic)’과 ‘레저(leisure)’를 합친 말로, 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가벼운 스포츠웨어를 의미한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애슬레저 의류 시장 규모는 2016년 1조 5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3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국내 레깅스 시장은 올해 7000억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레깅스는 애슬래저룩을 이끈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다.

아웃도어 의류브랜드 K2는 등산갈 때 입을 수 있는 ‘하이킹 타이즈’를 선보였다. 하이킹타이즈는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여성들을 위한 등산바지로 편안하고 활동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기존 등산바지보다 한층 슬림하고 실루엣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가볍고 스트레치성이 뛰어나 내구성이 우수한 소재를 적용하여 착용감이 뛰어나다. 특히 허리 이밴드(E-Band)를 강화해 허리에서 힙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깔끔하도록 실루엣을 살렸으며, Y존에 소취 소재의 패치를 적용해 오랜 활동에도 쾌적한 느낌을 선사한다. 세로 절개 및 사선 절개 라인 등의 디테일로 포인트를 주었다. 신축성 좋은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허리 밴드를 강화해 흘러내리지 않도록 했다.

▲ 블랙야크 야크타이츠 시리즈 화보. 출처=블랙야크

등산의류로 유명한 블랙야크도 아웃도어용 레깅스인 ‘야크 타이츠’ 시리즈를 출시했다. 잘 늘어나는 스판 섬유가 포함된 자체개발소재 야크 프리를 적용해 활동성을 높였다. 넓은 허리 밴드로 복부를 단단하게 잡아줘 흘러내릴 걱정 없는 T트리아 레깅스, 레깅스와 반바지가 붙어 있는 남녀 모두를 위한 반바지 일체형 제품 등이 있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산이 치유와 휴식의 공간으로 인식되면서 산행과 트레일 워킹을 즐기는 2030 젊은 층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라인을 잡아 주며 펄럭이지 않는 타이츠는 아웃도어 패션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지만, 패션만 강조된 일반 레깅스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애슬레저 업계 관계자는 “워터 레깅스는 기존 제품보다 기능성을 강화해 햇빛에 덜 타고 물이 빠르게 말라 시원한 장점이 있다”면서 “이번 휴가 시즌을 맞춰 판매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옷차림이 간편해지면서 속옷의 의미도 가벼워지는 추세다. 인위적인 볼륨감을 위해 착용하던 브래지어보다는 와이어 없이 본인 몸에 잘 맞고 편안한 속옷을 선호하는 여성이 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소비 흐름에 따라 속옷의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 비비안 브라렛 제품. 출처=남영비비안

속옷 브랜드 남영비비안에 따르면 올해 1~7월 비비안의 브라렛(노와이어 브래지어 제품) 등 제품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반면 와이어 브래지어를 내세운 대표적인 속옷 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의 판매량은 지난 3년간 하락세를 보였다. 이처럼 여성 속옷의 변화는 ‘탈 코르셋 운동’(여성다운 외모와 꾸미기를 강요하는 사회적 고정관념에 대한 저항)의 영향으로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장식과 디자인에 대한 거부 반응이기도 하다.

남영비비안은 등 부분 디자인이 특징인 브라렛을 출시했다. 물결 같은 곡선 패턴의 레이스가 홀터넥 스타일로 어깨까지 올라와 뒤로 이어지고, 교차해 등을 감싸 내려온다. 비침이 있는 겉옷과 함께 시스루 스타일로 연출하거나 파임이 깊은 옷과 함께 매치할 수 있다.
 
착용감도 쾌적하고 편한 것이 장점이다. 홑겹 원단과 부직포 컵은 가볍고 통기성이 좋아 봄, 여름 계절에 쾌적하게 입을 수 있다. 움직임이 많아도 편하도록 부드럽고 신축성 있는 원단을 사용했다. 또한 안정감을 높이기 위해 등 부분을 X자 형태로 변형한 스타일을 적용했다.

남영 비비안 관계자는 “요즘은 가슴을 조이지 않고 편안함을 주는 제품이 인기다”면서 “움직임이 커도 안정감을 주는 런닝형 모양과 통기성 좋은 홑겹 원단으로 착용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브라렛과 레깅스 같은 애슬레저 의류가 일상복으로 자리 잡은 것은 같은 맥락이다”면서 “주된 소비층인 20~30대 여성 중심으로 이런 변화가 일어나자 여성 속옷업체들도 볼륨감과 실루엣을 우선시하던 제작 관행을 내려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예 불편한 속옷 자체를 거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 니플커버나 밴드(유두 가리개)를 구매하던 남성에서 여성 소비자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리브영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여성용 니플밴드 매출은 131% 수직 상승했다. 같은 시기 남성용이 32% 늘어난 데 비하면 크게 성장한 수치다.

▲ 올리브영 니플커버 (실리콘) 제품. 출처=CJ올리브네트웍스

우선 여성들이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 큰 이유는 불편함이다. 왕모씨(여·28)는 “요즘 같은 더운 날 땀이 나는 상태에 브래지어를 착용하면 너무 덥고 답답하다”면서 “일부러 브라렛을 구매해 착용했지만 소화가 안되는 문제는 여전했다. 그러다 한 달 전부터 니플패치를 이용한 뒤 소화불량이 깔끔하게 사라졌다”고 말했다. 

탈코르셋을 전향한 한 뷰티유튜버는 “지금까지 여성의 외관적인 모습은 보여지는 대상으로만 해석되었다”면서 “탈브라와 쌩얼은 자기만족과 단지 악세사리일 뿐 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J올리브넥트웍스 관계자는 “니플패치는 옷맵시를 살리는 용도에다가, 답답한 속옷에 대한 대체품으로 최근 여성들 사이에서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