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재차 겨냥했다. G20이 종료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화웨이 제재 완화를 시사했으나,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격렬해지며 상황은 시계제로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 미중 경제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화웨이 잔혹사
미국 정부가 8일 자국 정부기관이 화웨이, 하이크비전을 비롯한 중국 5개 업체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절차에 돌입했다. 미 연방조달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화웨이 및 5개 중국 기업의 명단을 올려 그 내용을 잠정고시했으며, 규정은 13일부터 발효된다. 

국가 안보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면 2021년 8월 13일까지 해당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유예되지만 , 업계에서는 60일간의 의견 수렴 기간 동안 화웨이 장비 사용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더 거셀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중국이 미국 농수산품 수입을 약속했으나 이를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8일 화춘잉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이 중국의 특정 기업들을 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대우하고 있다"면서 "모든 필요한 조치를 통해 중국 기업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화웨이가 제재 대상에 다시 포함되는 분위기를 좌시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미중 무역전쟁 정국에서 화웨이는 항상 희생물로 비유되고는 한다.

중국은 양회를 통해 스마트제조 2025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중심으로 샤오캉 시대를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은 기술육성에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기술패권을 가지겠다는 야망이다.

스마트제조 2025는 총 3단계로 이어진 중국 제조업 발전 계획이자 국가 혁신 계획이다. 1단계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양적인 제조강국에서 벗어나 질적인 스마트 제조 플랫폼을 가진 국가로 거듭나는 것이다. 2단계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글로벌 스마트 제조 시장에서 최소한 중간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3단계는 2036년부터 2045년까지 글로벌 무대를 석권하는 것이다.

그 선봉에 선 것이 글로벌 통신장비 업계의 강자이자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화웨이다. 미국이 집요할 정도로 화웨이를 노린 이유다. 여기에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유착되어 있으며 소위 백도어를 운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화웨이 사태가 심각해진 전초전은 ZTE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ZTE는 지난 2017년 3월 이란과 북한에 대한 수출 금지령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미국은 지난해 4월 16일 ZTE를 대상으로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를 발표하며 압박했고 ZTE는 크게 휘청였다. ZTE는 5월9일 홍콩증권거래소에 '회사의 영업활동이 중단됐다'는 자료를 보낼 정도로 존립을 위협받았다.

자연스럽게 ZTE와 유사한 통신 사업자 화웨이가 논쟁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미국 하원은 2012년 10월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 ZTE 관련 국가안보 문제 조사 보고서'를 통해 사실상 화웨이를 북미 시장에서 몰아내는 등 오랫동안 반감을 보인 바 있다. 그리고 미중 무역전쟁과 동시에 미국은 화웨이의 중국 정부 유착설을 제기하며 대대적인 규제에 나서기 시작한다.

화웨이라는 희생물을 바탕으로 불을 뿜던 미중 무역전쟁은 지난해 12월 1월 극적인 타협점을 찾았다. 미국과 중국이 G20 정상회담에서 만나 90일의 휴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휴전을 짧고 갈등은 길었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의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이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전격 체포됐기 때문이다.

이후로는 공방전이 벌어졌다. 런 창업주는 전면에 나서 “우리는 30년동안 170여 개국과 30억명의 인구에게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했고, 그동안 사이버 보안 문제가 일어난 일은 없었다”면서  “사이버보안 및 개인 정보와 관련해 애플의 사례를 본받고 있다. 고객들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기보다는 차라리 회사 문을 닫는게 낫다”고 주장하는 등 호소에 나섰다.

올해 초 화웨이는 핵펀치를 맞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명령을 통해 자국 기업과 화웨이의 거래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ICT 경쟁력이 주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가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이라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당장 글로벌 기업들이 화웨이를 등지기 시작했다. 구글이 최신 안드로이드에 대한 화웨이의 접근을 차단한다고 발표했으며 인텔과 퀄컴 등이 화웨이에 칩과 부품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왔다. 심지어 영국의 암도 돌아섰다. 그 연장선에서 미국과 중국은 대만, 홍콩 문제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다양한 영역에서 첨예하게 충돌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화웨이에게 불리하게 돌아간 것은 아니다. 화웨이는 유럽과의 유대를 바탕으로 미국의 주장에 반박하는 한편, 법적 공방을 불사했다. 실제로 3월 7일 화웨이는 미국 국방수권법(NDAA) 제 889조가 위헌이라고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화웨이 보이콧을 외쳤던 와이파이협회 및 블루투스협회, 최대 국제 학술단체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빠르게 화웨이의 손을 다시 잡았고 화웨이와 일찌감치 동맹전선을 구축한 영국은 아예 화웨이 장비로 5G 장비 일부를 채우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화웨이는 적극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송 리우핑(Song Liuping) 화웨이 최고법률책임자는 6월 중국 선전 화웨이 본사에서 가진 간담회를 통해 "정치인들이 지적재산권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특허 보호 시스템의 신뢰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일부 정부가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선별적으로 박탈한다면, 전 세계 혁신의 토대가 허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올해 G20을 기점으로 화웨이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해소국면에 접어들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G20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난 후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기업과 화웨이의 거래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 화웨이의 제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화웨이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들어 전격적인 유화 제스쳐를 보여준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삼성전자의 경우 화웨이 스마트폰이 미국의 제재로 휘청일 경우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으나, 더 큰 매출이 나오는 반도체에서는 악재가 예상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와 미국 기업의 거래가 정상화되면 큰 틀에서 이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 송 리우핑(Song Liuping) 화웨이 최고법률책임자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웨이

다시 붙은 미국과 중국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 관세폭탄을 던지며 무역전쟁을 벌였으나 G20을 통해 극적인 화해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직전까지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추가 관세 부과에 나서는 한편 중국의 기술굴기 선봉장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에 돌입했으며, 중국은 희토류 전략 무기화 카드를 꺼내는 한편 6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의지를 강조하는 등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으나 아슬아슬한 휴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평화는 역시 오래가지 않았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협상단이 지난달 30일 상하이에 도착해 중국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현지 대표단과 협상을 시작했으나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이 시작됐다. 회담 결렬 직후 트위터를 통해 내달 9월 1일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중국이 내년 재선을 앞 둔 트럼프 대통령을 대상으로 ‘시간끌기’에 들어갔다는 의혹이 작용했다.

사태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당장 5일 홍콩 역외시장 기준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전 거래일보다 1.98% 급등한 7.1092위안까지 솟구쳤다. 역내 시장에서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7.0397위안까지 오르며 이른바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고시하는 기준환율도 11년만에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섰다. 사실상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며 전면전에 나선다는 의지다. 결국 미국은 중국이 관세 폭탄의 타격을 막으려 인위적인 위안화 시세 조작에 나섰다고 봤으며, 결국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여기에 러시아에 이어 미국이 중거리핵전력 조약(INF)에서 탈퇴하며 신냉전 시대가 벌어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이 다시 희토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가운데 그 연장서에서 미국이 다시 중국 화웨이에 대한 압박에 나선 셈이다.

▲ 화웨이는 파리콜에 합류했다. 출처=화웨이

화웨이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 많다. 두 나라의 경제전쟁에 휘말려 여러차례 위기를 넘긴데다 자사를 중국 정부의 숨은 조력자로 보는 미국의 시선을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화웨이는 자사의 지배구조를 상세히 설명해 중국 정부와의 연관성을 털어내는 한편 사이버 보안 문제를 공동으로 대응하는 국제 협약인 '파리 콜(Paris Call)'에 가입하는 성의까지 보였다. 

2018년 11월 프랑스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파리 콜은 사이버 보안을 위해 정부, 기관, 기업 등이 협업할 것을 약속하는 선언이다. 이에 참여하면서 미국의 의심을 덜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현 상황에서는 가시밭길만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