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서인원 기자] 서울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홍대거리가 최근 힘을 잃어가고 있다.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서 가장 많이 찾는다는 홍대거리에 무슨일이 생긴걸까. 언제부터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기위해 지난 7일과 8일 이틀간 홍대를 직접 찾아가 현장 취재를 했다.

▲ 공사 중인 가게 모습. 사진=서인원 기자

홍대앞 거리는 왠지 어수선했다.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수선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빈 가게가 곳곳에 보였고 새 임대주를 맞아 공사하는 가게도 눈에 띄웠다. 예전의 홍대거리라 하기에는 뭔가 빠져있는 느낌이었다. 

홍대거리에 위치한 한 정육점 직원은 "매출이 작년에 비해 줄고, 고깃집들이 많이 떠나는 것 같다"고 했다. 인근 카페 직원은 “커피를 다른 가게에 배달하면서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다들 매출이 조금씩은 줄었다고 한다"며 "다들 서로 가게에 사람 많냐고 여쭤들 보시는데 요새 딱 봐도 지나다니는 사람이 예전에 비해서 적은 편이다. 저희 가게도 인건비와 자재 등 나가는 비용이 늘은 상황에서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어 홍대거리의 메인거리에 있는 한 사주카페로 들어갔다. “아뇨. 경기는 나아질 기미가 없습니다.” 7년 동안 이 거리를 지켜 보며 홍대거리 변화를 함께했던 사주 카페 직원이 경기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다.

어려움에는 상권 분산된 탓도... 외국인 매출 비중 높아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최근 경제적인 어려움의 이유로 인건비와 재료비 상승 등 고정비 요인을 지목했다. 젠트리피케이션(대자본을 갖춘 기업 프랜차이즈 매장 출현으로 중소 상인의 브랜드가 밀려나는 현상)에 대해선 동일한 목소리를 냈으나 임대료와 관련해선 다소 의견이 갈렸다. 동결됐다거나 인하했다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괄적인 사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7일 만난 L사주카페 직원은 “지난해도 썩 경기가 좋진 않았다. 그러나 그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예전엔 주말에 줄 서서 다녀야 했고, 빨리 지나가지도 못했다. 평일에도 저녁시간은 그랬다. 그런데 이제 그런 일이 없다. 돈을 안 쓰기도 하지만 다니는 사람이 줄었다”고 이야기했다. 나아질 기미가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가게도 작년에는 최소한 기본적으로 오는 손님이 있고, 그 토대하에서 손님이 줄거나 늘거나 했지만 지금은 기본 토양 자체가 무너졌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인근에 번호표를 뽑고 줄서서 먹던 맛집도 손님이 많이 줄어 보였다. 예전에는 평일에도 번호표를 뽑고 줄 서서 대기하던 집이었는데 이제 그런 풍경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는 “요즘은 근처 가게 음악소리가 시끄러워도 줄여 달라고 못한다. 서로 사정을 아니 그런 것”이라며 “손님도 없는데 음악이라도 틀어놔야 하지 않겠냐”라고 털어놨다.

▲ 7일 저녁 무렵 홍대거리. 사진=서인원 기자

불야성으로 유명했던 홍대도 옛 말이다. 그는 “5~6년 전만해도 새벽 2~3시까지 밤인지 낮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으나 지금은 10시만 넘어도 사람이 확 준다”며 “학생들이 돈을 안 쓴다. 긴축이라는 걸 아는 어른들은 이해해도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학생들 주머니에서 돈 안 나오면 시장에 돈이 잘 안 도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한일 간 충돌 등 외부적 문제로 앞으로 2~3년은 더 힘들 것이라는 불안감도 보인다. 다만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와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말도 나왔다. 근처 한 옷 가게 직원은 “외국인 비중이 굉장히 높다”며 “우리 업 특성상 그 비율은 반반”이라 밝혔다. P파스타 사장은 "홍대거리는 외국분들이 오히려 많다. 공항철도로 한 번에 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 가게도 외국인이 반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역시 어렵다.

상인들은 홍대에서도 연남, 망원, 합정 등 상권이 커지며 소비가 분산된 탓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 잠실 송리단길 등 다른 외부 상권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대 말고도 갈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P파스타 사장은 "서울대입구역 샤로수길 등 다른 동네에 이것저것 골목과 맛집이 많아지고, 또 홍대에서도 연남과 합정으로 사람들이 분산되다 보니 사람들이 가는 곳이 다양해졌다"며 "홍대거리도 핵심 메인 상권은 아직 괜찮지만 안쪽 골목은 마케팅이나 광고를 많이 하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많이 어려운 듯하다"고 답했다.

▲ 길거리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 사진=서인원 기자

골목 상권 많이 죽고 메인 거리도 쉽지 않아

홍대거리 H중개사무소는 “지난해 비해 상권이 많이 죽었다”고 표현했다. 메인 거리는 그나마 좀 나은데 골목 쪽은 초토화라는 것이다.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망원, 연남, 합정 등 넓어진 홍대 상권으로 빠져나가면서 골목길을 잘 찾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H중개사무소에 따르면, 30~40평 기준 1층은 임대료(월세)가 2500만원, 평균적인 권리금은 대략 3~4억원대에 이른다. 다만 H중개사무소는 권리금은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위치가 좋은 곳은 5~7억원까지도 이른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보증금 관련해선 “굉장히 잘 되는 곳은 30평 기준 4~5억의 보증금을 요구한다. 2억이면 오히려 저렴한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안에서도 집집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건물주들이 세입자가 바뀔 때 많이들 올리니, 일괄적으로 평균을 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임대료 상승 관련해서는 “지금도 엄청 심각하고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결국 개인들은 못 버티고 프랜차이즈밖에 올 게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7월 3일 발행한 <국토이슈리포트>를 통해, 주요 대학가(홍익대, 건국대, 한양대, 경희대) 쪽으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집중된다고 밝힌 바 있다. 마포구 홍익대 인근은 국토부가 마련한 젠트리피케이션 지표값에서 경계 및 위험 단계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국토연구원

이와 관련, 젠트리피케이션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봤다.

홍대거리의 S고깃집 사장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임대료 올린다고 봐야 한다. 적자 나면서도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들어오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런데 그쪽도 들어왔다가 버티기 힘들어 하는 것으로 안다. 10년 계약했는데 2년 만에 빼 달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건비도 문제다. 다른 가게를 보면 직원보다 못 가져가는 경우도 많아 점차 인력을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이제는 손익분기점만 맞춰도 다행이라 생각하는 분위기다. 현상 유지에 그치고 있는 가게들은 그나마 한숨 돌린 것"이라며 "가게를 내놓는 곳이 많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쇠락한 신촌 상권처럼 홍대거리도 그렇게 될까 봐 걱정이다. 안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어 "서울의 메인 상권인 홍대도 이런데, 다른 지역은 어떨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저기 이제 정리하나 봐”

8일 오후 1시 10분께 홍대거리를 지나가다, 행인 3명이 하는 이야길 들었다. 화려한 홍대거리의 현실을 압축한 말이었다.  

이틀간 지켜본 홍대거리는 학생들과 외국인들로 활기가 살아 있었다. 공항철도로 오기 편하다는 점에서 관광지로서 매력은 충분하다. 젊음의 거리라는 표현도 여전히 유효하다. 일단의 숨통은 트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