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가게들이 자주 바뀐다. 오픈한 지 3년 이상 된 가게는 몇곳에 불과하다” "최근 임대료 급등으로 개성있는 점포보다는 옷가게와 악세사리 가게 혹은 대형브랜드 가게들이 들어오고 있다" "잘나가는 익선동에도 역시 젠트리피케이션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서울 익선동 한옥 마을 거리 초입에 있는 카페 직원 황씨는 "이 동네 가게들이 너무 빨리 바뀌어 늘 새롭다"고 말한다. 장사만큼 수익성이 안좋아서 손바뀜이 심하다는 의미인지 헷갈리기까지 했다.

지난 7일 저녁 요즈음 서울에서 제일 핫하다는 익선동 한옥마을 골목거리를 1년만에 다시 찾았다. 낯선 상점들의 간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1년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옷가게와 악세사리 가게들도 눈에 띄었다. 

점심보다 저녁 장사가 잘 되는(?) 익선동 한옥 골목거리

▲ 사진 = 신진영 기자 

이곳에서 장사를 하시는 카페 등 여러 상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익선동 한옥 골목 거리는 저녁 시간 오후 7시에서 오후 9시 사이가 가장 붐빈다. 기자가 실제로 지켜본 결과는 오후 7시부터 인파가 밀려들면서 오후 8시에서 9시 사이가 최고조에 달해 걸어다닐 틈도 없다가 그 이후 10시까지 한시간만에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이 골목 점포들이 오후 10시 정도에 반 이상이 마감을 하는 이유다. 

익선동 한옥마을 거리에는 총 100여 개의 상점이 있다.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여기는 사람들이 주로 저녁에 많이 찾아와요” 익선동 한옥 마을 거리에서 폐지를 모으고 있는 할머니의 말이다.

익선동은 오래된 한옥이 밀집된 한옥 골목거리가 메인 상권이다. 지난 4~5년사이에 이곳을 중심으로 익선동 상권은 주변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익선동을 찾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연인에서 가족, 회사가 끝나고 온 직장인들 그리고 관광을 온 외국인들까지 많은 인파가 북적인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 인파가 붐비고 화려한 거리 점포들이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구경 오는 손님은 많아도 매출은 올라가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임대료가 그 이유다.

▲ 사진 = 신진영 기자 

"줄서는 몇 곳 제외하고는 올해들어 매출 대부분 절반이상 줄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차를 파는 카페로 들어 갔다. 카페 직원에게 최근의 매출 상황이 어떠냐고 물었다. 카페 직원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연초에 근무할 때와 비교하면 하루 매출이 절반수준으로 줄어 든 것 같다"며 "최근 무슨 이유 때문인지 매출 변화가 너무 심한 것 같다"며 걱정하는 투로 답을 했다 .

디저트 전문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은 "매출은 체감 상 작년 대비 줄었다"고 말했다. 카페, 경양식집 등 총 다섯 군데에 물어 보니 한결 같았다. 그들은 "올해 매출은 작년 대비 최대 30% 줄었다"며 "지난해보다는 손님들이 없다"고 말했다. 

현장을 돌아본 결과 각 상점이 느끼는 불황여파는 미묘하게 달랐다.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손님들이 몰리고, 그렇지 않은 곳은 극단적일 정도로 손님이 없어 이 골목거리에도 양극화가 심했다. 그런데도 새롭게 임대인을 맞아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가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2~3년 사이에 대부분 점포 임대인 바껴, 4년이상 장수 가게는 몇 곳 안돼" 

익선동 근처 한 중개사업체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 골목거리에만 총 100여 개의 상점들이 있다. 대표님은 골목거리의 점포들은 최근 2~3년사이에 몇몇 곳을 제외하고 임대인이 모두 바뀌었다고 말했다. 대부분 2~3년전에 새로운 간판으로 바꿔달았다는 말이었다. 4년전부터 문을 열고 장수 영업을 하는 곳은 2~3곳에 불과했다. SNS에서 자주 소개된 '몇몇 곳이 3년이상 영업을 해오고 있었다. 1년내에 개업한 점포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급등한 임대료 때문에 문을 많는 점포들도 늘어나고 있다. 종로세무서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걱정을 토로했다. “이러다가 임대료가 너무 천정부지로 올라서 경리단 길 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면서 “익선동 한옥 거리에 비어 있는 상점 대부분 임대료가 비싸서 나갔다. 지난해 대비 2배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 사진 = 신진영 기자 

익선동 한옥 마을 거리를 잘 안다는 한 주민은 "이 동네는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5년 전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애초에 여기에 상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로, 당시에는 월 임대료가 100만원 정도로 저렴했다"면서 "상권이 형성돼 있지 않은 시점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당시는 6개 정도 상점이 있었을 때였다"며 "그들 대부분은 뛰는 임대료을 버겁게 견디며 남아있지만 언제까지 그럴수 있을지는 장담을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 번째는 대략 2~3년 전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000길'이 뜨면서 들어온 사람들"이라면서 "당시 거리에 30~40개 정도의 상점들이 생겼다. 그래도 지금만큼 임대료가 비싸진 않았다. 그렇지만 첫 번째보다는 2~3배 비쌌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지막은 최근 들어온 사람들"이라면서 "임대료가 천정부지 상황일때 들어온 사람들이다. 약 80여 개의 상점들이 들어왔는데 임대료는 지금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N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임대료가 2~3배 정도 올랐다. 현재 권리금은 평균 1억에서 3억이며, 월세는 평당 15만원에서 30만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매매가는 3.3m2당 6000원에서 7000원을 호가한다.

임대료가 높아지는 이유, 반짝하고 뜨는 거리의 인기로 문을 닫는 상점들  

"익선동은 '관광 패키지' 영향을 많이 받는다. 창덕궁, 경복궁, 운현궁 등 소위 '궁 거리'가 있다. 그리고 익선동 한옥마을 거리는 한옥의 옛스러움과 트렌디함이 공존해 있는 거리다. 다른 거리가 흉내낼 수 없는 이곳 만의 특징이다." (N 공인중개업소 이씨)  

익선동 한옥마을 거리는 지난 2016년 tv 드라마 <도깨비>의 무대로 등장하면서 '핫'한 플레이스가 되면서 예능프로그램의 단골 메뉴로 부상하면서 최고 인기를 끌었다. 그 인기만큼이나 임대료는 껑충 껑충 뛰었다. 

여전히 익선동의 인기는 뜨겁다. 하지만 인기만큼이나 너무 많아진 점포들의 경쟁때문인지 점포당 매출은 예년만큼 올라가지 않고 있다. 천정부지로 뛴 임대료를 메우기에도 버겁다는 상인들이 늘어나면서 익선동 한옥골목 거리도 젠트리피케이션(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가 급상승해 세입자가 외곽으로 내몰리는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불황 한파가 그 동안 급속신장세를 보였던 익선 한옥골목 거리마저 삼켜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