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1. A씨는 최근 유명 커피전문점 브랜드 매장에 들렀다가 다소 찜찜한 경험을 했다. 음료로 교환할 수 있는 모바일 기프티콘을 사용해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한 뒤 매장 내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마자 음료가 완성돼 나왔다.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밀린 주문은 없는 상황이었다. A씨는 프로모션 쿠폰으로 메뉴를 주문한 탓에 직원이 대충 만들어준 건 아닐까 의심하기까지 했다.

#2. 30대 직장인 B씨는 이른 오전 한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매장에 들러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1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진열된 제품을 잠깐 둘러보는데 다음 진열장으로 고개를 돌리자마자 커피가 준비됐다. 뚜껑을 열어보니 막 나온 커피의 수면 위에 떠있을 노란 거품(크레마)이 보이지 않았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니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려다, 이미 만들어놓은 음료일 수 있겠단 생각에 맛없게 느껴지고 위생 불량이 우려되기까지 했다.

▲ 소비자들의 커피전문점 이용 실태. 출처= 커피TV, 서울카페쇼 ‘2016 커피백서’

카페 이용하는 이유 1순위 ‘수준 높은 맛의 균일화’

최근 커피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요식업계에 커피전문점 뿐 아니라 여러 업종 매장에서 커피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고품질 원두와 고가 장비, 전문 바리스타 등에 의해 만들어진 브랜드 커피의 고품질을 기대하며 적극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매장에서 서비스 수준을 스스로 낮추는 사례가 발생해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전문 온라인 채널 ‘커피 TV’와 아시아 단위 카페 전시회 ‘서울카페쇼’의 사무국이 발간한 자료 ‘2016 커피백서’에 따르면 일반인이 커피를 마시는 방법으로 ‘카페에서 구입’한다는 응답의 비율이 47%(중복응답)로 집계됐다. 가장 높은 수치다.

선호하는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로는 스타벅스(54%), 이디야(12%), 커피빈(6%) 등 순을 보였다. 스타벅스를 선호한 소비자들은 어느 지점에서도 같은 맛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신뢰성과 일정한 맛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디야를 고른 응답자들은 커피맛과 가성비에 호응했다. 조사 측은 이번 설문을 통해 메뉴 맛에 대한 고객 니즈가 과거에 비해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고객 기대를 저버리는 상품이나 서비스로 실망을 안겨주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제보 내용을 살펴보면 커피전문점이나 이외 커피 메뉴를 취급하는 매장에서 커피가 너무 빨리 제공되는 점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등 주요 메뉴들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통해 원두가루에 열·압력을 가해 물을 투과시켜 만든 에스프레소 샷으로 제조되는 ‘추출커피’다. 원두분쇄기(그라인더)로 원두를 가루 형태로 만든 뒤 포터 필터에 담아 에스프레소 머신에 결합한 뒤 작동시키면 샷이 만들어진다. 샷과 물, 우유, 시럽 등을 혼합해 컵에 담는 과정까지 마치면 통상 1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

고객이 ‘결제하고 테이블에 앉자마자’ 제공되는 메뉴는 일반적인 제조방식으로 만들어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분쇄해놓은 원두가루를 이용하거나 추출해놓은 샷을 이용했거나 미리 제조한 상품을 내놓았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나타나는 이유다.

원두가루를 우려내거나 물을 일정량 투과시키는 등 방식으로 제조하는 드립커피와 달리 추출커피는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나빠질 수 있다. 커피업계에 따르면 원두는 매장에서 쓰이기 위해 볶아진(로스팅) 이후부터 ‘산화(酸化)’한다. 원두가 산소·습도에 노출됨에 따라 발생하는 일종의 부패 현상으로 ‘산패된다’고도 표현된다. 이 경우 원두 고유의 향미가 손실되고 신 맛(산미)이나 기름 찌든 내 같은 불쾌한 향미가 강해진다.

맛에 대한 이용자 평가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시비를 가리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에스프레소가 추출된 지 오래될수록 맛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고객 주문을 접수하는 즉시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바리스타협회 관계자는 “추출한지 오래된 에스프레소는 맛이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바리스타들이 거의 쓰지 않는다”며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표준화시킨 맛을 매장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스프레소 맛을 좌우하는 변수가 다양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통상 만들어진지 오래된 샷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점은 맛 측면에서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에스프레소 샷을 추출하는 모습. 사진= 픽사베이

주요 커피전문점·베이커리 “샷 미리 추출? 있을 수 없는 일”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커피 취급 매장 가운데 스타벅스·이디야·파리바게뜨 등 세 브랜드에 커피 제조 상 매뉴얼 내용을 문의했다. 이 결과 세 브랜드 모두 매장에서 고객 주문을 접수하는 대로 제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브랜드별로 지향하는 수준의 맛을 전국 매장에서 동일하게 제공하고 위반되는 일을 방지하도록 매장 운영 매뉴얼에 명시해둔 상황이다.

매장 매뉴얼은 사업 경쟁력과 연계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대외비로 관리되고 있다. 각 업체가 매뉴얼에 관해 일부 설명한 내용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해외 연수, 장학금 등 직원 커리어를 성장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들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정직원들의 기업 충성도를 높이고 회사 방침에 입각해 근무하도록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고객 서비스를 강화해나가려는 취지다.

파리바게뜨는 매장 메뉴의 품질을 관리하는 식품안전센터에서 마련한 기준에 입각해 품질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점포나 본부의 이익을 중대하게 침범하는 등 심각한 사례가 아닌 한 벌점을 매기는 등 패널티를 부과하진 않는다. 매장 구성원들이 아무리 매뉴얼을 숙지하더라도 불특정 개인의 일탈이나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 없음을 감안한 조치다.

이디야의 경우 예비 가맹점주 교육을 실시할 때 음료 메뉴를 제작해 보관해놓고 판매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 슈퍼바이저(SV)가 정기적으로 매장을 방문해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관련 사례를 적발할 경우 시정 조치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이디야 관계자는 “커피 맛에는 바리스타 자존심이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메뉴를 미리 만들어뒀다 판매하는 것은 제조 당사자 입장에서나 운영 원칙 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