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KT&G가 올해 2분기 업계와 증권가의 예측을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를 기록했다. 업계에서 긍정적인 전망들이 나오는 가운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있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있었음에도 이를 모두 덮을만한 의외의 호재들이 함께 작용했기 때문이다.    

KT&G는 2분기(연결 기준) 매출액 1조2559억원, 영업이익 406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2.2%, 25.9% 성장한 고무적인 성과다. KT&G의 주력이 담배제조와 판매임을 감안하면, 업황 등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반 조건이 나빴음에도 거둔 호실적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2분기 국내 전체 담배 수요는 지난해 수준에 머물렀다. 내수 담배 시장의 판매는 지난해 대비 3% 줄어든 것으로, 그리고 궐련담배의 총수요는 2.9% 감소, 궐련형 전자담배는 22% 증가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전체 담배 시장에서 90.4%(2018년 기준, 기획재정부)를 차지하는 일반 궐련 담배의 비중을 감안하면 담배 수요가 줄어든 셈이다. KT&G의 2분기 담배 국내 판매량도 같은 기간 약 1.5% 감소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KT&G의 2분기 국내 담배 시장 점유율은 62.8%를 기록하면서 지난해보다 오히려 0.9% 늘었다. 

KT&G의 담배 수출은 지난해부터 쭉 부진했다. 이는 주요 수출 국가인 UAE가 속한 중동의 소비세 인상, 환율 급등에 따라 현지 관계사인 알로코자이와 제품 단가 협상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으로 수출 물량은 지난해 대비 20.5% 감소했다. KT&G의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3%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 역시 실적에는 긍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다.

여러 악재가 있었음에도 KT&G가 고무적인 성과를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수출로 발생하는 매출이 8.9% 감소에 머무르면서 수요 감소의 폭보다 덜 줄어든 지점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원/달러 환율 인상으로 수출 제품의 평균 판매단가(ASP)가 오른 것이 반영됐다. 심지어 수출 전체가 아닌 해외 법인만의 매출은 26.7%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수출로 인한 2분기 실적의 마이너스 요소를 상쇄한 것 하나로는 ‘부동산’도 꼽힌다. 

이번 2분기 KT&G의 실적에는 KT&G 수원부지 개발에 따른 부동산 매출 약 1000억원이 반영됐다. 

현재 KT&G 수원부지의 아파트(화서 푸르지오)와 오피스텔은 현재 100% 분양이 완료된 상태며 추가 분양을 위해 2블록 인허가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인허가가 완료되면 이는 내년 상반기 추가로 분양될 전망이다. 아울러 1블록에는 KT&G와 신세계가 합작해 복합 쇼핑단지 개발을 건립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일련의 부동산 활용은 지속적 부가가치의 창출로 KT&G의 실적에도 계속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KT&G 2분기 실적 개선은 악재를 덮어버린 예상 외 호재들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증권가는 KT&G의 3분기 그리고 연간 실적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출처= 하나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심은주 연구원은 8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KT&G의 3분기 예상 연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 3254억원(YoY +12.1%), 4024억원(YoY +12.0%) 정도로 추정한다”면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수출에서 분명한 악재들이 있었음에도 KT&G는 수출에 대한 전략을 수정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중동과의 협상이 큰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부진했던 수출도 곧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케이프투자증권 김혜미 연구원은 “7월 중 완료된 UAE의 담배 유통시스템의 적용에 따라 하반기에는 수출 물량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면서 “부동산 부문의 높은 성장세 및 이익률의 반영으로 추후 실적 역시 안정적 흐름 유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조상훈 연구원은 “KT&G는 알로코자이와 담배 단가 협상을 진행 중인데, 협상이 마무리되는 3분기 말부터 현지 수출은 탄력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선된 실적과 증권가의 긍정적 전망으로 8일 KT&G의 주가는 전일 대비 1300원(+1.35%) 오른 9만7700원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