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 4월 출간한 ‘국내 국민연금 수급자의 은퇴생활 보고서’를 통해 65세~74세 국민연금 수급자 650명 중 현역 시기의 소비 수준을 유지하는 사람은 0.6%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생활 소비수준이 현역시절의 50% 미만이라고 답한 비중은 48.6%에 달했고, 현재 수준이 현역때의 30%도 안 된다고 답한 비중도 15.8%였다.

수급자의 41.7%는 40대부터 노후자금 준비를 시작했지만 현재의 생활비용이 대부분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설문 참여자는 자신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이 평균 82세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고, 월 평균 노후생활비용은 201만원으로 집계됐다.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있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삼성생명이 2017년 조사한 맞벌이 가구의 월 평균 저축액은 60만원 수준에 불과하고, 이중 대부분이 목적 없는 ‘단기목적자금’에 멈췄다.

문제는 이 이상 저축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없다는 것이다.

▲보험 들여다보기, 배우자·자녀는 물론 연금도 한 번에

가장 쉬운 ‘여유자금 만들기’는 절약과 근면, 검소이겠지만 대부분의 자금이 ‘대출’과 ‘고정비’에 묶여 있는 현실에서 ‘노력’에 기대는 것은 다소 어려움이 있다.

가장 아끼기 쉬운 것은 ‘소모성 자금’으로 생각하기 쉬운 보험이다. 배우자 중 한명의 보험에 가족을 추가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다.

가장 대표적인 기능이 ‘배우자 보장 특약’과 ‘자녀(어린이) 보장 특약’이다. 부부 중 한 명의 보험에 이와 같은 특약을 부가할 수 있을 경우 가정의 보험료는 큰 폭으로 감소한다. 부모의 보장과 동일한 금액의 상해와 질병 치료비를 가족이 공유할 수 있다. 특약 가입 금액은 약 1만~4만원 수준이다.

대표적인 것이 위에 나온 [표 1]의 사례다. 자녀들이 각각 가입한 보장성 보험을 부모 보험의 특약으로 대체했고, 화재보험의 적립보험료를 제거했다. 이를 통해 32만원이 넘는 금액을 절약했다. 절약된 금액을 노후를 위한 자금으로 재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 ‘보험도 자산’ 인식 개선 있어야.

보험의 활용성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보장성 상품을 적립식(저축) 상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를 연금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상품도 나왔다. 사망보험금을 연금으로 받는 형태의 상품이나 달러에 투자해 사업비를 크게 낮춘 상품도 있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장성 보험의 특약과 종신보험의 주계약을 면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주계약(사망보장)의 경우 결혼과 출산, 미래대비 등 라이프사이클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최근 출시되는 연금보험은 주식비중 100%인 상품도 적지 않다. 증권사와 같이 투자 비율에 대한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졌고, 사업비의 규모도 크게 축소됐다. 자금을 운용하는 구조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채권비중이나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비슷하다.

위에 언급했듯 ‘죽어야만 받는다’던 ‘보험’은 고령화 추세와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 문화 변화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만약 새로 가입해야 한다면 각 보험의 예정이율, 사업비, 연금공시이율, 최저보증이율 등을 따져본 후 가입하는 것이 좋다.

▲증권사의 연금저축·연금저축펀드도 고려

보험사의 연금보험이 부담된다면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연금저축’과 ‘연금저축 펀드’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기존에 적립하던 연금보험의 운용사를 증권사로 이전하는 방법도 고려하는 것도 좋다.

연금저축은 운용기관에 따라 연금저축신탁(은행), 연금저축보험(보험사), 연금저축펀드(증권사)로 나뉜다. 이중 증권사의 수익률이 은행보다 높은 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금저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7.6%, 연금저축보험은 4.11%였다.

다만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원금 손실 리스크도 크다. 보험사와 은행이 원금을 보장하는 반면 증권사는 이를 보장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목적자금이기도 하다. 최소 5년 이상 납입해야 하고, 특정 연령 이후 연금으로 받는 구조다. 납입금액의 일부를 세액 공제해주기 때문에 절세상품으로도 쓰인다.

지난해 연금저축보험의 신규 계약건수는 19만3386건에 달할 정도로 많다. 연 1~2%대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보다 높은 수익을 바라는 가입자들이 늘었고, 이에 연금저축펀드라는 상품도 등장했다. 지난해에만 11만3347건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