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인의 반란자들>
사비 아옌 지음, 스테이지팩토리 펴냄
콩닥콩닥 가슴이 뛴다. 생전에 노벨문학상 수상자 16명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16인의 반란자들>은 16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한 자리에서 한꺼번에 만나 그들의 삶과 사상을 따라가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마련한다. 첫 눈에 반해버린 사랑처럼 책장을 펴는 사람의 가슴을 마구 두근거리게 한다. 세계적 석학들의 높은 이상과 깊은 식견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고 즐거운데 그들의 소소한 일상을 사진으로도 볼 수 있어 기쁨이 배가되는 느낌이다.
이 책은 스페인의 두 기자가 3년여 동안 세계일주를 하며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을 만난 소감을 글과 사진으로 엮은 기록물이다. 문학전문기자인 사비아옌이 글을 쓰고 사진기자 킴 만레사가 호흡을 맞춰 작품을 만들어냈다. 두 사람은 한 작가를 짧게는 6시간, 길게는 8일간 만나며 깊이있는 대화를 나눴다. 작가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집을 방문하고 그들의 작업실뿐 아니라 주방까지 샅샅이 살펴봤다. 시계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눴으며, 작가들이 살고 있는 도시나 그들 작품의 배경이 됐던 곳을 함께 찾아갔고 그들 가족과도 만났다.
작가가 되자 어떤 사명감을 느끼게 됐다는 토니 모리슨은 ‘자신의 목소리를 갖지 않는 아메리카의 흑인들에게 목소리를 주겠다’고 결심하게 된 배경을 털어 놓았다. 주제 사라마구는 타계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내에 대한 애정 표현을 숨기지 않고 거리에서도 줄곧 손을 꼭 잡고 열정적인 키스도 마다하지 않는 등 90세의 나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열의를 보여줬다. 어린 시절 낚시터에서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가 끔찍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소리내지 않고 바둥대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아 글을 쓰게 됐다는 오에 겐자부로의 이야기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작가들은 또 공통점이 있다. 홀로코스트, 노예제도, 독재정부, 아파르트헤이트 등 하나같이 자신과 자신의 민족이 처한 비극적 환경에 순응하지 않는 '반란자'의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거의 대부분 문학이 아닌 다른 이유로 사회에 참여하고 있고, 사회에 소외된 것과 그 사회의 지배논리로부터 거리를 두고 권력의 저변을 이루는 근본적인 속성에 맞서는가 하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많은 이데아를 품고 있었다.
김은경 기자 kek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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