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어떻게 여성을 차별하는가> 사피야 우모자 노블 지음, 노윤기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저자는 몇 년 전 딸이 좋아할 만한 놀잇감을 찾기 위해 구글 검색창에 ‘black girls(흑인소녀)’를 입력했다. 그런데 검색 결과가 온통 외설적인 포르노그라피였다. ‘porno(포르노)’라는 단어를 함께 입력한 것도 아닌데, ‘달콤한 흑인여성 성기 닷컴’이라는 포르노 사이트가 최상단에 나타났고, 그 밑으로 흑인 소녀를 성적 대상으로 표현한 낯 뜨건 게시물들이 이어졌다.

(지금도 구글에 ‘black girls’를 입력하면 여러 포르노 사이트가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white girls(백인소녀)’를 입력하면 동명의 영화를 소개하는 사이트들이 노출되고, 나머지 내용들도 대부분 건전하다.)

도대체 구글의 검색 결과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나오는가? 그 검색 결과는 최선인가?  UCLA 정보학 교수인 저자는 그날로부터 구글 검색 알고리즘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구글 검색에는 여성상에 대한 왜곡과 편향이 존재했다. 여성혐오와 인종차별적 정보가 늘 상위권에 노출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구글 등의 검색 알고리즘이 오로지 ‘대중의 선호도’ 위주로 가장 인기 있는 게시물부터 노출한다고 믿는다. 저자는 이런 믿음이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구글 등 정보 기업들은 ‘밀실’ 안에서 정보들을 분류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노출 순위를 매기며, 필터 버블(Filter Bubble)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필터 버블은 이용자가 인터넷 검색 업체와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해 '정보 편식'을 하게 되면서 점점 자신만의 울타리에 갇히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구글은 영리 기업이다. 구글이 노출하는 모든 정보에는 사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구글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는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지불한 광고주다. 이들의 광고는 ‘정보’와 교묘하게 뒤섞여 있다. 이용자들은 광고와 정보를 엄밀히 구분하기가 어렵다. 이것은 정보의 심각한 왜곡이다.

저자는 “지금은 디지털 정보마저 사회적인 억압과 인종 프로파일링을 조장하는 시대가 되었다”면서 “특정 엘리트 그룹의 가치관이 디지털 테크놀로지 기술에 녹아들어 보이지 않게 여론을 장악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성차별과 인종차별은 30년간 신자유주의적인 기술지상주의에 힘입어 더욱 확산되었다. 지금은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다. 특히 구글과 같은 정보 독점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차별과 편견은 더욱 구조화되고 내면화되었다. 트위터의 인종차별, 애플스토어의 인종 프로파일링, 스냅챗의 인종 필터 등 실리콘밸리에서 행해지는 차별과 편견도 심각한 수준이다.

책에는 흑인 여성뿐 아니라, 아시아 여성을 비롯한 유색 인종, 유대인 등에 대한 검색 결과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편향적임을 드러내는 사례들이 나온다.

저자는 구글 같은 거대 독점 정보기업들이 궁극적으로는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안으로는 “투명한 운영을 통해 공공의 복리에 기여하고 대중에게 조금 더 수준 높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비영리 검색 엔진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