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 43세 김대현씨

과연 내 아이가 다 자랄 때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 집안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 종종 고민에 빠지곤 한다. 내 나이 43세, 정년인 65세까지 일을 한다 해도 앞으로 22년밖에 남지 않았다.

미래를 생각하면 항상 불안하다. 아이의 학비와 결혼자금을 모두 전해줄 수 있을까? 맞벌이를 하곤 있지만 얼마나 더 맞벌이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올해 상반기 지출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 자금에는 큰 여유가 없다. 매달 빠져나가는 대출이자, 아이들 용돈, 생활비에 더해 종종 빠져나가는 부모님 용돈과 경조사비, 가족여행비 까지, 미래까지 대비하기에는 다소 벅차다.

# 44세 전영래씨

A씨 부부는 외벌이다. 자녀 한 명과 함께 지낸다. 자녀 교육비와 취미생활에 너무 많은 자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은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남들보다 씀씀이를 줄여 또래 직장 동료보다는 생활에 여유가 있다.

홀로 돈을 번다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배우자를 제외한다면 함께 고민을 나눌 가족이 없다는 것도 우려가 된다. 가장의 책임감과 외로움, 자녀교육과 노후에 대한 대비, 이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해야 한다.

▲대현씨 부부, 내 집 마련의 꿈 포기해야 할까?

대현씨 부부의 경우 운이 좋은 편이다. 8년 전 결혼할 당시 양측 부모님으로부터 집 구입 비용의 60% 정도를 지원받았다. 43세가 된 지금은 집값의 35%가 대출이다. “이 집은 사실 은행 집이에요”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꼭 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통계청의 국가 통계 평균과 얼추 비슷한 경로로 삶을 살고 있다.

다만 32살에 결혼했으니 지난 12년여간 갚은 은행 빛 비중은 5%에 불과하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허구는 아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100세까지 일을 해야 진정한 내 집이 된다.

첫 아이는 33살, 둘째는 35살에 낳았다. 느린 듯 보이지만 산부인과에서는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의 산모들을 찾기 어렵지 않다.

양육비는 솔직히 부담이다. 태권도, 미술학원, 영어학원 등 기본적인 사교육만 해도 교육비 지출만 90만원이다.

▲외벌이 영래씨, 짊어진 삶의 무게가 커졌다.

전영래씨 부부는 결혼할 당시 부모님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았다. 반월세에서 시작해 지난해 전세 보증금을 받는 집으로 이사했다. 이사와 동시에 배우자는 자녀 양육에 전념키로 했고, 영래씨가 가정의 유일한 소득원이 됐다.

작은 가정이어서 집 문제는 큰 부담이 없다. 다만 저축이나 연금액이 많지는 않다. 소비 부문을 크게 줄였지만 기본적으로 지출하는 고정비는 어쩔 수 없다.

자녀 교육비도 무시하지 못한다. 태권도 14만원, 미술학원 12만원, 영어학원 8만원, 수학학원 8만원 등 사교육비에만 42만원이 지출된다. 학용품비용과 통학비, 의류비, 식비를 더하면 적지 않은 부담이다.

두 가구 모두 다행인 것은 3년 전 과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이다. 내년 이후에는 차장 진급을 준비하게된다. 이대로만 간다면 돈을 더 버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아무래도 부장이나 이사 직급은 자신이 없다. 은퇴까지는 아직 22년이 남았지만 그 이후의 삶은 아직 그려보지 못했다.

*통계청(2018년 자료)
- 내 집 마련 나이(가구주 평균) 43.3세, 대출비중 38%, (신혼의 경우 대출비중 43%)
- 서울시 여성 초산 나이 평균 33.07세

▲ 너무 먼 미래를 미리 걱정하는 것은 아닐까?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의 위험을 과대평가하는 반면, 미래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당장의 외식과 부부관계, 직장의 일, 경조사를 다급히 챙기는 반면 자녀의 독립과 결혼, 은퇴 후 삶에 대한 위험은 의식의 저편으로 미뤄놓는 경우가 많다.

문제점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기대 수명의 연장으로 은퇴 후 노년 기간이 크게 길어졌다. 2000년대 초 72.3세에 불과했던 남성의 기대수명은 79.7세(2017년 기준)로 증가했고, 여성의 기대수명 역시 79.7세에서 85.7세로 늘었다.

비약하자면 2000년대 초에는 60세 정년 이후 10여년의 여명기만 준비하면 됐지만 2017년에 퇴직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15~20여년의 여명기를 준비해 둬야 한다는 말이다.

반면 실 근로 기간은 짧고, 육아와 생활, 여가에 투입되는 비용은 크게 늘었다. 삶에 필수적으로 사용되야 하는 고정비 부담 자체도 만만치 않다. 생활과 문화의 변화로 TV 1대, 집전화에 그쳤던 IT 관련 고정비용은 휴대전화, 인터넷, IPTV 등으로 확산됐다.

육아 비용도 만만치 않다. 여성가족부가 2017년 발표한 ‘2016 육아문화인식조사’에 따르면 아이가 있는 가정의 가구당 월평균 육아비용은 107만2000원에 달한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액 345만8000원의 31% 수준이다. 자녀 수가 1명일 경우 86만5000원, 2명의 경우 131만 7000원, 3명이상은 153만7000원 등이다.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이 많아졌지만 시간과 환경은 녹록지 않다.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노년기가 생애 주기의 후반부로 이동했지만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다. 이 기간 자녀를 키우며 실업, 질병, 장수리스크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 40대의 재무, ‘희망’보다 ‘목표’를 구체화해야

모든 재무설계는 연령과 소득, 가족, 그리고 노후 대비를 목적으로 두고 진행된다. 40대의 재무 설계 필요성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고, 현실에서의 만족도도 높을 나이이기에 불필요한 지출, 효율 낮은 저축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분의 재무설계사는 ‘가로 저축’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재무목표를 세움과 동시에 저축을 시작하여 최대한 장기간 진행하는 방식이다. 여행통장, 자동차 구입 통장 등 특정 목적에 집중하지 않고, 장기간 달성해야 할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200만원을 10년간 저축하는 경우와, 100만원을 20년간 저축하는 경우 원금은 2억4000만원으로 같다. 그러나 펀드 또는 복리 저축(이자 4% 기준)이 이뤄질 경우 10년간 저축한 것보다 20년간 저축한 통장의 수익이 최대 7000만원 더 높다.

구체적인 계정을 만들고(자녀양육비, 자녀결혼자금, 은퇴준비자금) 자동 이체를 설정하여 자기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