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국내 바이오산업이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은 임상 3상 목표치에 미달했고, 신라젠의 펙사벡은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3상을 조기 종료했다.

잇단 임상 3상 좌절 소식에 제약바이오주는 크게 휘청거렸다. 지난 5일 코스닥 시장에서 제약바이오기업 84곳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2조5000억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되살리고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구원투수의 등판이 절실한 상황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헬릭스미스와 메지온 등 바이오기업들이 연내 신약후보물질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들 기업의 임상 결과가 에이치엘비, 신라젠의 실패를 만회하고 바이오 업계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헬릭스미스 계획대로 되고 있어

헬릭스미스는 올해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DPN'의 임상 3상 통과를 위해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이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VM202'로 체내에서 간세포성장인자(HGF) 단백질을 대량 생산해 새로운 혈관을 생성하고 손상된 신경을 재생하는 유전자 치료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DPN)과 당뇨병성 허혈성 족부궤양(PAD),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허혈성 심장질환(CAD) 등을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헬릭스미스의 신약 파이프라인 계획. 출처=헬릭스미스

이중 헬릭스미스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은 ‘VM202-DPN’이다. 이미 VM202-DPN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하고 데이터 분석에 들어갔다. 애초 헬릭스미스는 지난 5월 VM202-DPN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FDA와 논의해 추적관찰 기간을 3~4개월 연장했다.

헬릭스미스는 다음달 공개되는 VM202-DPN의 첫 번째 임상 3상 결과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협의를 진행하고, 생물의약품 허가신청(BLA) 여부를 결정지을 방침이다.

이번 임상시험의 주요 평가지표는 약물투여 후 통증 감소 효과와 약물의 안정성이다. 임상 결과 ‘VM202-DPN’이 평가지표를 충분히 만족시킨다면 약 6조원 규모의 당뇨병성 신경병증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신약으로 주목을 받게 된다.

▲타켓 질환별 치료방법. 출처=헬릭스미스

현재 헬릭스미스는 임상 3상 결과에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5월 ‘VM202-DPN’은 FDA로부터 재생의학첨단치료제(RMAT)로 지정받은 바 있다. RMAT는 패스트 트랙과 혁신치료제 혜택을 포함하는 신속승인 제도다. RMAT로 지정되면 BLA 허가 획득을 위해 필요한 자료 및 중요 사안에 대해 FDA와 상호 소통이 가능하고, 우선심사 적용으로 시판 허가 심의 기간이 최대 1년 이상 단축된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임상 3상 결과는 계획에 따라 잘 진행되고 있다"며 "9월 2일~6일 사이에 환자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동결되는 데이터베이스 잠금(Database Lock)을 진행한 후 분석을 거쳐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메지온 '유데나필' 임상 3상 결과 긍정적

메지온은 폰탄수술 치료제 '유데나필'의 임상 3상 결과를 오는 11월 16일 열리는 미국 심장학회 연례 학술대회인 AHA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유데나필은 선천적 심장 기형 어린이 환자들이 폰탄수술을 받은 뒤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막기 위해 개발된 신약이다. 폐혈관 압박을 감소시키고 폐혈류를 개선하는 등 혈관 관련 질환에 효과를 보이면서 유일무이한 폰탄수술 치료제로 주목을 받고 있다.

폰탄수술은 심장 구조상 정상적으로 2개가 있어야 하는 심실이 1개만 있거나 매우 작게 태어난 심장 기형 어린이 환자에게 주로 시술된다. 하지만 수술 이후 혈액이 일부 굳어 혈전이 생기거나 체순환 부위 혈전으로 인해 뇌경색이 유발되는 등 여러 위험 요소를 안고 있어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다. 현재 이 같은 합병증을 막을 수 있는 별도의 치료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폰탄수술 전후 심장 모습. 출처 메지온, 키움증권

메지온에 따르면 유데나필 임상3상은 폰탄수술을 받은 12~18세 단심실환자 400명을 대상으로 26주 동안 실시됐다. 또 유데나필의 장기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개방 연장 연구와 폰탄환자를 대상으로 간기능 개선 관련 임상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메지온은 폰탄수술을 시행한 단심실환자 대상으로 유산소 운동능력을 확인한 유데나필의 임상3상 결과가 긍정적으로 도출됐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올해 AHA에서 유데나필의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하고 연내 FDA에 신약허가신청(NDA)을 진행할 계획이다.

신재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데나필은 과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받아 우선심사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고 이를 통해 2020년 2~3분기에 최종 승인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승인에 따라 다국적 제약사에 재판매가 가능한 우선심사권(PRV)도 함께 수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상 3상에 앞서 유데나필은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따라서 FDA 심사 기간이 최대 6개월로 단축되고, NDA 승인 시 PRV 획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