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올 들어 LCC(저비용항공사)들의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 경쟁 심화로 인한 탑승률 및 운임률 하락 등 악재가 맞물린 가운데 한일관계까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하반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LCC 2분기 실적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통적인 비수기였던데다 공급증가로 인해 경쟁이 심화된 영향이다. 경제 악화로 올해 초부터 여행객이 줄어든 영향도 한몫했다.

▲ LCC 2019년 12분기 영업이익 비교. 2분기 경우 제주항공 외에는 증권업계 전망치.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성공한 국내 LCC의 대표주자로 불려온 제주항공은 5년, 20분기 만에 적자를 기록하며 최근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2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 늘어난 313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적자는 274억원에 달해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을 냈다. 

제주항공은 실적 악화의 이유로 “항공 노선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따라오지 못한 영향”을 들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항공사들의 총 운항 횟수는 35만9882편으로 전년 동기 33만8504편 대비 6.3% 늘었다. 여기에 LCC들은 여객 공급석도 전년 대비 평균 20% 가량 늘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주항공의 국제선 탑승률은 1분기 88.2%에서 2분기 80.4%로 크게 내려 앉았다. 공급과잉이 탑승률 하락으로 이어진 모양새다. 

여기에 무역분쟁과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환율 인상 등 거시경제 악화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항공사들은 항공유와 항공기 리스비용 등을 외화로 결제하는 만큼 환율이 올라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실적에 직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 국제선 운임도 달러 기준 6.2% 가량 하락해 탑승률 하락에 따른 매출액 성장폭 둔화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을 것이란 평가다. 

업계는 2분기 제주항공뿐 아니라 LCC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2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로 원래 실적이 좋지 않은 편이다. 여기에 경기도 좋지 않고, 경쟁도 심하다보니 업계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줄줄이 어닝쇼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2분기 진에어의 영업손실이 1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티웨이항공 또한 영업손실이 9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1분기 최고 실적을 기록한 에어서울 또한 일본 노선 운항 비중이 60%에 달해 어려움이 예상된다. 지난 분기 영업익이 68.2%나 줄어든 에어부산도 상황이 녹록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 LCC 일본 노선 비중.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문제는 3분기에도 LCC 대부분이 적자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일본 여행객 수요 감소가 우려돼서다. LCC들의 든든한 캐쉬카우였던 일본 노선 축소가 이어질 경우 타격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실제 LCC 국제선 노선에서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0%에 달한다. 일례로 제주항공은 70개 노선 중 22개(31%)가 일본 노선이고 진에어는 28개 중 9개(32%), 티웨이항공은 53개 중 23개(43%), 이스타항공은 34개 중 12개(35%)가 일본 노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LCC들이 일본 공급 일부를 줄여서 다른 지역으로 돌리고 있지만, 중국과 동남아 수요로 일본 노선의 이익 기여도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관계 악화가 항공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예약률부터 낮아지는 8월에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출 규제 문제가 해소되더라도 양국 간 여행 심리는 단기간 내에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LCC 업계가 날개없는 추락을 하고 있는 가운데 신규 취항을 앞둔 에어로케이, 플라이강원 등 신규 LCC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이들 또한 일본 등 단거리 노선의 경쟁을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