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아시아경제 이영우 기자]


CJ그룹은 올해를 ‘2013년 글로벌 CJ, 2020년 그레이트 CJ비전 달성을 위한 기반구축의 해’로 규정하고 고성장과 글로벌 확대를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바이오 기술과 건강·편의식품 기술의 개발, E&M 콘텐츠 강화 등 미래 트렌드에 부합하는 사업 기회를 발굴,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CJ그룹은 2011년 한 해 동안 글로벌 경기 악화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내수침체 등의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적극적인 사업을 전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11년 한 해는 CJ그룹이 4대 사업 포트폴리오의 확실한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재현 회장은 2010년 ‘CJ 제2의 도약’선포식을 하고 2013년 ‘글로벌 CJ(매출 38조원)’, 2020년 ‘그레이트 CJ(매출 100조원)’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CJ는 ▲식품·식품서비스 ▲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신유통 등 4대 사업군을 중심으로 오는 2013년 매출 38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CJ그룹은 2011년 한해 세계 경제 불안 등 대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매출액이 전년 17조5000억원보다 16% 증가한 20조3000억원, 영업이익 1조2000억 원(전년비 17% 증가)을 실현했다.

이재현 회장의 도약은 그 초석을 잘 다진 듯 보인다. 대한통운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물류업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섰고, 국내 최초로 방송과 영화, 음악, 게임 콘텐츠를 아우르는 통합 법인 ‘CJ E&M’을 출범 시킴으로써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의 첫 발을 내딛었다.

또한 CJ그룹은 다양한 사업 영역을 통합하고 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7월 CJ제일제당센터를 개관해 식품사업부문의 공동 연구가 가능해졌으며, 빕스, 비비고 등의 외식브랜드를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푸드월드도 첫 선을 보였다.

영화, 쇼핑, 외식 서비스를 통합한 CGV청담시네시티와 CJ푸드빌의 대표 브랜드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CJ가로수타운도 오픈했다. 이 밖에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자일로스, 타가토스 등 연구개발(R&D)을 바탕으로 한 신소재사업을 본격화했으며,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 및 미주지역으로까지 그린바이오 시장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CJ오쇼핑은 일본, 베트남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CJ CGV도 중국 내 사이트를 확대하고 베트남 지역에까지 진출했다. 연말에는 CJ헬로비전이 MVNO(이동통신재판매) 사업의 본격적인 출범을 선포하기도 했다.

CJ그룹은 중소기업과의 상생경영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다. CJ제일제당이 동반성장 전용브랜드 ‘즐거운 동행’을 출시하고 지역 특화 상품에 대한 마케팅 및 수출 판로 지원에 적극 나섰다. 또한 CJ오쇼핑은 ‘1촌 1명품’사업을 확대하고, 아시아 전 지역에 진출해 있는 해외 사업 망을 통해 우수중소업체 제품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역 유망 식품브랜드의 성장을 지원하고 중소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 협력사에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 주는 제도를 운용하기 위해 지난해 8월 CJ인재원에서 ‘CJ제일제당 협력사 상생ㆍ동반성장 협약식’을 가졌다


CJ푸드빌과 CJ 올리브영은 가맹점을 대상으로 인테리어 비용이나 사업 자금을 무상 지원해 주는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CJ E&M은 IBK기업은행 및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손잡고 총 100억원의 대출지원자금을 마련해 중소 콘텐츠 제작사에게 저리로 대출하고 있으며, 정부지원형 펀드인 글로벌펀드에 100억원, 모태펀드에 50억원을 출자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있는 중소 제작업체를 위한 현실적인 지원책도 제시했다.

물류사업 한국의 DHL 표방 해외네트워크 확대 잰걸음
물류는 산업의 혈관이다. 그런 면에서 올해 CJ의 괄목할 성과 중 하나는 국내 최대 물류업체인 대한통운의 인수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대한통운은 지난 12월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재현 CJ그룹회장과 이관훈 CJ 대표이사, 이현우 대한통운 부산지사장 등 3명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안건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사 선임안건의 조건은 대한통운의 최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을 비롯한 5개사가 대한통운 주식을 매수인인 CJ GLS, CJ제일제당에 매각하는 거래를 마쳐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조건부 이사승인이지만 이로써 대한통운 인수작업은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CJ는 대한통운 인수와 함께 물류부문을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키워 ‘한국의 DHL’을 만들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국의 물류회사를 뛰어 넘어 2020년까지 20조원 규모로 키워 글로벌 7대 전문 물류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 이재현 회장의 구상이다.

CJ의 물류 부문 계열사인 CJ GLS와 대한통운의 통합은 물류업계의 지각 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CJ는 대한통운 인프라에 CJ GLS의 공급망 관리(SCM) 역량을 결합하고, 정보기술(IT) 및 첨단 물류 인프라에 지속해서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충하면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 특히 국내 기업의 물류비용을 절감해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자체 분석이다.

우선 택배 부문만 따지면 대한통운과 CJ GLS 통합회사의 시장점유율은 작년 기준 27.8%로 높아져 업계에서 확고한 1위를 굳히게 된다. 이는 2위 한진(11.9%), 3위 현대로지엠(11.1%)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이다. 군소업체가 난립하는 택배업계에 전체 시장의 4분의 1 이상을 지배하는 강력한 구심점이 나타남으로써 택배업계의 판이 새롭게 짜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CJ 이관훈 대표는 대한통운 인수작업 초기에 “대한통운과 CJ GLS를 통합하면 사업 특성, 주력 사업, 고객군에서 각각 강점이 달라 최고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는 명분을 내세운 바 있다.

CJ GLS는 지식형 물류회사로 보관·배송에 강점이 있고, 대한통운은 자산형 물류회사로 운송·항만하역 부문에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양사가 통합할 경우 물류 전 과정에서 모든 서비스를 구축해 원스톱 솔루션 제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한 CJ는 대한통운의 주요 고객군인 군수·사료·곡물·철강·자동차 부문과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한통운과 CJ GLS의 결합이 택배업을 넘어 물류업 전체의 판도를 바꿔놓을지도 주목하고 있다. CJ그룹은 지난 6월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물류회사인 CJ GLS, 해외로 활발하게 진출하는 CJ오쇼핑과의 시너지를 통해 대한통운을 그룹 내 주요 성장축으로 삼겠다”며 “DHL 등 세계적인 물류기업과 경쟁할 아시아 대표 물류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CJ그룹 고위 관계자는 “동남아시아와 중국에 주로 진출해 있는 CJ GLS와 미국, 독일, 일본 등 30여개국에 물류망을 가동하는 대한통운이 합쳐지면 해외 물류 분야에서도 상당한 상승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의 물류기업인 CJ GLS는 지난해 매출 1조4000억원 가운데 4500억원을 해외 물류로 벌었다. CJ GLS의 2013년 매출 목표는 3조원이다. 대한통운 인수로 글로벌 도약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한통운 노동조합이 인수전 때 CJ 인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CJ 측은 “지난해 인수한 온미디어의 경우 온미디어 대표가 통합회사의 대표 역할을 수행하고, 온미디어 출신 인력 대부분 통합회사에서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대한통운의 기존 인력을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바이오·엔터사업은 미래 겨냥한 ‘에이스 카드’
CJ그룹의 2012년 경영전략을 주요 사업 군 별로 살펴보면, 식품&식품서비스 부문에서는 ‘비비고’ ‘뚜레쥬르’ 등을 글로벌 대표 브랜드로 육성하고 김치, 막걸리 등 한국 대표 식품의 해외 판로 개척을 통해 한식 세계화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지역막걸리 제조업체가 생산한 막걸리를 일본 전역에 수출하고 있으며, 천일염을 프랑스의 명품 소금 게랑드처럼 세계적 명품소금으로 키우기 위한 중장기 비전을 짜고 있다.

또한 CJ제일제당이 개발한 타가토스, 자일로스 등 신소재 사업도 본격화한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식품신소재는 설탕, 밀가루 등 기존 소재식품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CJ제일제당이 다년간의 R&D를 통해 블루오션을 창출하고 있는 사업분야로 코코넛쉘 자일로스, 타가토스, 쌀 단백질 등의 신소재로 이미 사업화를 시작했다.

바이오 부문에서는 그린바이오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산업은 세계 1위 핵산과 2위 라이신을 보유하는 등 명실상부한 CJ제일제당의 캐시카우(Cash Cow) 사업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핵산과 라이신의 생산 케파 증설효과가 2012년부터 매년 적용되며, 2014년 초부터는 핵산과 라이신 보다 세계시장 규모가 더 큰 메치오닌(사료용 아미노산)을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그 동안 석유 화학공법으로 생산되던 메치오닌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당, 포도당 원료로 사용한 바이오(BIO) 공법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성을 기대할 수 있다. 바이오부문은 내수위주인 식품분야와는 달리 생산공장과 판매가 모두 해외에서 이뤄지는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사업분야로, 특히 연간 영업이익율이 20% 내외로 매우 높아 전사 수익성을 강화해주는 효자 사업이다. 2015년에는 바이오 한분야에서만 3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신유통 부문에서는 중국 및 동남아,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유통망을 확대해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대한통운과 CJ GLS간의 시너지를 통해 세계 7대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부문에서는 올해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CJ E&M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최근 K-POP 등의 한류 인기가 영화, 드라마, 게임 등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 제작에 주력할 예정이다. CJ E&M 음악사업본부는 지난 11월 국내 6개 기획사(스타제국, 정글엔터테인먼트, 큐브엔터테인먼트, 아메바, FNC, 제이튠)와 함께 글로벌 콘서트 브랜드 M-Live를 출범시키며 K-POP 한류의 지속적 확대와 업계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100억원 규모의 M-Live는 지난 11월부터 스타제국-중동, 정글엔터테인먼트-LA, 큐브엔터테인먼트-브라질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성사시키며 지금껏 K-POP이 진출하지 않았던 미시장 개척과 아이돌 음악에서 벗어난 장르확대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M-Live 브라질 프로젝트 경우 한번도 진출하지 않았던 남미 시장에 4500여 관객을 동원시키며 K-POP 진출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CJ E&M 음악사업본부 안석준 본부장은 “2011년은 투자를 통해 지역 확대와 시장 개척이 물꼬를 튼 해였다면 2012년에는 본격적인 수익화를 구축해 소속사와 기업이 정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청년실업 해소 앞장선 이재현 회장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기업이 외면해선 안 된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을 거듭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그는 2012년 경영계획 워크숍에서 “실적이나 글로벌 가속화 등 사업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최근의 일자리창출, 양극화 심화, 세대간 갈등 등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청년 실업 문제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이번 대책에는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CGV와 패밀리 레스토랑 VIPS 등 CJ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기 근속 아르바이트 대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나아가 학력에 상관없이 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평소 “CJ에 입사하는데 있어서 학벌이나 스펙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열정과 끼, 재능이 있는 젊은이들이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는 기업이 CJ”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방안도 대거 포함될 예정이다. 우선, 그룹 협력사업자중 가장 취약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택배기사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CJ GLS관계자는 “택배기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뭔지 현재 파악 중에 있으며 조사결과에 따라 지원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매년 공부방 출신자를 선발해 제빵이나 요리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다문화 가정의 아동과 부모에 대한 각종 교육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8월 ‘중소기업 동반성장 종합대책’을 발표했던 이 회장은 CJ가 상생과 공존의 산업생태계 조성에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역유망 브랜드 육성 사업을 내실화할 뿐 아니라 대기업 사업으로 적합치 않다고 인식되는 사업 부문에 대한 재검토, 독립영화 및 저예산 영화 지원 확대 등 추가 상생대책도 논의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시대·사회적 변화에 맞춰 CJ만의 상생모델을 구축해 진정성을 갖고 지속 추진하겠다는 것이 이 회장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통사업 뛰어든 CJ헬로비전 합리적 요금제로 업계 돌풍 예고

CJ헬로비전의 이동통신 서비스 '헬로모바일'이 서비스 첫 해 30만, 2015년까지 110만 가입자를 목표로 잡았다.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는 지난 12월 28일 광화문 파이낸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5년까지의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그는 " 저가 요금제 위주로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며 "2012년 30만 가입자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의 통신망을 빌려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자로서 우선 20% 이상 저렴한 요금제로 통신요금에 민감한 소비자 중심으로 공략하겠다는 것. CJ헬로비전의 요금제는 비슷한 통화량을 제공하는 기존 이동통신사의 요금제보다 평균 1만원 가량씩 저렴하다. 또한 170여개 실시간 TV 채널, 3만여편의 VOD를 스마트폰, 태블릿, PC에서 시청할 수 있는 멀티스크린 동영상 서비스인 티빙(tving)을 활용한 부가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유통망 역시 케이블TV 고객센터나 홈쇼핑채널 등 CJ의 기존 인프라를 십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2014년에는 90만 가입자를 목표로 손익분기점을 맞추고, 2015년까지는 110만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전까지 낮은 인지도가 걸림돌이었던 MVNO 시장 활성화에도 힘이 실릴지 주목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라는 배경을 갖춘 CJ헬로비전이 MVNO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둘 경우, MVNO 업체와 기존 이동통신사 간의 통신망 임대료 등 논의에서도 MVNO 진영의 입지가 넓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