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T' 세포 치료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일부 혈액암에서 80% 이상의 높은 완치율을 입증했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꿈의 영역에 한 발 더 다가가고 있다는 평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발간한 'CAR-T 치료제 킴리아의 국외 허가심사 자료집'에 따르면 CAR-T 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이 2016년에 처음으로 100건을 돌파한 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7년에는 120건을 넘어섰고, 지난해 상반기에만 110건에 달하는 임상시험이 실시됐다.

특히 임상 분야의 큰손인 중국이 CAR-T 세포 치료제 연구개발에 적극 뛰어들면서 미국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분위기다. 자료집에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가장 많은 CAR-T 치료제 임상을 진행한 국가는 중국으로 조사됐다. 무려 298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193건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반면 중국과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갈수록 임상 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사실상 양국이 CAR-T 치료제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연도별 CAR-T 세포 치료제 임상 건수(2011-2018). 출처=celltrials.org

미중 경쟁구도 눈길…한국은 걸음마 단계

CAR-T 세포 치료제는 환자의 몸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를 추출해 특정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조작한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항암치료법이다. 기존 화학요법 항암제의 경우 환자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하지 못해 정상세포까지 파괴하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켰지만 CAR-T 세포 치료제는 외부 물질이 아닌 환자의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는 기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1~3세대를 거치며 타깃 항원을 다양화하고 부작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됐다.

CAR-T 세포 치료제는 지난 2017년 노바티스의 '킴리아'와 길리어드의 '예스카타'가 미국 FDA의 승인을 획득하면서 서막을 열었다. 두 제품 출시 이후 다수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앞다퉈 CAR-T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CAR-T 세포 치료제는 환자의 몸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를 추출해 특정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조작한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항암치료법이다. 출처=GC녹십자셀

중국은 2016년 이후 전체 CAR-T 치료제 임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성과나 시장 장악력 면에서는 아직 미국이 중국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은 킴리아와 같은 최초의 CAR-T 세포 치료제를 선보였고, 국립암연구소와 펜실베니아대학, 베일러대학 등의 기관 및 대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막 CAR-T 세포 치료제 연구에 첫발을 내디딘 수준이다. 최근 GC녹십자셀과 툴젠, 유틸렉스 등 일부 국내 기업들이 CAR-T 세포 치료제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작용·고형암·고비용 등 한계 극복해야

CAR-T 세포 치료제는 B세포암을 비롯한 다수의 혈액암에 대해 뛰어난 치료 효과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제조 공정과 고가의 치료 비용, 고형암에 대한 낮은 유효성 등 여러 한계점도 함께 안고 있다.

먼저 CAR-T 치료제는 사이토카인 신드롬(CRS)과 신경독성 등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부작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킴리아와 예스카타의 제품 라벨에는 CRS 및 신경독성 부작용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한때 기대를 모았던 주노테라피의 후보물질(JCAR015)은 뇌부종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면서 2016년 임상을 중단한 바 있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CAR-T 세포. 출처=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고형암 치료에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옥에 티다. CAR-T 치료제는 혈액암 분야에서 뛰어난 효과를 입증했지만 암 환자의 90% 이상인 고형암 치료에서는 여전히 만족할만한 결과를 보이지 못했다. 고형암의 경우 지속적인 변이로 암세포 간 이질성을 키우는 탓에 공통된 항원을 발견하기 어렵고, 치료제가 종양세포에 도달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고가의 치료제 가격도 환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CAR-T 치료제 가격은 35만 달러에서 50만 달러 수준이다.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해 증산하는데 2~3주의 시간이 걸리고, 생산비용만 최소 15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만들어진 세포는 환자 본인에게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단가를 낮추는 건 불가능하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T세포냐 NK세포냐 

최근 CAR-T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유전자편집 기술이 거론되고 있다. CAR-T 치료제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를 조작해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유전자치료제로 분류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T세포와 같은 면역세포의 유전자 편집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연구는 CAR-NK다. 자연살해(NK)세포를 T세포 대신 CAR에 도입해 항암면역 세포치료제로 활용하는 치료법이다.

NK세포는 종양세포나 바이러스 감염세포 등 비정상세포를 즉각적으로 인식해 제거할 수 있는 면역세포다. T세포보다 CRS 등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암세포(붉은색)를 공격하는 NK세포(노란색). 출처=Science

NK세포를 활용하면 CAR-T보다 한층 빠르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진다. NK세포는 T세포와 다르게 환자 본인이 아닌 건강한 타인의 세포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존 의약품에서 NK세포 활성을 증가시키거나 NK세포 매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항암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CAR-NK의 대량배양기술이 개발되면서 생산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CAR-NK 치료제는 양산형 개발이 가능하지만 T세포에 비해 치료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흠이다. 향후 연구개발이 필요한 사안이다. CAR-NK는 미국 바이오텍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녹십자랩셀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이 CAR-NK를 개발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자료집을 통해 "향후 CAR-T 및 후발 면역조절 세포치료제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기술 구축은 국내에서도 면역조절 세포치료제에 대한 임상 연구를 활발히 촉진해 대한민국이 바이오 제약 강국으로 성장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