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홍콩의 대규모 시위

요즘 홍콩은 1980년대 한국 같다. 연일 시위가 계속된다. 지난 6월에 시작된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9주를 넘어, 10주로 향하고 있다.

지난 8월 4일 일요일에는 ‘골든 보히니아’ 동상까지 훼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1997년 영국의 홍콩 주권 반환을 기념해,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에 선물한 골든 보히니아 동상. 반중 정서가 강한 낙서를 홍콩 관리들이 가리고 서있지만, 앞으로 계속 그럴 수는 없다. 중국 정부는 훼손된 동상을 수리해야 하지만, 시위로 인해 겨를이 없다.

홍콩 시위대는 반중국 정서를 강하게 표출한다. 지난 7월 20일 토요일에는 시위대가 부둣가에 게양되어 있던 중국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바다에 던졌고, 다음날 21일 일요일에는 중국 국가 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렸다. 이전에는 상상 못할 일들이다.

8월 4일 일요일, 시위대는 번화가 코즈웨이베이에 집결해서,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그리고 차량 통행을 막고 불을 질렀다. 그러자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했다. 대치는 계속됐고, 경찰은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에 물대포까지 배치했다.

시위로 인한 홍콩의 이상 상황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 8월 5일 일요일 오후에만 160개의 항공편이 취소되었다. 근무지를 이탈해서 시위에 참여한 승무원들 때문이었다. 홍콩을 대표하는 산업인 금융 쪽도 마찬가지이다. 종사자들까지 거리로 나왔다.

8월 5일 월요일에는 대중교통 종사자까지 파업에 나섰다. 교통대란에 화 난 직장인들은 시위대와 말다툼도 벌였다. 하지만 시민 대부분은 시위대에 동조한다. 홍콩 경찰은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발, 시위에 나선 44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8월 5일 월요일,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한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1994년 이후 25년 만이다.

‘설마’ ‘설마’ 상상만 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은 관세에 이어, 환율로까지 전선을 확대했다. 미국은 중국을 완전히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다.

8월 5일 월요일,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은 외환시장에 대한 지속적이고 대규모의 개입을 통해 통화가치 절하를 용이하게 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며 “최근 며칠 동안 중국은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 하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므누신 장관의 발언은 전날 위안화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는 ‘포치(破七)’ 상황이 벌어진 것을 암시했다. 중국 정부가 용인해서 가능했다고 본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데 이어, 추가 관세 부과 계획도 예고했다.

그러자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예고에 대해 미국 농산물 구매 중단 조치로 맞대응하고 나섰다. “미국이 3000억 달러(364조 4,100억 원)의 중국 상품에 10%의 추가 관세로 중국과 미국 양국 정상이 오사카(大阪) 회담에서 달성한 공동 인식을 엄중히 위배했기 때문”이라며, ‘보복 조치’임을 확인했다.

 

미국의 아시아 미사일 배치 계획

8월 2일 금요일, 미국은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의 탈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8월 3일 토요일, 아시아 국가를 순방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몇 달 안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재래식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중거리핵전력 조약 탈퇴에 이은 충격적 행보였다. 중국은 경악했다.

8월 5일 월요일, 중국의 입장을 발표했다. 관영 환구시보를 통해, 중국은 한국과 일본을 콕 집어 “미국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고 위협했다. 중국을 겨냥해, 미국이 재래식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는 거리의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기 때문이었다.

환구시보는 “에스퍼 장관의 바람대로 미국이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게 된다면 이는 엄중한 현상 타파로 역내에 피할 수 없는 군비경쟁을 불러일으키고 또 지연(地緣) 정치의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 주장했다. 또 “중거리 미사일은 의심의 여지없는 공격 무기로 이는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 체계를 배치한 것 이상의 엄청난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며, “어떤 국가든 미국의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이는 중국과 러시아 양국의 직접 또는 간접 적이 된다는 것으로 전략적으로 볼 때 제 몸을 불사르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말했다. 중국의 반발은 그뿐 아니었다.

8월 6일 화요일, 중국 외교부 국장급인 푸총 사장은 “이웃 나라들에는 영토에 미국의 미사일 배치를 허용하지 말라고 촉구한다.”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푸 사장이 염두에 두는 이웃 나라들은 호주, 일본, 한국이었다. 절대 미국 편 들지 말라는 말이었다.

 

도전받는 시진핑 리더십

2019년 10월 1일 화요일은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이다. 국경절로 불리는 이 날은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일이다. 중국은 1949년 10월 1일을 건국기념일로 선포했다.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중국 정부는 대규모 사면을 준비하고 있다. 사면은 상징성이 큰 사건이다. 강력한 지도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70년 간, 중국 정부는 모두 8차례 사면을 단행했는데, 그 중 7번은 마오쩌둥(毛澤東) 국가주석이 했고, 나머지 한 번은 4년 전 2015년, 집권 3년째를 맞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실시한 것이었다.

건국 70주년을 맞아, 시진핑 국가주석은 대규모 사면을 한 차례 더 단행함으로써 강력한 리더십을 보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은 1949년 10월 1일을 기념하는 상징적 의미뿐만 아니라, 2019년 10월 1일 이후 전개될 중국에 대한 희망적 개념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규모 사면은 중국 발전에 기여할 의지를 가진 세력이라면 배제하지 않고 포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중차대한 의미를 지닌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지금 중국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에 속해있지만 더 이상 중국이 아니라 주장하는 홍콩 문제를 비롯해서, 환율조작국의 비난과 함께, 미국의 재래식 중거리 미사일 배치로 인한 압박까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빠져있다. 중국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까?

2013년 3월, 취임과 동시에 중국 굴기에 대한 강력한 소망을 누차 강조해온 시진핑 주석. 미중 무역전쟁에 이어, 미중 패권전쟁으로까지 이어지는 고비를 맞았다. 경제력과 국방력으로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만도 버거운데, 중국 전역으로 급속하게 파급될 수 있는 홍콩 시민의 시위가 9주째 이어지고 있다. 시진핑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 변화하는 중국 인민의 정서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