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얼마 전 오래 알고 지낸 한 일본인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친구는 “부모님과 함께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요즘 일본 미디어에서 전해지는 분위기가 좋지 않아 한국행을 취소하고 다른 나라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일 경제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높아진 반일감정을 걱정하는 눈치다. 듣기로는 일본의 미디어들은 '늘 그래왔듯' 현재 상황을 매우 과장해서 보도한다고도 하니. 

여기에 대해 기자는 “확실히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맞지만, 방문객들의 안전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며 여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부모님과 우리나라로 여행을 와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나 왠지 모를 씁쓸함은 감출 수 없었다.

최근 서울 중구가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태극기와 함께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문구가 적힌 깃발들을 중구의 주요 관광지에 걸었다가 국민들의 거센 비난에 이를 철회하고 걸어놓은 깃발을 내리기로 했다고 한다. 소식을 전해 듣고, 기자는 안도와 함께 잠시 생각했다. 만약 기자의 말을 듣고 한국을 방문한 일본 친구와 부모님이 저 깃발을 본다면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라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금의 반일감정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과거 일본이 우리에게 저지른 반(反)인륜적 행위들, 모든 상황을 교묘하게 정치에 활용하는 현 일본 총리와 내각을 생각하면 국민으로서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분노가 최근 왜곡되고 비틀리며 일종의 혐오 프레임으로 변질되는 장면은 우려스럽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들은 이러한 극단의 감정을 마치 패스트푸드처럼 나열하는 선동에만 나서고 있다. 맹목적 반일 메시지만 반복하며 본질을 흐리는 혐오의 표현들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한국관광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의 수는 약 294만명,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의 수는 약 753만명을 기록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들은 최소한 한국에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와의 경제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일본 관광객들을 어떻게 하면 더 오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한일 경제전쟁의 엄중한 상황에서도 한국을 찾아준 고마운 일부 일본인들의 눈에 “당신들을 보이콧한다”는 깃발이 펄럭이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인류 역사를 돌아볼 때 이유와 형태를 막론하고 모든 ‘혐오’는 파국으로 끝났다. 발전적인 의미로 우리는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일본에 의존적이었던 산업 구조를 고쳐 우리만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일본의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배워 진정한 극일에 나서야 한다. 여기에 혐오의 감정을 이입시키는 것은 분명한 자충수다.

혐오는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일본에 대한 지나친 혐오 프레임 확산은 멈춰야 한다. 냉정하게 생각하자. 그리고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게 우리, 더 현명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