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택 근무가 점점 일반화되면서 직원들이 모두 사무실 공간에 모이는 것을 마다하는 회사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출처= Lessing-Flyn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아침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일한다고 해서 꼭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재택 근무(원격 근무, Remote working)가 점점 일반화되면서 직원들이 모두 사무실 공간에 모이는 것을 마다하는 회사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직원들을 100% 재택 근무시키는 것은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인재 풀을 확장하고 직원들의 장기 근무를 격려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매일 직원들의 얼굴도 보지 않으면서 어떻게 직원들이 참여적이고 생산적이 되도록 유지하고 강력한 기업 문화를 구축할 수 있단 말인가? CNN이 재택 근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상세히 취재했다.  

의사소통은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피차 원격 근무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대부분의 대화는 이메일이나 기업용 메신저 슬랙(Slack)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상대방의 의도를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몸짓이나 억양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용하는 앱들을 모두 통합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웹 서비스 회사인 자이퍼(Zapier)에서는 직원들에게 모든 의사소통에 긍정적인 의도를 가지라고 권장한다. 그 회사는 전 세계에 200명의 직원이 흩어져서 100% 원격 근무를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 창업자인 웨이드 포스터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전세계 20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 니다. 각 나라마다 소통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도 상대방의 뒤에서 비난해서는 안 된다’ 점을 강조하지요. 행여 당신의 비위를 상하게 하는 것을 보더라도 긍정적인 의도를 갖도록 노력합니다.”

원격 근무는 또 복도에 누군가와 마주쳐서 즉석 미팅을 하거나 상사의 방에 잠깐 들어가 진행 상황을 보고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원의 60%가 원격 근무를 하고 있는 보안 및 인증 플랫폼 오스제로(Auth0)의 유지니오 페이스CEO도 "업무 목표와 우선순위를 어떻게 의사소통하고 강조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용 메신저 슬랙은 원격 근무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의사소통 도구다. 빠르고, 모든 사람의 사정을 고려해 회의 시간을 정할 필요도 없어서 의사소통을 더 쉽게 해주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40명의 직원이 원격 근무하고 있는 악성 프로그램 방지 솔루션 회사 엠시소프트(Emsisoft)의 크리스찬 메이롤 CEO는 "처음에는 음성 통화를 시도했지만 나라마다 억양이 매우 강해서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말했다.

"타이핑하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사람은 타이핑할 때에 좀 더 의식적이 되는 경향이 있으며, 또 자동으로 대화록이 생성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 원격 근무를 잘 하려면 호기심이 많고 문제를 찾아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자발적 행동가가 되어야 한다.    출처= 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

운영은 투명하게

실제 회의처럼 회의장 분위기를 파악할 수도 없고, 간부들 간에 사기 변화도 감지할 수 없기 때문에 원격 근무자들에게는 투명성이 중요하다.

오스제로에서 모든 근로자는 회사의 매출과 이익 수치 같은 주요 지표에 접근할 수 있다. 페이스CEO는 "업무를 떠난 사생활 대화(watercooler conversations, 취미나 관심사에 대한 대화)도 얼마든지 용인된다. 회사 내부 웹사이트에 엄청나게 쌓여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 직원 60명과 계약직 직원이 40명(전원 원격근무를 하고 있음)이 넘는 원격근무 취업사이트 플렉스잡스(FlexJobs)의 경우, CEO가 각 팀별로 온라인 월례 대화를 나누면서 업무 진행상황과 앞으로의 목표를 검토하는 시간을 갖는데, 이 때 각 직원들에게 질문을 하도록 권유한다. 또 여러 사람들 또는 동호회 멤버들과 가상의 점심 식사 시간도 갖는데 이 때에는 간부들도 참여한다.

플렉스잡스의, 직책 이름도 특이한 ‘사람과 문화 담당 최고책임자’(director of people and culture) 캐롤 코크란은 "이것은 마치 휴게실에 앉아 옆 사람과 사귀는 것과 같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함께 근무하는 것처럼

점심식사를 같이 하거나 작은 파티를 열어 생일 같은 대소사를 챙기는 것 같은 간단한 행위는 직원들의 결속력을 돕는다. 직원들이 산재해 있다고 해서 이런 모임들은 중단할 필요는 없다. 다만 창의력이 좀 필요하다!

플렉스잡스는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들에게 선물, 꽃 등을 보내고 화상 회의를 열어 축하 파티도 벌인다.

코크란은 "우리는 항상 ‘우리가 실제로 함께 모이는 공간에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고 ‘어떻게 하면 원격 근무를 하면서도 그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까’를 연구합니다.”

원격 근무에 적합한 사람을 고용하라

모든 사람이 원격 근무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자이퍼의 포스터 CEO는 "원격 근무에서는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고용할 때 본능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문제를 찾아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자발적 행동가(self-starter)를 찾는다."고 말했다.

포스터 CEO는 또 “간부들의 경우는 특히 의사소통을 잘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간부들과는 매주 직접 만나는 회의를 갖고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잃지 않도록 한다.

온보딩(Onboarding, 조직내 새로 합류한 사람이 빠르게 조직의 문화를 익히고 적응하도록 돕는 과정)도 원격 근무자의 성공에 큰 도움이 된다.

자피어의 신입 사원들은, 회사의 여러 부서에 대해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나와 가르치는 온라인 강의와 더불어, 1시간 30분짜리 기초 회계 과정을 통해 회사의 업무 방식에 대한 개요를 교육시킨다.

▲ 원격 근무하는 동료들 간 대화할 때에는 모든 의사소통에 긍정적인 의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Medium

'사사로운 대화’는 직장생활의 활력소

직원 간의 동료애는 생산성과 사기에 큰 역할을 한다. 따라서 원격 근무라 하더라도 직원들에게 교제할 수 있는 출구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사담을 할 수 있는 슬랙 채널을 지정해 업무와 무관한 대화를 나눌 기회를 제공하라.

자피어에서는 직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 무작위로 짝을 지어 30분 동안 동영상 채팅을 한다. 포스터 CEO는 "어떤 격식도 필요 없다"며 본인 스스로도 이 채팅에 참여한다.

"원격 근무를 하더라도 동료들을 알고 싶은 건 마찬가지이지요. 언젠가는 그 사람들과 함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미리 친분을 쌓으며 서로 인간적인 면을 조금씩 알아간다면 나중에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가끔은 모든 사람이 ‘실제로’ 한자리에 모일 것

며칠 동안 전 직원을 소집하는 수련회는 즉각적인 사기 진작과 팀워크를 구축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코크란은 "같은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함께하면 확실히 에너지가 넘친다"고 말한다.

전체 직원이 모이는 수련회를 갖는 회사도 있는 반면, 작은 단위로 나누는 팀별 모임 형식으로 연중 행사로 운영하는 회사들도 있다.

자피어의 직원들은 지난 1월 뉴올리언스(New Orleans)에서 전체가 모이는 행사를 갖고 지난 6개월 동안의 각자 업무 결과를 토의하고 서로를 격려했다. 이들은 모두 6개월 후 다음 모임을 고대하고 있다.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말라

가상 세계에서 하이 파이브를 했다 해도 실제로 만나 ‘고맙다’고 말하는 것처럼 감사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수 있다. 직원들에게 서로 감사를 표시하고 서로의 성과를 격려할 수 있는 출구를 갖게 해주면 직원들의 사기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오스제로 직원들은 슬랙 채널과 회사 각 사무실의 로비에 있는 TV 화면을 통해 동료의 성과에 대한 칭찬의 메모를 쓸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

플렉스잡스에서는 연말이면 모든 직원들이 각자 점심을 먹으며 화상 만남을 즐기는 비디오 점심 시간을 갖는다. 물론 이 이벤트의 점심 값은 회사가 지불한다. 이 회사는 또 여러 해 동안 쿠키 교환과 무기명 산타 선물 교환 등, 다른 재미있는 활동들도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