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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전쟁..5대 그룹 비상등 켰다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일 경제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일본이 지난달 4일 3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수출 규제를 시작한 후 2일 각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방침을 정하자 현해탄을 사이에 둔 한일 양국의 기류가 요동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대 그룹은 사실상 비상경체제에 돌입하며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 추후 정부와의 스킨십을 통해 공동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행보도 보이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이 이동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위기를 기회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되자 급히 현지로 날아가 사업 파트너들을 만나는 한편 금융권 인사들과도 접촉했다. 이어 지난 7월 협력사에 공문을 보내 일본산 소재 및 부품 비축분 90일치 이상을 확보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삼성전자 주력인 반도체 인프라 조정에 나섰다. 인위적인 메모리 반도체 감산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평택 P2 투자 설비를 내년으로 늦추는 한편 일각에서는 중국 시안의 신메모리 생산라인 일정도 늦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5일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사장단과 비상경영회의를 열어 현재의 위기에 대한 상황 공유, 나아가 대응과 미래 계획도 논의했다. 삼성전자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해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소비자 가전 부문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등이 참석했다. 여기에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전영현 삼성 SDI 사장 등도 함께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긴장은 하지만 두려워하지 말자”면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자”는 메시지를 내놨다. 나아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전자 계열사를 직접 방문해 현장경영에도 시동을 걸 전망이다. 다만 내부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운신의 폭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반도체 인프라를 견인하고 있는 SK하이닉스도 비상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CEO가 일본 출장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등 다양한 해법을 찾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나섰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5일 서울 SK T타워에서 16개 주요계열사 CEO를 소집, 그룹 컨트롤타워 격인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를 통해 일본 제재에 대한 대응 방안을 긴급 재점검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회장은 "위기를 넘기기 위해 그룹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고 말했다. SK그룹의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는 전문 경영인들이 중요한 그룹의 화두를 정하기 위해 마련되는 자리다. 그 만큼 SK그룹 내부에서도 지금의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이번 한일 경제전쟁에 있어 그나마 '잘 대비된 기업'이라는 평가다. 최태원 SK회장 특유의 밸류체인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생산과 유통 라인을 내부 수직계열화시키는 최 회장 특유의 전략이 일본 경제제재라는 외부의 변수를 상쇄시킨다는 분석이다. SK머티리얼즈가 대표적이다. 2015년 SK에 인수된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소재 회사를 연이어 인수하며 밸류체인, 즉 수직계열화 로드맵의 중심에서 활동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일본 반도체 업계와도 접점이 있다. 도시바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 인수를 진두지휘했으며, 당시 피곤한 몸으로 결국 거래를 성사키니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은 많은 파트너들과 신뢰관계를 맺었다는 후문이다.

   
▲ 최태원 회장이 도시바 인수전을 지휘하기 위해 일본으로 가고 있다. 출처=뉴시스

"우리도 조심하자"
LG는 일본의 경제제재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업의 특성상 제재의 사정범위에 들어와 있어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구광모 회장이 지난달 11일 계열사 소재현장을 찾은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을 방문해 홍순국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장 등과 회의를 열어 상황을 점검했다.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은 LG 전체의 소재 인프라를 상징하는 곳이며, 구 회장은 기술원을 직접 돌아보는 방식으로 일본의 경제제재에 유연한 대응을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현대차는 화이트리스트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한일 경제전쟁의 직접적인 타격은 받지 않았으나 추후 자동차 부품 지점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은 여름 휴가를 가는 대신 현장에서 직접 사태를 파악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롯데는 좌불안석이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사업을 하고있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반한감정에, 한국에서는 반일감정의 희생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가문과도 돈독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신동빈 회장이 최대한 조심스럽게 한일 경제전쟁의 추이를 지켜보는 이유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08.06  14: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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