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구 이촌동 왕궁아파트 전경. 오른쪽으로 래미안 첼리투스 아파트가 보인다. 사진=네이버지도 캡쳐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1대1 재건축이 난항에 부딪쳤다. 용적률 상향 대신 임대주택 건립 의무를 피해가려고 했지만 정부와 서울시 기조로 인해 이마저 쉽지가 않아졌기 때문이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촌동 왕궁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당초 용적률 상향 없이 1대1 재건축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서울시 권고에 따라 임대주택을 추가하기로 했다. 용적률을 일부 상향해 임대주택이 추가되며 일반분양분 물량은 현재까지 결정되지는 않았다.

왕궁아파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임대주택 추가 없이는 사업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임대주택을 정비사업계획안에 넣는 것은 확정이 됐지만 용적률 상향 수준과 그에 따른 일반분양분 물량 증가 등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는 대표적인 한강변 재건축 단지로 용적률 약 200%를 적용해 지상 15~35층 4개동 250가구로 1대 1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1대1 재건축은 주택 가구수가 아닌 주택 크기를 기준으로 재건축 전후 집 크기가 1대1로 조합원이 기존과 비슷한 크기의 새 아파트로 옮겨가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 재건축으로 늘릴 수 있는 건축 규모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가구 수는 늘리지 못한다. 또한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건축 연면적 비율) 완화 인센티브를 받지 않아 임대주택 건립의무가 없다. 앞서 한강변 재건축 단지인 용산 래미안 첼리투스가 대표적인 1대1 재건축이 적용된 예이다. 이 단지는 1974년 지어진 렉스아파트를 재건축한 곳으로 일반분양분 없이 사업을 진행해 가구당 추가 분담금이 5억원에 달했지만 임대 세대 의무 비율의 규제를 피해갈 수 있었다.

왕궁아파트 역시 제2의 래미안 첼리투스를 꿈꾸며 1대1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서울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됐다.

왕궁아파트의 임대주택 추가 소식에 정비업계는 ‘올 것이 왔다’라는 반응이다. 현행법상 1대1 재건축에 임대주택 의무 규정은 없지만 서울시의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재건축 진행이 어렵다는 것은 이미 정비업계에 파다하게 퍼져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서울시가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을 발표한 이후 이 같은 기조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당시 서울시는 5대 혁신방안을 통해 정비사업 진행시 공공임대주택 기부채납을 통해 3680가구의 임대주택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1대1 재건축을 진행하는 단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단지는 기존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1대1 재건축을 추진하려면 압구정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용산 재건축 단지들은 임대주택을 꼼짝없이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한강변에서 1대1 재건축을 추진 중인 잠원동 ‘신반포 18차 337동’은 지난 4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이 단지 역시 일반분양 없이 기존 아파트와 비슷한 규모로 재건축 해 개발이익이 없어 1인당 분담금은 늘어날 수 있지만 한강변 고급아파트 단지를 목표로 하는 만큼 무리가 없다는 반응이다.

신반포 18차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다행히 사업시행인가를 이미 받았기 때문에 서울시와 진행하는 모든 행정적인 절차는 끝났다”라면서 “최근 서울시가 재건축시 기부채납으로 무조건 임대주택을 요구하고 있으며 1대1 재건축이라고 해도 임대주택을 넣지 않으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하고 있지만 이곳은 용적률부터 모든 게 다 정해졌기 때문에 임대주택 건립이 추가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1대1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압구정 3구역을 비롯해 최근 건축심의를 끝낸 한남하이츠 등은 서울시 움직임에 바짝 긴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9월 초 주민총회를 통해 설계를 발주하고 조합설립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압구정 3구역은 서울시의 기조로 인해 1대1 재건축 추진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1대1 재건축이 어려울 경우 이 단지 내 25% 가량이 기존보다 더 작은 집을 배정받게 된다.

압구정3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임대주택 의무 사항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사항은 없다”라면서 “현재까지는 조합설립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재건축 관계자는 “서울시장이 임대주택 추가공급 공약을 했기 때문에 어떻게해서든 임대주택을 넣는 쪽으로 진행이 되고 있지만 만약 이런식이 계속된다면 임기가 끝나고 사업을 하려고 할 것”이라면서 “1대1 재건축마저 이렇게 진행하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법령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1대1로 진행되는 재건축 조합에 임대주택을 의무로 짓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대 1 재건축시 용적률을 상향하지 않은 상황에서 임대주택을 의무로 짓게할 수는 없다”라면서 “먼저는 법령이 개정되어야지 그 이후에 서울시 조례 등이 이에 맞춰서 바뀔 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