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72세인 미국 광산회사 프리포트 맥모란의 리차드 애드커슨 CEO는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의 그라스버그 광산 협상을 마무리하고 광산 개조에 사운을 걸고 있다.     출처= Freeport-McMoRa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광산회사 프리포트-맥모란(Freeport-McMoRan Inc.)의 노련한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애드커슨은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정부와 이 나라 대형 광산의 장기 소유권에 대한 획기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72세의 CEO가 남길 최대의 유산이자, 미국 2위 광산업체의 미래는 그가 이 광산을 완전히 탈바꿈시켜 세계 최대의 구리와 금의 보고로서 그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목표는 인도네시아의 그라스버그(Grasberg) 광산을 노천광(open pit mine)에서 지하 채굴광으로   변모시키고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붐을 일으킨 기술을 이 광산에 배치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중대한 기술적 도전이다. 아마도 이런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전문 기술을 갖춘 회사는 프리포트를 포함해 몇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애드커슨 CEO는 지난 2016년 한 컨퍼런스에서 당시의 힘든 상황을 로드니 앳킨스의 ‘당신이 지옥을 지날지라도’라는 노래로 표현한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많은 투자자들이 그가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광산 협상이 끝나면 은퇴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는 수 년간의 협상을 통해 취득한 회사 역사상 가장 큰 광산 프로젝트를 끝까지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5년 동안 매년 20만 마일을 여행했습니다. 이제 마침내 인도네시아와의 협상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나는 끝까지 이 사업을 지켜볼 것입니다."

애드커슨은, 프리포트가 인도네시아 파푸아(Papua)에 있는 그라스버그 광산에 엄청난 양의 금과 구리가 매장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한 후 1년 뒤인 1989년에 프리포트에 합류했다. 이후 그라즈버그 광산은 360억 파운드(160억 kg)의 구리와 5400만 온스(150만 kg)의 금을 생산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에 따르면 올해 그라스버그 광산은 세계 구리와 금 공급량의 3.7%와 1.5%를 각각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해 말, 프리포트와 호주의 광산업체 리오 틴토(Rio Tinto PLC)에 36억 5000만 달러(4조 4000억원)를 지불하고 그라스버그의 지분 51%를 확보했다. 리우 틴토는 인도네시아의 지불금에서 자기 몫을 빼내 이 사업에서 손을 뗐고, 이제 프리포트가 이 광산의 단독 운영자로 남게 되었다.

사실 이 협상은 지난 수 년 동안 인도네시아가 수출 허가를 거부하고 새로운 세금 부과를 위협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따라서 많은 투자자들은 애트커슨이 이 협상이 마무리되면 은퇴하거나 회사를 매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은행 메종 플레이스먼트 캐나다(Maison Placements Canada Inc.)의 존 잉 CEO는 "프리포트는얼마 전부터 인수 대상에 올랐고 애드커슨은 물러날 것으로 거론돼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하 개발로의 전환한다는 것입니다. 아직 매장량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 프리포트는 그라스버그 광산에 아직 많은 구리와 금이 매장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이 노천광을 세일가스 채굴 기술을 적용한 수직 채굴광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출처= Mining Global

프리포트는 그라스버그 광산에 아직 많은 구리와 금이 매장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하지만 회사는 이제 광물을 캐기 위해서 이전과는 달리 기술적으로 어려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보통 석유 산업에서 사용되는 일종의 유압 파쇄 기술과, 광부들이 광물 매장 부위 아래까지 파고 들어가 중력을 이용해 붕괴시킨 다음 광물을 채취하는 광획붕락법(鑛劃崩落法, block caving mining) 같은 기술들이 동원된다.

이 회사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3년까지 매년 17억 파운드의 구리와 180만 온스의 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성공은 확실치 않다.

제프리스의 광업 애널리스트 크리스토퍼 라페미나는 "시장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효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는 이번 변환 과정에서 많은 자본이 들어가고 수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사모펀드 맥쿼리(Macquarrie)의 데이비드 립스키츠 애널리스트는 "이 회사는 단기적으로 볼 때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 시기를 잘 견디면 3년 내에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하나의 프로젝트에 사운을 거는 광산 업체는 거의 없다. 그라스버그는 지난해 프리포트 귀속 영업 이익의 58%를 차지했다. 이번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상으로 그라스버그 광산에 대한 회사의 지분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그 수치는 2023년에는 26%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인도네시아 프로젝트에는 몇 가지 위험이 여전히 위험이 남아 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바처럼 인도네시아 정부가 더 많은 주식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고, 파푸아에서 종종 발생하는 폭력적인 분리주의 운동으로 야기되는 불안, 그리고 강을 이용해 광산 쓰레기를 운반하는 프리포트의 관행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라스버그의 인도네시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정부 지주회사인 PT 인도네시아 아사한 알루미늄 (PT Indonesia Asahan Aluminum)의 렌디 위툴라 대변인은 새 합작법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분을 51%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프리포트와의 계약은 2041년에 만료되며, 그 이후에야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포트는 인도네시아 이외에 미국과 남아메리카에도 구리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페루와 칠레의 자산이 특히 유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애드커슨 CEO는 기업 인수 제안이 들어온다면 상장기업으로서 주주들의 결정 사항이 되겠지만, 프리포트는 결코 매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애드커슨 CEO는, 2013년에 90억 달러를 쏟아 부은 석유와 가스 사업을 3년 뒤에 26억 달러에 매각하면서 회사 부채를 크게 증가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그를 광산 사업자로 호평하고 있다.

제프리스의 라페미나 애널리스트는 "그는 오래 동안 이 업계를 지켜온 존경받는 기업인”이라고 말했다.

2003년 프리포트의 CEO가 된 애드커슨은 특히 인도네시아와 구리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과 광산 업계에서는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구리 가격이 타격을 입고 있지만, 신규 광산의 부재로 인해 구리 공급이 제한되면 시장에 다시 열풍이 불어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老) CEO는 “그것이 내가 이 시장을 떠나지 않는 이유”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