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재발하는 상황에서 한일 경제전쟁은 시간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여기에 북한의 발사체, 러시아의 독도 영공 침범 및 홍콩 시위 등 한반도와 그 주변 정세는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명확한 정책을 통해 유연한 대응에 나서는 한편, 실효성 있는 카드로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평화경제로 일본 따라잡을 수 있어”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다양한 메시지를 내놨다. 지난 2일 일본이 각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한 직후 임시 국무회의를 통해 극일 메시지를 발표한 후, 이번에는 그 연장선에서 ‘새로운 도약’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무역 보복에 대해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한마음으로 대응해주고 계신 것에 감사드린다”면서 “무역보복을 극복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일본 경제 넘어설 더 큰 안목과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경제 전반의 활력을 되살리는 폭넓은 경제정책을 병행해 나아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전방위적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실제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에서 “수출제한 3대 품목을 포함한 총 100개 전략 소재 품목을 지정해 집중적으로 투자, 5년 내 공급안정을 이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남북한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를 실현하자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일본경제가 우리 경제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경제규모와 내수시장”이라며 “남북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경제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 평화경제가 도움은 되겠지만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한 평화경제가 실현되면 일본의 경제침공에 맞설 수 있는 체력을 가질 수 있을까? 소위 평화경제론이 이번에 처음 거론된 것은 아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 6월 한반도평화 심포지엄에서 남북한 평화가 시작되면 군비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평화 자체가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평화가 곧 돈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큰 틀에서 남북한이 통일되면 경제적 관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것은 옳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지금의 일본경제가 성장한 배경 중 하나가 내수시장에 있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남북한 모두 인구를 더하면 그와 비례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통일비용이 소모되겠지만, 남북한 평화는 어떤 희생을 치러도 반드시 이룩해야 하는 비원에 가깝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가지는 당위성과는 별도로, 현재 심상치않게 벌어지는 상황에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6월 G20을 기점으로 휴전에 돌입했던 무역전쟁을 다시 시작할 태세다. 지난달 말 중국 상하이에서 미중 무역 협상단이 실무 회담을 가졌으나 사실상 별 소득이 없었던 상태에서, 미국은 재차 중국에 대한 관세 카드까지 준비하고 있다. 중국이 내년 재선을 앞 둔 트럼프 대통령을 대상으로 시간끌기에 나섰다는 격한 반응까지 나오는 가운데, 두 수퍼파워는 전방위적 충돌을 준비하고 있다. 당장 미중 무역전쟁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자 중국 위안화가 급락하고 있다. 5일 역내 역외 시장에서 위안화가 11년만에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며 경기침체 신호가 강해지고 있다.

미국이 1987년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2일 탈퇴하며 군비증강의 신냉전 시대가 본격화된 지점도 눈길을 끈다. INF 폐지 후 마크 에스퍼미 국방부 장관이 “신형 정밀유도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 동맹국에 배치하고 싶다”고 밝히고 그 후보군에 한국과 일본이 고려되자 중국 환구시보는 5일 “한국과 일본은 중국과 러시아 미사일이 겨냥하는 밀집 표적이 되지 말아야 한다”면서 “미국의 기세등등한 아시아 정책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아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여전히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군사적 모험을 이어가고 있다. 대화의 끈을 유지하려는 미국이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과의 협상을 유지하고 있으나 언제 상황이 급변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를 극복하려는 카드로 남북한 평화를 꺼낸 것은 다소 위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북한 평화는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소중한 로드맵이지만, 동북아시아 패권 경쟁이 극에 달하며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현실이 되는 가운데 난데없이 변수가 큰 북한 카드를 선택한 것은 그 자체로 조심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일본은 한국에 대한 제재 초기 북한 문제를 지목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주장은 '오락가락'하고 있으나, 대체적으로 한국의 대북제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자국의 안보적 위협을 한국에 대한 제재 당위성으로 삼고 있다. 일본의 주장에는 헛점이 많지만, 북한 이슈 자체가 첨예한 충돌을 가져오는 상황에서 갑자기 북한의 손을 잡는 것도 어색하다는 평가다.

심지어 한일 경제전쟁에 있어 중재자의 역할을 해 줘야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아직 미국이 본격적인 중재에 나서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역시 변수가 큰 북한 카드를 선택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 현 정부가 한일 경제전쟁 등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실효성있는 카드 대신, 감정적인 민족주의적 선택지를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