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현재 기업계 최대 이슈 중 하나는 바로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해 시장에 나온 ‘아시아나항공’이다. 대한항공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이기에 매각이 결정 되자마자 수많은 대기업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러한 가운데 이번 인수전에는 유독 유통 기업들의 이름이 인수자 후보로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입찰 참가를 공표한 AK그룹과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호텔신라 등 유통기업들이 유력 인수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CJ그룹까지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왜 유통 기업들인가 

AK그룹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인수 후보로 거론된 기업들 중에서 아시아나 항공 인수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매각이 결정되자마자 거의 인수 1순위로 지목된 SK그룹과 한화그룹은 일련의 추측들을 일축했다. 심지어 SK그룹은 떠도는 주측들과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아예 지난달 17일 공시의견을 통해 “현재 아시아나항공(주)의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1순위로 여겨졌던 기업들의 인수 의사가 없음이 확인되자 이후에는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호텔신라 등 유통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물망에 오르기 시작했다. 

업의 특성상 국내 소비시장을 주로 상대하는 유통업 자체는 항공업과 크게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다만 현재 물망에 오른 기업들은 한 가지 특수성에서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해외 관광객을 상대하는 ‘호텔’과 ‘면세점’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는 롯데호텔과 롯데면세점, 신세계는 신세계조선호텔과 신세계DF, 호텔신라는 신라호텔과 신라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세 기업 모두는 인천공항과 서울시내 면세점 그리고 서울을 포함한 주요 도시에 각자 브랜드를 앞세운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면세점의 경우 3개 기업은 국내 시장 점유율 1,2,3위를 나란히 차지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스타에비뉴'. 출처= 롯데면세점

매각에 드는 비용 혹은 아시아나 항공의 현재 재정 상태 등 조건은 일단 배제하고, 각 기업들이 아시아나 항공을 보유한다고 가정하면 여기에는 쉽게 예측이 가능한 시너지가 있다. 외국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항공 프로모션을 자사의 호텔과 면세점 모객으로 직접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롯데나 신세계의 경우는 자사의 대형 할인매장(마트)까지도 외국인 관광객의 모객이 가능해진다. 특히 아직도 중국인 관광객의 공식적 방문이 제한된 롯데는 비공식 루트로 방한하는 개별 중국인 관광객 혹은 최근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동남아 관광객들의 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 즉, 항공기 이용 고객들을 자사 유통채널, 호텔의 고객으로 연결하는 시너지가 가능한 것이다. 

▲ 6월 중국 산둥성에서 열린 제11회 세계 콜드체인서밋에서 CJ대한통운의 중국 자회사 CJ로킨은 지난해 중국 냉동냉장물류 상위 100대 기업 중 2위에 선정됐다. 출처= CJ대한통운

CJ?

CJ는 국내에서 굵직한 인수합병 건이 있으면 산업분야를 막론하고 거의 매번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기업이다. 물론 이러한 추측들이 실제 인수합병으로 이뤄진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자사의 주력 사업(식품·물류·문화) 영역에서 ‘절대 입지’가 탄탄하다는 점, 과거 궤적을 볼 때 큰 규모의 투자(이를테면 CJ제일제당의 쉬완스 인수 등)에 망설임이 없다는 점 등은 CJ를 인수합병의 ‘큰 손’ 리스트에 항상 오르게 한다. 

CJ와 항공사의 직접적 시너지가 가장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물류’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물류기업 CJ대한통운의 운영에 항공사는 분명한 경쟁력이 된다. 특히 CJ대한통운은 최근 중국(CJ로킨), 베트남(제마뎁), 인도(CJ다슬) 그리고 미국의 물류업체(DSC로지스틱스)를 인수해 현지에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 출처=한국신용평가
▲ 출처= 이베스트투자증권

특히 CJ대한통운의 중국 자회사인 CJ로킨의 매출이 2016년 3936억원, 2017년 4673억원 그리고 지난해에는 5564억원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과 아시아나항공 중국 노선의 높은 비중(74개 국제노선 중 중국 본토 노선 29개 홍콩·대만 포함 31개) 그리고 아시아나항공 연간 매출에서 화물운송이 국제 여객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은 서로의 필요가 충족되는 부분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아울러 CJ가 국내에서 절대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한류·K-POP 등 문화 콘텐츠의 영향력도 국제 여객과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현실적 한계 

아시아나 항공의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지난달 25일 6개 자회사(에어서울·에어부산·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IDT·아시아나세이버·아시아나개발)가 포함된 매각 조건이 담긴 안을 공표했다. 즉,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하려는 기업은 해당 자회사들까지 모두 인수하게 되는 것이다. 일련의 조건들을 고려해 시장에서는 아시아나 항공의 매각 가격은 1조원에서 최대 2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 제2사업자의 입지 그리고 연간 6조원대(2018년 기준 6조7893억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시아나 항공의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최대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수가액과 현재 약 7조원(2018년 기준 7조979억원)에 이르는 아시아나 항공의 부채는 국내 어떤 대기업도 인수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렇기에 각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더라도 이를 쉽게 꺼내 보이지 못한다. 집중되는 관심은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인수가액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가능하면 많은 돈을 받고 사업을 매각하려는 금호산업의 계산도 복잡하다. 대기업들의 관심이 공론화돼 인수가액이 올라가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지만, 최근 일본과의 마찰로 수익성 악화 요인이 발생하는 상황이 겹친 것이 변수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 항공 인수 가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가지 '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면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인수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을 대하는 국내 대기업들의 ‘눈치 게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AK그룹이 공식적으로 인수 참여의사를 밝히긴 했으나 현실적으로 자본 동원에서부터 힘에 부치는 기색이 역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상황에서 인수 후보군으로 국내 유통기업들이 언급되면서 계산은 더욱 복잡해졌다. 오랜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위기를 맞은 유통업체들에게는 수요 확대를 이끌 수 있는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기에 항공사의 보유도 분명 고려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안임은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