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용의 해를 맞은 국내 기업들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 실물경제 위축 등에 따른 국내외 경영 긴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기업들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핵심 그룹들의 올해 용틀임이 주목 받는 이유다.

본지가 올해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 하나금융그룹, CJ그룹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지난해 이들이 거둔 녹록치 않은 성과 때문이다. 반도체 견조한 1위 속, 연간 3억대 휴대폰 판매로 노키아를 바짝 뒤쫓은 삼성, 자동차 650만대 판매목표를 훌쩍 뛰어넘은 현대차그룹, 국민·신한·우리금융과 어깨를 견주게 된 하나금융지주, 물류 1위·글로벌 콘텐츠 기업 도약·MVNO(이동통신재판매) 진출 등 시너지 효과에 주력한 CJ그룹 등 이들의 지난해 활약은 그야말로 괄목상대할만 하다.

올해도 이들 그룹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과 하나금융, 대한통운의 현대건설, 외환은행, 대한통운 인수에 더해 올해를 바이오 원년으로 삼은 삼성전자 등 올해 재도약의 호재도 튼실하다.

그룹을 이끄는 정몽구 회장, 이건희 회장, 김승유 회장, 이재현 회장이 모두 ‘공격적 경영’을 표방한다는 점에서도, 2012년 위기를 돌파하려는 이들 그룹의 행보는 업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투자 규모가 큰 만큼, 어떻게 내실을 가져갈 지에 대한 이들의 도전도 관심 대상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 투자 확대 방침을 내놓았다. 지난해 삼성 투자규모는 약 43조 1000억원. 올해 전체 투자규모는 최대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전통적인 반도체, 휴대전화 등과 함께 바이오산업을 비롯한 신수종 사업군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 원년이란 점에서도 기대가 크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29일 2012년 투자목표로 14조1000억원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2012년 국내 및 R&D 부문에 투자를 집중, 사상 최대 규모의 연간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2012년 연간 투자액 14조1000억원은 지난해 투자실적보다 15.6% 증가한 금액으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당초 계획보다 1000억원 초과한 12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하나금융은 2012년을 ‘글로벌 경쟁’의 해로 정하고 해외 진출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우선 과제로 이미 매각된 외환은행 해외 현지법인을 늘리기로 했다. 현재 하나은행의 해외법인과 지점은 총 9개로 외환은행 해외지점망 27개를 합하면 36개로 크게 늘어난다. 또한 올해를 ‘해외시장 공략’원년으로 삼고 세계 50대 은행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

CJ그룹은 2012을 ‘2013년 글로벌 CJ, 2020년 그레이트 CJ’ 비전 달성을 위한 기반 마련의 해로 규정, 사업의 고성장과 글로벌 확대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구조개선을 통한 경쟁지표 우위를 확보하고 동시에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바이오 기술과 건강·편의식품 기술의 개발, 그리고 E&M 콘텐츠 제작역량 강화 등을 통해 미래 트렌드에 부합하는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본지는 이번 신년호에서 이들의 2012년 전략적 지향점을 살펴보고, 각 사 핵심전술의 공통분모를 모아봤다. 단순 몸집 불리기 아닌 그룹 시너지의 극대화, 미래 먹거리로서 신사업 발굴을 위한 중장기적인 전망, 주력산업의 시장 지배력 강화, 핵심 인재 양성 등을 통해 2012년 이들의 목표를 어떻게 실현할 지 미리 들여다 보자는 것이 이번 기획의 의도다.

박영주 기자 yjpa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