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스펜서블> 가우탐 무쿤다 지음, 박지훈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저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조직행동학부 교수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역사적 인물들을 여과형, 비(非)여과형으로 분류하여 그들이 어떻게 권력을 획득했고 그들의 중요한 결정이 조직과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핀다.

◇여과형 지도자=철저한 평가를 받는 가운데 오랜 경력을 쌓으며 최고 권력까지 잡은 인물이다. 능력을 검증받은 엘리트이긴 하지만 독특한 장점이 없고, 위기 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토머스 제퍼슨, 잭 웰치, 네빌 체임벌린 등이 있다.

미국 독립 선언문의 뼈대를 작성한 건국의 아버지 토머슨 제퍼슨은 하원 의원, 주지사, 국무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재임 중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 주를 매입하여 미국의 영토를 두 배로 늘린 업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성과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제퍼슨을 대체할 만한 다른 후보자가 있었다면 그 후보자도 이룩할 수 있는 공적”이라고 평가한다.

GE를 성장시킨 잭 웰치는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불렸다. 하지만 그는 GE가 세심한 평가와 선택을 거쳐 경영자로 선택했기에 리더로 등장할 수 있었다.

엄청난 경력을 가진 영국 네빌 체임벌린은 의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수상직에 오르지만 나치 독일과 맞서야 했을 때 그릇된 판단을 내려 영국을 위기에 빠뜨렸다.

◇비여과형 지도자=체계 밖에서 혜성 같이 출현한 인물이다. 지도자가 사망하거나 조직이 정상적 기능을 잃었을 때, 위험을 감수하고 승리를 쟁취해야 할 때 조직을 구할 다크호스로 등장한다. 우드로 윌슨, 링컨, 처칠 등이 있다.

이들은 다른 지도자들이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일들을 시도하거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대하는 일들을 실행하기도 한다. 이례적인 면모를 보이고, 독특한 성향이 있는 이들은 극적으로 체계를 바꿀 수 있고 정책 선택과 시행 과정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한편으로 이들은 기복이 심하고 일 처리가 서툴기도 하다. 혁신과 일탈, 모험으로 대변되는 비여과형 지도자들은 조직을 파멸시킬 수도, 대대적인 성공으로 이끌 수도 있다.

처칠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수상이 될 수 없었던 인물이다. 정치 경험도 많고 재능도 풍부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과 호전성, 고집 등으로 수많은 실패와 적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의회에서 배척받았지만 영국이 히틀러라는 초유의 위기와 맞닥뜨리자 그를 대적할 만한 유일한 와일드카드로 급부상했다. 이때에는 치명적인 결점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미덕으로 작용해 히틀러와 맞설 수 있었다.

링컨은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인성과 수완을 발휘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남북이 극단적으로 대립하여 분열하고 있을 때 노예제 폐지에 대한 강력한 의지, 남다른 정치적 수완, 전쟁 지휘 능력 등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자신감과 겸손함을 갖춘 궁극의 지도자 링컨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 되었다.

저자는 “위대한 지도자는 비여과형 지도자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딱 그 사람이, 딱 그 위치에서, 딱 맞는 시점에 등장해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고 밝힌다. 책 말미에는 차기 지도자 선택을 도와줄 6가지 지침이 제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