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실적 개선과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IPO 등에 따라 제약바이오 업계 분위기 반전이 주목된다. 셀트리온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셀트리온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가 임상 3상 발표 등에 따라 지수가 큰 폭 하락세를 보이고 종목별로 50% 이상 급락한 기업과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불확실성의 끝이 다가옴에 따라 9월말부터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5일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과거 제약바이오의 주가 반등은 2017년과 2019년 초에 찾아볼 수 있다. 2017년 당시 시장 분위기를 바꾼 것은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기업의 실적 모멘텀과 코스피200 편입에 따른 수급 이슈,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의 신약 기대감이었다. 2019년 초는 당시 연구개발(R&D) 비용 테마 감리 이슈에 영향을 받은 불확실성 해소와 유망한 기업의 기업공개(IPO) 등으로 요약된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상황을 보면 하반기 바이오시밀러와 보툴리눔 톡신 기업을 중심으로 실적 모멘텀이 발생할 것이고,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 미국 허가를 포함한 R&D 성과가 기대된다”면서 “보로노이와 올리패스, 메드팩토 등 유망한 바이오 기업의 IPO가 예정돼 있다. 9월말 제약바이오 주가의 반등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분석에 따르면 임상 3상 결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헬릭스미스에게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헬릭스미스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에 대한 첫 번째 임상 3상 결과를 9월 23일부터 27일에 발표할 예정이다. 김태희 애널리스트는 “헬렉스미스는 임상 3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여러 차례 밝혔다”면서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임상 3상의 안전성 중간 데이터는 우수했다. 결과 발표 이후 후속 작업을 시작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고 분석했다.

헬릭스미스는 품목허가 신청을 위해 다수의 해외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이 기업은 또 미국 유전자치료제 전문 홍보기업을 선정해 계약을 체결, 사전 마케팅을 추진 중이다. 상업 생산을 위해서는 미국에서 제노피스를 서립했다. 제노피스는 최근 캘리포니아 주정부로부터 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받고 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GMP) 인증 생산을 시작했다.

김태희 애널리스트는 “종합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고, 아직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면서 “결과 발표가 남은 약물에 대해 예견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점은 9월 말이 되면 좋든 나쁘든 결과는 발표될 것.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반등의 조건 무엇?

2017년 초 당시 제약바이오 업계 분위기는 최근과 유사했다. 한미약품이 2015년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기술수출을 4건을 체결했지만, 2016년 말 글로벌 제약사 얀센이 진행 중이던 임상 1상을 중단했고, 사노피도 5조원에 이르는 계약을 축소하며 임상 진입을 늦추고 있었다.

당시 한국 신약개발 기업의 기술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었지만 2017년 한해 동안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62.9%, 코스닥 제약지수는 59.3% 상승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약화된 투자심리를 반전시킨 일등 공신은 바이오시밀러 기업”이라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 상장돼 첫날 종가 14만 4000원에서 2018년 4월 58만 4000원까지 300%가 넘는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2017년 6월 코스피 200지수에 편입된 점도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서 “셀트리온도 2017년 9월부터 급등했다. 당시 유럽에서의 ‘램시마’ 시장점유율이 37%에서 52%까지 상승했으며, 2017년 2월 트룩시마 유럽 허가 승인과 11월 허쥬마의 유럽 승인 권고가 주 요인이었다. 9월 코스피 이전상장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개최 및 2018년 2월 코스피 이전 상장 영향도 컸다”고 분석했다.

반등의 두 번째 이유로는 한미약품이 꼽힌다. 중단됐었던 얀센의 임상 1상이 2017년 6월에 재개됐고, 사노피의 임상 3상도 11월 시작됐다. 2017년 한미약품의 주가 상승률은 91.2%였다.

세 번째 이유는 신약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다. 신라젠과 대웅제약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신라젠은 펙사벡 임상 3상과 리제네론 및 미국 국립암센터와 공동개발 계약,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임상 시작 등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대웅제약은 2017년 5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미국 생물의약품 허가 신청이 기반이 됐다.

▲ 2017년과 2019년 상반기 바이오 지수 반등 사례. 출처=FN가이드,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2019년에는 전년 상반기 R&D비용 회계처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테마 감리에 따라 제약바이오 부문 지수가 크게 하락했지만 기업의 빠른 재무제표 수정과 R&D 성과 발생, 새로운 바이오테크의 상장 등으로 반등할 수 있었다.

2018년 8월 제약바이오 기업은 과거 재무제표를 수정, 금융당국도 9월 R&D 회계처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제시해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다수의 R&D 성과도 반등에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유한양행이 2018년 11월 얀센에 마일스톤에 따른 총 계약금 1조 4000억원 규모로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했다. 지난 1월에는 길리어드에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후보물질을 9000억원에 기술수출했다. 레고켐바이오는 ADC플랫폼이 적용된 항암제 후보물질을 일본계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의 항암제 부문 자회사인 밀레니엄에 기술수출했다. 인트론바이오와 올릭스도 각각 로이반트와 떼아에게 기술수출했다.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기업이 상장한 것도 긍정 영향을 줬다. 2018년 11월과 12월에는 에이비엘바이오, 유틸렉스, 셀리버리가 상장했다. 이들은 글로벌 의약품 개발 주요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이중항체와 면역T세포 치료제 등을 연구 및 임상중이었다.

김 애널리스트는 “반등 조건을 정리하자면 2017년은 바이오시밀러 기업의 실적 모멘텀과 대형주의 코스피200 편입에 따른 수급 영향과 R&D 성과다”면서 “2019년 초는 정책리스크 해소와 유망한 바이오기업의 IPO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모멘텀‧구체적 임상 결과 중요

제약바이오 이슈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4개 기업에 관심이 주목된다. 에이치엘비는 5일 리보세라닙 3상 데이터 확정과 분석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메지온이 11월 16일 미국심장학회에서 우수한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는 것과 헬릭스미스가 9월 23일주에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제약바이오 업계 분위기 반전에 핵심이다.

▲ 셀트리온 영업이익 추이(왼쪽)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영업이익 추이. 출처=FN가이드,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제약바이오 기업 실적 모멘텀은 올해 하반기에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이 개선되는 분야는 바이오시밀러와 보툴리눔 톡신 분야다. 셀트리온은 유럽에서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상승시키고 있고, 미국에서는 인플렉트라의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하반기 유럽에서 출시될 램시마 피하주사(SC)제형과 트룩시마 신제품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기별로 영업이익이 증가할 전망이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등 보툴리눔 톡신 수출기업의 실적도 개선될 전망이다. 메디톡스는 2018년 하반기 중국 보따리상 규제로 수출이 급감했지만 올해 3월 이후 수출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메디톡스 제품이 중국 시판 허가를 획득하면 실적은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미국에서 지난 5월 출시한 나보타로 순조롭게 시장에 침투 중이다. 미국향 수출액은 1분기 29억원에서 2분기 153억원으로 증가했다.

R&D성과도 기대된다. 유한양행이 베링거인겔하임을 대상으로 1조원 규모 NASH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한 것과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한국 바이오기업 중 최대 규모인 1조 46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점이 꼽힌다. SK바이오팜의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은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허가를 받고 지난 7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 안에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시판 허가도 예상된다.

올해 하반기 IPO가 기대되는 기업은 FDA 허가 품목 2개를 확보하게 될 SK바이오팜과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카이노스메드 등이다.

▲ IPO예정 제약바이오 기업(왼쪽)과 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의 경쟁 약물 대비 우수한 임상 결과. 출처=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는 이미 임상에서 높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뇌전증 치료제 1위 의약품은 UCB의 빔팻으로 지난해 매출 1조 4600억원을 기록했다. 세노바메이트의 임상 데이터는 빔팻 대비 우수했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직접 마케팅을 펼칠 계획으로 지난 4월 미국 신경과학회 연례학술대회(AAN2019)에 참가해 세노바메이트 관련 4건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SK바이오팜의 상장 시 예상 시가총액은 5조원 이상, 최대 7조원까지 될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해당 수준으로 상장하면 시가총액 기준 50위 내로 코스피200에 편입에 따른 인덱스 펀드의 매수 수요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9월말, 헬릭스미스 발표 이후 제약바이오 불확실성 해소

김 애널리스트는 “9월말 전후로 제약바이오 주가의 반등을 예상한다”면서 헬릭스미스의 임상 3상 결과가 마지막 이벤트가 될 것이다. 불확실성은 모두 해소된다“고 밝혔다. 이후 10월부터 3분기 실적 모멘텀과 기술수출 등 R&D 성과, 유망한 바이오기업의 IPO가 기대된다. 김 애널리스트는 “임상 3상 결과 발표 이슈에 해당하지 않는 바이오기업 역시 주가 낙폭이 과도했다는 점도 섹터 반등을 예상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설명에 따르면 최근 몇몇 종목의 임상 3상 결과로 한국 신약개발 능력을 낮춰 볼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상 임상 1상 중인 의약품이 출시될 확률은 10%다. 임상 3상 중인 의약품도 50~60%에 불과하다. 김 애널리스트는 “임상 실패 및 기술수출 물질의 반호나은 신약개발에 있어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면서 “기술수출 당시 글로벌 제약사가 계약금으로 수백억원을 지급할 만큼 파트너사도 크게 기대했던 물질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악재가 지속되고 있지만 유한양행과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은 조원 단위의 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기준 바이오시밀러 상위 기업이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미국에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Sk바이오팜도 연말에 FDA 허가 품목 2개를 확보한다. 김 애널리스트는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의 성과는 여전히 기대해도 좋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