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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각진의 중년톡 ‘뒤돌아보는 시선’] "사람 냄새 나는 시골 삶이 그립습니다“
   

잦은 비의 장마와 폭염이 이어지며 한 여름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별 준비 없이 집을 나섰다가 갑작스런 소낙비에 흠뻑 젖게 되는 일이 몇 차례 있더니,

이제 본격 무더위가 온 듯합니다. 벌써 소낙비가 그리워지려 합니다.

어린 시절 소낙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동네 친구들과 신나게 쏘다녔습니다.

입술이 새파래져 집에 돌아오면 대문간에 서있던 어머니께서 혀를 끌끌 차며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빗속에 쏘다니다 후지르고 온 모습이 꼭 물에 빠진 생쥐 같구나’

방 앞에 세우고 젖은 옷을 벗게 한 후, 덥힌 물로 씻겨 마른 옷으로 갈아 입히곤

방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나른하며, 포근했던 기분과 함께 잠들었던 기억이 나며

그 시절의 어머니 얼굴이 생각납니다.

자연스레 시골서 자란 친구의 얘기도 기억납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 과밀했던 초등학교는 2부제 수업을 했습니다.

우리 친구도 읍 단위 소재 학교였는데, 2부제를 해서 계속 오후에 학교를 갔답니다.

점심 때쯤 학교에 갔어야 했는데, 매번 지각을 했고,

특히 비 오는 날은 터무니없이 늦게 가기도 했습니다.

시계나 라디오가 없던 궁벽한 살림살이 결과라고 단정했는데,

사실은 아이들이 제 시간에 학교에 가도록 챙겨주어야 했던 어머니의 부재 탓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그 역할을 해줄 사람이 없었던 거라는 얘기를 듣고는,

가슴이 먹먹해져, 허탈하게 웃는 친구를 한참 쳐다보았던 기억도 납니다.

옛날 시골에서는 비 맞는 게 자연스러웠고, 비를 피하는 게 오히려 불편했고,

부자연스러웠습니다. 가난 때문이었을까요? 청정 환경에 자유로운 마음들이어서 그랬을까요? 요즘의 우리들은 비만 오면 우산 쓰고, 급한 걸음에 하다못해 손바닥으로라도 비를 피하려고

기를 쓰게 됩니다. 우리보다 비도 잦고, 비 맞는데 자유로운 어느 영국 사람이 말하더군요. ‘혹시 한국 사람들은 설탕으로 만들었나요?’

그렇게 잦던 비가 그치고 무더위가 오니 절로 시골 살이가 생각납니다.

휴가랄 것도 없이 여러 일로 시골을 짧게 짧게 자주 오가는 요즘입니다.

퇴직하고 아내의 고향 근처에 낙향해서 살고 있는 서울 토박이 친구도 얼마 전 만났습니다. 꽃밭 정원 가꾸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얼마 전 집주변에 대대적인 환경 정리를

했다고 하더군요. 한참을 일하고 왔는데, 정작 집 앞 화단 옆 일군의 망태 꽃은 남겨두었죠. 의아한 아내가 왜 망태 꽃은 남겨두었느냐 묻기에 친구왈 ‘그 꽃도 당신이 심은 줄 알았지요’

시골 공터에서 가장 흔한 꽃이 망태 꽃인 것 아시죠?

퇴직 후 아내를 거의 스승으로 모시고, 시골 삶의 적응 방법과 지식, 지혜를 전수받고 있는 친구의 앞날이 더 기대가 됩니다. 수십 년 같이 살아온 친구들 대부분 부부들이 아직도

도토리 키재기 식의 세력 다툼을 하는 것에 비하면 친구가 아주 쿨(?)해 보였습니다.

온갖 종류의 냄새가 살아있는 시골에 지금은 어떤 냄새가 가장 극성(極盛)일까요?

후지르기 좋은 시골에서의 삶이 젖은 것은 금방 마른다는 삶의 진리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자연 그대로의 날것에 더 노출되는 시골에서의 삶이 행복의 본질에 더 가까이 있어 보입니다. 시골과 시골 사는 친구에게 손을 내밀며,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오각진 기업인/오화통 작가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8.05  07: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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