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종료된 후 각 업체들의 행보도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1위 사업자 삼성전자는 일단 감산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으나 추후 유연한 대응을 보일 것이라는 말로 여지를 남겼고, 라인 증설은 조금씩 늦출 계획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낸드플래시 감산에 이어 2분기 D램 감산도 공식화했으며, 미국의 마이크론은 이미 D램 감산에 돌입한 상태다. 다만 일본의 도시바는 최근 정전 사태의 타격을 딛고 다시 라인을 가동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플레이어들이 대부분 감산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도시바의 등장과 함께 수요와 공급 균형이 무너지며 치킨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시장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감산에는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미중 무역전쟁 및 한일 경제전쟁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당장 감산 카드를 빼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말도 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초기술 격차로 시장을 선도하면서도 추후 감산에 돌입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설비 투자도 늦어질 조짐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 P2 투자 설비를 내년으로 늦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중국 시안의 신메모리 생산라인 일정도 늦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낸드플래시 감산을 예고한 상태다. 이어 2분기 D램 생산 캐파를 오는 4분기부터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청주 M15 공장의 추가 클린룸(Cleanroom) 확보와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이천 M16 공장 장비반입 시기도 수요 상황을 고려하며 재검토할 계획이다. 내년 투자금액도 올해보다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D램 중심의 미국 마이크론은 이미 감산에 돌입한 상태다.

낸드플래시의 강자 도시바는 지난 6월 요카이치 공장에서 발생한 정전으로 2개 라인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재가동에 돌입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며, 동맹군인 웨스턴디지털과의 시너지도 추구할 전망이다. 한일 경제전쟁 등의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단기적으로 안정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도시바가 다시 낸드플래시 생산에 돌입하면 공급 과잉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도시바는 오는 11월로 예정됐던 신주 공모 방식의 1부 상장을 연기하며 당분간 내실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낸드플래시 물량을 대거 시장에 공급할 경우 각 업체들의 출혈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