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과 입학시즌이다. 신학기를 앞두고 가방회사들의 마케팅 전쟁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가방은 학생들이 기본으로 갖추는 아이템이다. 이쁘거나 멋있는 단순한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능성과 실용성 디자인까지 ‘똑똑한 가방’을 요구하는게 요즘 트렌드다. 우리 아이의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요즘 가방에 숨어있는 과학이자 흐름이다.

3월 신학기를 앞두고 가방시장이 벌써부터 뜨겁다. 특히 의류사업을 기본으로 한 패션업체들의 가방 전쟁이 치열하기만 하다. 초·중·고생을 위주로 한 가방시장 규모는 3000억~5000억원 대로 추정된다. 핸드백 등을 포함하면 1조2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가방시장은 매우 커졌다.

제일모직 빈폴키즈 백팩의 경우 2010년 약 58%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주력 판매기간인 1~2월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전년 대비 매출이 약 18% 신장했을 정도다. 푸마는 올해 초 초등학생용 가방(키즈라인)을 처음으로 내놓고 가방 전쟁에 뛰어들었다.

여기에서 단연 독보적으로 뜨고 있는 존재가 스포츠웨어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현재 휠라코리아를 비롯해 나이키, 아디다스, 케이스위스, 르까프, 프로스펙스, LS네트웍스, 코오롱, 빈폴키드 등이 저학년용 10대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장난감 회사를 비롯해 듀오백 등 비가방 전문기업들도 속속 관련 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이들 회사들은 주로 중고생을 위주로 한 10대 이상 제품을 내놓았지만 브랜드 선호도는 물론 수요가 높아지면서 저학년 층 본격적인 생산에 뛰어들었다. 가격도 평균 12만원대로 과거 2만~3만원대 초등학생 가방 가격보다 더 남는 장사다.

특히 최근에는 그 수요가 더욱 높아졌다. 다자녀를 선호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1~2자녀이며, 책가방 하나로 6년을 메고 다녔던 과거와 달리 1년마다 신상품을 구매하는 부모가 많아져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부모의 ‘내리사랑’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 가방 업계 한 관계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마케팅 전쟁이 커지고 있는 것은 다양한 구매효과를 보이기 위해 주로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3월이 신학기지만 1월, 특히 설날 이전에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이들의 마음에 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최종 지불자는 부모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 스포츠웨어는 대형마트 위주로 마케팅 정책을 펼치면서 브랜드 인지도 하락을 우려했지만 매장 매출은 오히려 변동이 없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현상이 반영한 결과다.

기업들은 이런 이유에서 각 매장에 책가방과 신발주머니를 눈에 잘띄게 배치하고 학부모와 초등학생들의 시선을 유도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업체별로 장난감을 함께 주거나 경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벌이는 등 구매를 유도하고 있는 중이다.

2012년 가방트렌드는 실용성보다 기능성에 중점을 뒀다.


다양한 수납공간 기본…‘안전반사’ 기능까지
업체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핸 경쟁은 다양한 제품 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 여행용 카트 등 수납과 무게 중심에서 최근에는 최대한 가벼운 가방에 디자인은 물론 때를 쉽게 지울 수 있는 다양한 소재가 사용 중이다.

가방 생산 업체 관계자는 “초등학생이라도 학년별 선호도가 달라 이를 위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며 “영화나 애니메이션 소재를 사용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시에 가격이나 기능 면에서 부모님의 마음까지 흔들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자아이들을 위한 책가방은 장난감과 자동차가 주 모델이다. 여자 인형이나 귀여운 캐릭터 등 아이용은 귀엽고 깜찍한 모양에 미니파우치 등은 기본 베이스다. 퀼팅자수와 체크프린트 등 명품 형태의 멋을 내거나 14k도금을 한 장식물로 고급스러움을 나타내는 가방도 적지 않다.

수납공간도 과거와 달리 다양해졌다. 각종 필기도구를 비롯해 물통까지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어떻게 무엇을 더 넣을 수 있느냐가 유행처럼 번질 정도로 수납공간 싸움을 벌일 정도다. 올해 내놓은 제품은 우산을 보관할 수 있는 케이스까지 따로 장착했다고 한다. 또 ‘안전반사’ 소재를 사용해 도로 등으로 이동할 때 운전자 시야에 잘 띄도록 했다.

최근에는 실용성을 위해 에나멜 소재를 사용하는 곳도 늘었다. 얼룩이 묻어도 쉽게 지울 수 있는 것은 물론 세탁이 쉬운 다양한 소재가 사용되고 있다. 가방 회사 관계자는 “가방회사들이 가장 많이 주안점을 두는 것은 실용과 디자인 측면도 있지만 가방이 더러워졌을 때 쉽게 닦고 세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아니냐”며 “엄마들이 실용성 외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도 바로 그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아이들의 어깨나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는 형태의 과학적 설계로 아이들의 마음은 물론 부모들의 마음까지 유혹하고 있다. U자나 Y자형태의 멜빵으로 무게를 분산시키고 착용감을 높힌 점이 특징이다. 등판에 고급소재를 사용해 척추 보호를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성장기 체형 무리 안가게 ‘무게 줄이기’ 경쟁
최근 내놓은 가방 제품들을 살펴보면 무게에 가장 큰 중심을 뒀다. 뛰어난 기능성을 탑재해 보다 가볍고 어깨나 척추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 특히 성장기 체형에 무리가 가지 않는 인체공학적 설계를 한 곳도 적지 않다.

지난해 뉴질랜드 척추지압사협회(NZCA)가 어린이 척추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책가방 무게가 몸무게의 10%를 넘으면 안된다는 연구결과 발표 이후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해도 업체들은 무게를 대폭 줄였다. 대부분의 책가방이 500~700g 사이다. 예년에 비해 가벼워졌다. 체형은 물론 안에 담긴 내용물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형되는 소재를 사용했다. 주로 Y자형 등판에 U자형 어깨끈을 적용해 가방이 몸에 잘 밀착돼 무게감을 훨씬 덜 느끼게 했다. 어두운 곳에서 빛을 발하는 소재도 사용했다.

휠라코리아는 국내에서 가장 가벼운 481g짜리 제품 ‘아라’를 내놓았다. 어깨끈도 라텍스를 사용해 땀 배출은 물론 통풍도 잘 이뤄지도록 했다. 여자 아이용은 광택 재질의 에나멜 소재에 꽃문양을 활용했다. 500~600g 무게인 ‘스마트 백’도 내놓았다. 등판 부분을 Y자로 제작했고 ‘아라’ 제품과 같이 라텍스 어깨끈을 사용했다.

케이스위스는 하나의 가방으로 두 가지 스타일을 연출 할 수 있는 ‘투웨이 백’시리즈를 선보인다. 가방 앞판 덮개를 지퍼로 탈 부착이 가능해 다른 느낌과 모양을 연출할 수 있다. 이 제품은 보온과 보냉 방수 기능을 갖췄고 물병 전용 주머니도 있다.

가방 어깨끈에 몰드를 적용하거나 통풍성 높은 라텍스 소재를 사용한 가방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의자회사와 함께 합작해 근육 피로도가 낮도록 가방을 설계한 제품도 나왔다.


프로스펙스는 등판에 특수 스펀지로 제작된 가방을 내놓았다. n자형 몰드 등판을 넣어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밑판은 7도 몰딩을 사용해 내용물을 담았을 때 아래로 처지는 것을 막아준다. 또 등에 땀이 차지 않도록 물결 등판으로 설계됐다.

르까프는 몰드 소재를 사용한 일체형 디자인으로 가볍고 안정성이 좋은 가방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가방 전체에 EVA(고탄력압축소재) 몰드를 사용해 무게와 부피를 최소화했다. EAV 몰드는 외부 충격에 강해 가방 속 내용물들이 쉽게 손상되지 않는 내구성과 복원력을 가졌다.

아디다스는 스파이더맨을 소재로 한 ‘로드 스프링’을 내놓았다. 어깨끈에 3단계의 스프링으로 탄력을 줘 가방 무게에 따른 어깨 충격을 흡수하도록 했다. 아디다스는 또 의자 전문회사 듀오백 코리아와 함께 기능성 가방인 ‘아디듀오’를 내놓았다.

이 가방은 의자에 적용했던 3차원 듀오 패드 시스템을 적용해 허리와 요추의 압박을 최소화 한 제품이다. 특히 근육 피로도가 낮아 어린이 척추를 보호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듀오측의 설명이다. 또 갈비뼈 모양의 디자인과 등판 몰딩은 허리 등을 자연스럽게 감싸듯 지지해 바른 자세 유지를 도와준다.

10만~18만원 턱없이 비싼 값 학부모들 시름
가방회사들의 마케팅 전쟁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부모들의 시름도 깊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불과 2~3년전과 비교해보면 가방 가격이 30~40% 가까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가격도 평균 5만~6만원 수준이지만 올해 신학기 가방은 10만~18만원 가량이다. 현재 온라인 쇼핑몰 등을 비교해보면 비슷한 가격의 제품은 5만원에서 8만원대다. 브랜드 가격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결론이 나온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한 임지희씨는 “최근 부모들이 가방을 선택하는 기준은 실용성도 중요하지만 다른 자녀와 비교 당할 수 있어 가급적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 같다”며 “브랜드는 믿을 수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부모들에게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고생 제품을 내놓았던 명품 브랜드도 저학년 층의 제품을 내놓으면서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명품브랜드는 초등학생 1~4학년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70만~150만원대에 제품을 내놓아 부모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박미경씨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의 옷, 가방, 심지어 신발주머니까지 신경을 쓴다”며 “어느 한 부모가 고가의 가방을 구입했다면 혹시 우리 자녀도 비교되지 않을까 신경이 쓰여 구입할지 고민한 적도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해마다 치열해지는 가방전쟁은 결국 부모들의 주머니 전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 가방 고르는 법
“무게중심 이동 최소화 된 가볍고 튼튼한 제품 강추”

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가방을 고를 때는 매장에서 직접 메보거나 멜빵 등을 당겨보며 튼튼한 제품을 고르라고 충고한다. 디자인보다 기능성과 내구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특히 무게중심이 이동하지 않도록 하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이는 자세를 바로잡아주면서 체형발달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성장기 아이들의 경우, 신체 발육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무게가 가벼운 것이 좋다. 어깨끈은 넓거나 U자형도 괜찮다. 등받이 쿠션 등이 있어야 장시간 메도 어깨나 등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가방은 짧게는 1년에서 2년이상 사용 가능한지 소재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어깨끈에 통기성과 쿠셔닝을 포함한 제품이 많아졌고 습기제거 기능과 항균기능을 포함한 제품도 늘고 있다. 저학년의 경우 빛 반사가 잘되는 반사프린트나 메탈 느낌의 원단 등 밝은 색상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등하교시 교통사고 등의 위험에서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가방세탁은 이렇게
“세제 푼 온수에 20~30분 담근 뒤 솔로 쓱싹쓱싹 닦으면 오케이”

아이들의 가방을 고르는 것 못지않게 세탁도 엄마들의 큰 관심사다. 최근에는 가방이나 신발 등 전문 세탁소가 생겼지만 가격부담도 만만치 않다. 또 잘못된 세탁방법으로 가방이 손상되는 사태도 빚어진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는 가방 세탁과 관련한 여러 내용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가방에 오염물질이 생길 경우, 미지근한 온수에 담가둘 것을 권한다.

단색의 경우, 세제물에 20~30분 담궈둔 후 솔로 문지르면 된다. 대부분 10분 정도가 지나면 쉽게 오염물질이 빠진다. 여러 가지 색상일 경우 오랜 시간 담궈두지 말아야 한다. 학생용 가방은 마찰에 강하기 때문에 솔로 직접 문질러도 큰 손상은 없다. 다만 신발 등을 씻는 강한 솔은 피하기를 권한다.

가방은 세탁 이후 탈수도 절대로 간단치 않다. 세탁소처럼 구김을 주지 않는 고급 탈수기가 아닌 이상 대부분 변형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가방 안에 수건을 넣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말려주면 변형이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명심할 것은 헹굼이 충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방은 물이 잘빠지지 않기 때문에 세제 등의 얼룩이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가죽에 사용 왁스처럼 가방에 직접 사용하는 세제도 상당수 출시된 상태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