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 IT > IT큐레이션
[IT큐레이션] 동북아 패권 경쟁...한국은 판을 주도할 수 있을까?패권 경쟁의 파도가 몰아친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동북아시아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수퍼파워의 직접적인 충돌과 그 주변부에서 벌어지는 현란한 복마전이 정치는 물론 사회, 문화, 외교적 관점에서 격렬한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그 중심에서 대한민국의 행보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금은 유연한 전략과 치밀한 로드맵을 성공시키면 단숨에 국운상승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시기지만, 한 순간의 실책으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수 있는 중차대한 시기다.

   
▲ 타임지 표지에 문재인 대통령이 보인다. 출처=뉴시스

전략의 충돌
미국의 타임지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을 표지 모델로 내세우며 '네고시에이터'(협상가)'로 명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협상가 이미지는 남북문제와 관련된 설명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국제사회에서 집중하는 이슈는 주로 북한과 관련된 현안이며, 그 연장선에서 타임지는 문 대통령이 보여줄 남북한 관계 정립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인 셈이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문 대통령이 남북한 이슈에서만 협상가의 본능을 발휘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좁게는 미국과 중국이 포함된 남북한 문제, 넓게는 동아시아 패권 경쟁의 협상가 혹은 조정자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불안과 희망의 공존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초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시작한 장면은 '불안'에 가깝다. 글로벌 경제 전체가 깊은 우려를 보인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은 동북아시아의 중간재 수출국가인 한국의 경제를 격렬하게 흔들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종료된 후 새로운 경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뼈아픈 일이다.

   
▲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비슷한 시기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 화해무드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희망도 시작됐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도 적극 호응하며 동북아시아 전체의 판도가 출렁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국에 유화 제스춰를 보이는 한편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의 간격을 크게 좁혔고, 한국은 이를 절묘하게 활용해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중국도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 북한과 대화하는 한편 미국과의 '언로'를 가동해 적절한 균형을 맞췄다.

올해로 접어들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몇 차례 변곡점을 넘나들며 파국과 재개를 오갔으나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가 유지되는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됐다. 급기야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폭탄 규모를 늘리는 한편 화웨이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도 중대한 위협을 받았다.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국방부는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통해 대만을 국가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대만 안보위원회 고위 인사와 접촉했으며 대만에 20억달러의 무기를 판매할 계획도 세우는 등 '하나의 중국'을 내세운 중국을 강하게 자극했다. 미국이 보고서를 통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한편 싱가포르와 뉴질랜드, 몽고를 우방국가로 표기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 4개 나라가 자유와 개방의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적시하는 한편 중국 주변국을 포섭해 일종의 압박전술을 가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과 관련되어 벌어진 시위도 변수로 부상했다. 미국이 홍콩시위대의 배후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에서 시작된 두 수퍼파워의 격돌은 대만 및 홍콩, 나아가 오랜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와 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등과 관련된 현안과 연결되며 복잡하고 치열해졌다. 동북아시아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패권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셈이다. 

여기에 중국 시진핑 주석은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블라디미르 대통령과 만나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기민함도 보여줬다. 미국과 북한이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상태에서 중국이 여전히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미국과 중국은 사실상 전면전에 가까운 경제 및 패권 다툼을 이어가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전선을 꾸리는 복잡다변한 전술의 흐름이 이어진 셈이다.

   
▲ G20 정상회의 기념사진이 보인다. 출처=뉴시스

짧은 평화, 이어진 대전투
6월 말 일본에서 열린 G20을 기점으로 미중 무역전쟁은 일시적으로 휴전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0분간 이어진 담판이 끝난 후 "(두 나라는)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올 것"이라면서 "(시 주석과의 만남은) 훌륭했다"는 말을 남겼다. 두 나라는 서로를 향한 관세폭탄을 중지하는 한편 확전 자제를 통해 무역 정상화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윈윈'을 선택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오래 지속시킬 경우 지지도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자국 기업의 피해가 커지는 것도 부담스럽다. 구글이 미 상부무에 화웨이와의 거래를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는 보도가 나온 행간이다. 

거대한 단일 시장을 가진 중국의 매력은 여전히 크다. 결론적으로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분쟁을 통해 얻을 것은 빨리 얻어내며 사태를 종결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거대한 단일 시장과의 거래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절대권력 체계를 구축한 시 주석도 미국과의 분쟁이 계속되면 내부의 동요를 막을 수 없다. 천안문 광장 30주년, 홍콩 시위 등 민감한 정치적 논란까지 연결된 상황에서 빠른 해결이 필요했다는 평가다. 미국이 의례적 표현이라며 한 발 물러서기는 했으나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등 동아시아 패권을 흔드는 것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

G20을 계기로 미중 무역전쟁이 휴전에 돌입하며 세계는 안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본이 기다렸다는듯 사고를 쳤다. 자유무역주의를 중시하자는 G20 공동선언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  한국을 대상으로 수출 규제에 돌입하는 한편,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등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올리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 아베 총리가 보인다. 출처=뉴시스

7월 4일 일본이 예정했던 수출 규제, 즉 한국에 대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을 막자 한국의 경제계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미중 무역전쟁이 간신히 봉합된 상태에서 일본의 기습적인 제재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에 경제보복을 시작하는 한편, 2일에는 각의를 통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기에 이르렀다.

비슷한 시기 미중 무역전쟁도 재발했다. 지난달 3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미중 무역협상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미중 대표단은 9월 미국 워싱턴에서 회담을 재개하기로 결정했으나 이내 전면전에 돌입했다. 중국이 미국의 농수산품을 수입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미국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나아가 중국의 이러한 조치가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일종의 시간끌기라는 지적이 나오며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우리 농산품 구매를 시작하기로 했으나, 아직 신호가 없다"면서 "그들은 항상 마지막에 그들의 이익을 위해 합의를 바꾼다”고 비난했다. 나아가 “중국은 민주당의 융통성 없는 사람 중 한 명이 당선되는지 지켜보려고 아마 우리의 대선을 기다릴 것"이라면서 "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그들이 얻는 합의가 현재 협상보다 훨씬 더 가혹하거나 아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일 경제전쟁이 시작되는 한편 미중 무역전쟁도 재발하는 과정에서 별안간 중국과 합동훈련을 하던 러시아의 군용기가 지난달 24일 독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침범하기도 했다. 명백한 군사 도발이다. 한일 경제전쟁 초반 일본이 수출 제재를 건 불화수소를 한국에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던 러시아의 돌발행동에 국제 외교가는 혼란에 빠졌다. 

여기에 북한의 도발도 전방위적으로 펼쳐졌다. 북한은 7월 25일과 7월 31일에 이어 2일 오전 또 발사체를 쏘아올렸다.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는 미국이 연이어 유화 제스쳐를 취하고 있으나, 북한의 발사체가 계속 등장하는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일 "세부 제원 등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하에 정밀하게 분석하기로 했다"면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 미중 무역협상단이 굳은 얼굴로 회장을 나서고 있다. 출처=뉴시스

새로운 냉전이 온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수퍼파워를 축으로 한국과 일본, 북한, 러시아, 대만, 홍콩 및 동남아시아 국가 전체가 혼돈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큰 틀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역내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중국 CCTV 채널1의 저녁 메인 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의 여성 앵커 하이샤(海霞)가 2일 한일 경제전쟁에서 사실장 중재에 실패한 미국을 조롱하는 장면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 회담에서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진 이유다. 나아가 두 수퍼파워는 또 다시 관세폭탄을 던질 채비까지 나서고 있다.

일본은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하는 한편,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한국을 대상으로 경제보복에 나서 판을 흔들려는 의도가 보인다. 대북문제에서 사실상 밀려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대로 공론화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보의 이유로 한일 경제전쟁에 나서는 장면이 흥미롭다는 평가다. 여기에는 미국의 암묵적인 묵인이 있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이 중국의 조롱을 당하면서도 한일 경제전쟁에서 뚜렷한 중재를 하지 못하는 이유다.

업계 및 외교가에서는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평가다. 한일 경제전쟁의 경우 한국의 피해도 크지만 일본, 나아가 글로벌 경제의 피해도 만만치않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는 3일 "일본이 한국과의 무역을 무기화하고 있다"며 "이번 전쟁은 무역이 아닌 정치적인 문제"라고 못박았다. 일본의 제재 부당성에 무게를 둔 셈이다. 나아가 뉴욕타임스는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한일 경제전쟁은 글로벌 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봤다.

   
▲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미국이 한일 경제전쟁의 장기화를 묵인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을 앞두고 있으며, 만약 한일 경제전쟁의 판이 뒤틀려 아시아의 중요한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의 사이가 파국으로 치닫으면 대중국 및 러시아 전략에도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번 중재에 실패했으나 미국이 재차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하며 홍콩 및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존재감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그 연장선에서 한국이 한일동맹의 굳건한 믿음을 선언하면서 중국 및 러시아의 군사적 도발에는 명확한 선을 그으며 북한과의 평화기조를 바탕으로 일정부분 스킨십을 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입장에서 안보적 위협 측면에서 볼 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가치는 그 실효성과 별개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는 한국의 다양한 협상 카드가 북방외교를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 반도체 시설이 보인다. 출처=뉴시스

일본은 자국의 출혈을 감수하며 한국에 대한 제재를 장기화 국면으로 끌고가고 있으나 미국의 중재 의지가 변수다. 여기에 북한이 발사체 등으로 무력시위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의외의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다. 이달 말로 추정되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방침을 앞두고 일본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결국 한국은 동북아시아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한일동맹의 틀 안에서 다양한 카드를 아슬아슬하게 사용해야할 처지에 몰렸다. 지소미아 폐기같은 극단적인 카드는 최대한 아끼면서 다양한 측면의 전술적 행보가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대북이슈에서 철저히 밀려난 가운데, 발사체까지 쏘는 북한과의 관계정립에 일정부분 도움을 주는 방안으로 일본에게 출구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든,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은 중론이다. 미국이 1987년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2일 탈퇴하며 군비증강의 신냉전 시대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이미 탈퇴 의사를 밝힌 상태라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는 평가다. 글리슨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은 이제 INF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정식으로 공표했다.

INF는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한 조약이다. 중단거리 미사일 감축 및 미사일 경쟁체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일종의 군비억제책이며 냉전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던 의미있는 조약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과 러시아가 탈퇴하며 본격적인 군비경쟁시대, 신냉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연장선에서, 한국의 중재자 역할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08.03  22:27:01
최진홍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태그]

#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SPONSORED
여백
여백
전문가 칼럼
동영상
PREV NEXT
여백
포토뉴스
여백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