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서인원 기자] 공유주방이 새로운 창업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1~2인 가구 수 증가로 인한 배달 시장의 가파른 성장과 임대료와 최저임금 상승 등 높은 고정비 부담으로 공유주방을 활용한 사업 전개가 활발하다.

지난 1일에서 3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도 코엑스 B홀 전시장에서 개최된 ‘제52회 프랜차이즈창업박람회 2019’에서는 예비창업자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공유주방 브랜드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 관람객이 공유주방 나누다키친의 현수막을 바라보며 지나가고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IT화한 것이 공유주방

공유주방의 개념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IT(정보통신기술)화라 할 수 있다. 각 업체가 가진 노하우와 인력을 한자리에 집중시켜서 요식업에 뛰어드는 창업사업자들을 IT로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차원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업체들이 단순히 주방을 공유하는 개념을 넘어서,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는 점이다. 상권 선정을 위해 머신러닝을 활용하거나 키오스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배달음식 시장의 비중이 커지면서 F&B(Food and Beverage, 식음료) 시장에서 '온라인 배달'이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에 주목받은 공유주방 업체는 고스트키친, 나누다키친, 스몰키친, 클라우드키친 총 4곳이다.  

이들 공유주방 업체들은 나름 다른 특성을 띠며 차별화 요소를 띠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요식업을 준비 중인 사업자들이 행사 당일 여러 곳을 돌며 각 업체를 비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 고스트키친 부스. 관계자가 방문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스트키친, 배달의민족 우수업소 노하우 통해 현장 노하우 전수

식음료 기업 단추로끓인수프의 '고스트키친'은 각 주방 당 구획을 나누되, 이를 배달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효율화했다. 자체 개발 주문 시스템 '발가락'을 통해 배달 주문을 자동화했으며, 배달원을 위한 대기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고스트키친은 배달의민족 출신들로 배달업계에서 오래 일했던 경험을 강조한다. 마케팅과 매출 노하우 등 운영 방법을 공유하는 것이다. 밥투정, 도쿄밥상 등 강남권에서 2년간 배달음식점을 운영한 노하우로 사업자를 유치하고 있다. 고스트키친은 현재 자체 한식 브랜드 ‘밥투정’을 통해 메뉴 전수 교육에 나서고 있다.

고스트키친에 따르면 밥투정은 최대 월 매출 4400만원, 일평균 매출 146만원을 달성한 바 있다. 배달의민족 강남권 4회 연속 우수업소 선정, 전국 1% 우수업소로 총 8회 선정됐다. 이런 성공적인 사업 기반을 통해 사업자들에게 현장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최정이 고스트키친 대표는 배달의민족 임원 출신으로 IR(Investor relations)  파트에서 투자 업무를 맡았다. 배달의민족 퇴사 후, 배달음식점 브랜드 네 개를 운영했다. 현재는 한 개를 빼고 모두 정리했다. 고스트키친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최 대표는 그 이유를 “사업자들을 돕고 인큐베이팅하려 공유주방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잘나가는 외식업 브랜드를 통해 사업자들을 죽일 순 없지 않느냐”면서 “IT와 배달음식 업계에서 체득한 노하우를 통해 사업자들에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공유주방을 테스트 매장의 개념이 아니라 생업을 꾸리고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지속성 있는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IT 솔루션을 통해 사장님들이 여러 플랫폼의 배달 주문을 단일 창구화할 수 있다. 배달 기사 또한 따로 호출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 나누다키친 측이 준비한 카레를 먹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선 모습

나누다키친, 기존 점포의 유휴 시공간 활용해 점포주와 창업자 연결

3년차 스타트업인 위대한상사의 ‘나누다키친’은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공유주방 브랜드였다. 나누다키친은 기존 공유주방 브랜드와는 결이 다르다. 기존 점포의 시공간을 활용한다. 예컨대 저녁 장사만 하고 점심까지 노는 점포를 빌려, 공유점포로 활용하는 것이다. 나누다키친은 점심시간인 오후 3시까지 매장을 운영하지 않는 점포주를 요식업 창업자와 연결한다. 오성제 이사는 이를 ‘공간의 비효율을 효율화’했다고 표현한다.

부스 앞에 자체 인력이 개발한 시금치 크림카레, 스파이시 포크카레, 시그니처 하우스카레 세 가지 카레 메뉴를 통해 방문자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오성제 위대한상사 총괄이사는 “내부적으로 르꼬르동 블루, CIA 등 유명 요리학교 출신을 인력으로 꾸리고 있다”며 “메뉴 개발과 조리에 익숙지 않은 사업자분들께 이들이 교육자로서 방향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누다키친은 8월 중으로 레시피 개발 연구소 완공도 앞두고 있다.

또 주문을 위해 자체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 태블릿 PC로 주문을 구동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점포의 장소를 빌리는 만큼, 철수가 용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키오스크는 철수에 어려움이 있고, 가게 외관을 해칠 우려가 있다. 

▲  태블릿 PC를 활용한 나누다키친의 키오스크

나누다키친은 KB금융그룹, BC카드, 서울시와 MOU를 맺고 각종 사업 현안에서 협력하고 있다. 누적 계약 건수는 50개로, 내년까지 500개를 목표로 잡았다. 나누다키친에 따르면, 현재까지 창업 신청 수는 1124건, 공간 신청 수는 1004건에 달한다.

▲ 심플키친 부스

스몰키친, 공유주방 관련 위생 우려 CCTV 설치로 해소할 것

부동산 컨설팅 업체 ‘길빗컨설팅’의 ‘스몰키친’은 올해 4월 출시됐다. 스몰키친은 사업자별로 공간을 분할 사용하지만, 특정 업체를 통해 식자재를 공동 발주한다. 

차별점으로는 부동산 컨설팅 노하우를 내세우고 있다. 가게 입지에 대해 조언하는 등 사업자가 스몰키친에서 독립한 이후에도 도움받을 수 있도록 부가 서비스를 전개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세현 길빗컨설팅 대표는 "부동산 컨설팅을 하며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며 "공유주방을 사업자를 인큐베이팅하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스몰키친은 기존 마곡 1호점 옆에 2호점을 공사 중이다. 향후 서울에선 강남이나 여의도, 경기도권에선 미사나 동탄 신도시 쪽에 추가 지점을 확충할 예정이다.

▲  클라우드키친 부스에서 관계자들이 방문자들을 상담하고 있다.

국내 공유주방 업체 인수 등 공격적인 사세 확장하는 클라우드키친

클라우드키친은 사업자 별로 독립된 자체 배달 전용 주방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홀 없는 배달 전용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 클라우드키친은 우버의 전 CEO 트레비스 캘러닉 시티스토리지시스템(City Storage Systems, CSS) 대표 산하에 있다. 지난 5월 강남에 1호점을 열며 야심 차게 첫발을 내디뎠다. 

클라우드키친은 최근 6월엔 국내 공유주방 업체 ‘심플키친’을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확장 전략을 취하는 모양새다.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매장을 확충할 계획이다. 7월 삼성동에 2호점을 오픈했다. 앞으로 8월부터 11월까지 서울과 경기 각 지역에서 매장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드키친 관계자는 “소비, 유통, 생산을 통합해 ‘온라인 키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업계의 주안점”이라 설명했다. 이에 따라, 클라우드키친은 ‘온라인 배달’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과의 계약 및 등록에 관해 지원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에 주안점을 두고 자체 IT 기술을 마련하고 있다. 관계자는 “이에 관해 올해 안에 적극적으로 PR할 예정”이라 밝혔다.

▲ 클라우드키친 부스 현수막

업계에 따르면, 공유주방 업계 시장규모는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경쟁은 치열하다. 강남권에만 20여 개의 공유주방 업체가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각 업체가 앞으로 매장 확대에 주력한다고 밝힌 만큼, 시장규모는 계속해서 커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배달음식 시장규모는 20조에 이른다. 이에 따라 공유주방 시장은 확장성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난 7월 11일 공유주방 업체 ‘위쿡’이 규제 샌드박스 기업으로 지정된 만큼, 다른 공유주방 업체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주방 하나를 여러 사업자가 같이 쓰지 못했던 규제가 풀린 것이다. 그동안 공유주방 업체들은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사업자 별로 주방을 분리하고 기구도 따로 나눠왔다.

이와 관련해 향후 어떤 특성을 띤 공유주방 업체들이 등장할지 여부도 지켜볼 만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