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G)이 나란히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두 회사의 희비가 엇갈려 눈길을 끌고 있다. LG생건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영업이익 3000억원 이상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의 실적을 달성한 반면, 아모레G는 한한령 이후보다 저조한 실적을 보이며 여전히 고전하는 모습이다.

LG생활건강, 여전한 ‘후’의 실적 견인
LG생건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적은 매출 1조 8325억원, 영업이익 3015억원, 당기순이익 211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10.9%, 12.8%, 12.9 % 성장했다. 특히 이번 상반기 실적은 매출 3조 7000억원과 영업이익 6000억원을 돌파하며 두 부문 모두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역시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의 선전이 매출과 영업이익의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화장품 사업은 중국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 중에서도 초고가 라인이 브랜드 성장을 이어갔다. ‘후’는 다양한 캠페인과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를 통해 최상의 궁중화장품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면서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24% 성장했다. 이와 함께 ‘숨’과 ‘오휘’의 초고가 라인 ‘숨마’와 ‘더 퍼스트’도 각각 67%, 43% 성장하며 럭셔리 포지셔닝을 강화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외에도 더마코스메틱 ‘CNP(차앤박)’도 28%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에 LG생건은 초고가 브랜드와 관련한 마케팅비를 늘리면서 아시아 시장 내 고급화장품 입지 굳히기에 돌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 LG생활건강 2분기 실적. 출처=LG생활건강

생활용품 사업은 내수 시장 침체임에도 2분기 매출 3434억원, 영업이익 28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1.8%, 3.0% 증가했다. 국내 시장이 축소되고 초저가 경쟁이 심화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프리미엄화를 추진하며 국내뿐 아니라 중국의 왓슨스(Watsons)와 온라인 채널에서 꾸준히 성장했다.

음료사업은 2분기 매출 3803억원, 영업이익은 47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5.0%, 4.0% 증가했다. 계속해서 새로운 맛의 신제품 출시와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 등으로 ‘코카콜라’, ‘씨그램’, ‘파워에이드’ 등 주요 브랜드들이 성장했다. 또한 시장점유율도 전년 말 대비 0.6%포인트 증가한 31.9%를 기록했다.

LG생건 관계자는 “시장변동성이 줄어들지 않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화장품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계속해서 성장을 했다”면서 “특히 중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럭셔리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후, 숨, 오휘가 지속성장하고 더마코스메틱 CNP도 높은 매출 성장을 이루었다”고 설명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중국 법인 실적이 두드러지는 등 빈틈없는 완벽한 실적”이라며 “후와 숨의 매출액이 각각 34%, 43% 증가하는 등 중국 법인 화장품 매출 증가율은 30%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 LG생활건강 2분기 및 상반기 매출,영업이익 추이 및 사업부별 비중 그래프. 출처=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무리한 투자와 채널 다각화
아모레G의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지속적인 상품개발과 고객 체험 공간 확대에 국내사업 매출은 성장세로 전환하고 해외사업도 매출이 증가하면서 전년동기 대비 4% 성장한 1조 3931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그러나 국내 마케팅 투자와 무리한 해외사업 확대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40% 감소한 878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G는 올해 2분기 상품 개발과 유통채널 다각화에 집중했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취향저격한 신제품을 계속해서 출시하고, 오랜 연구 끝에 탄생한 분야의 ‘아이스뷰티’도 선보이면서 변화를 꾀했다. 아리따움 라이브 매장도 확산해 체험형 콘텐츠를 대폭 늘리고 타사 브랜드를 입점하는 등 기존 로드숍의 한계를 극복하려 애썼지만 실적 반등에는 부족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 아모레퍼시픽그룹 2019년 2분기 및 상반기 실적. 출처=아모레퍼시픽

국내사업 중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 증가한 8919억원, 영업이익은 21% 감소한 73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상승은 럭셔리 부분의 면세 채널 판매 확대가 견인했다. ‘설화수’, ‘헤라’ 등 주요 브랜드들이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며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아이오페’, ‘라네즈’, ‘마몽드’ 등 프리미엄 부문은 온라인 매출이 증가했다. 밀레니얼 고객을 타깃으로 체험 공간을 확장했지만, 아리따움은 매장 리뉴얼 등 채널 재정비로 인해 매출이 하락했다.

해외 사업에선 아시아와 북미 사업을 중심으로 7% 오른 매출 5121억원을 냈다. 다만 글로벌 성장을 위해 확대한 브랜드와 유통채널 투자로 영업이익은 56% 감소했다. 해외 사업에서 전반적 매출 성장을 이뤘음에도 영업이익이 큰 폭 줄어든 것은 성장성 강화를 위해 무리하게 투자를 확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북미 사업과 유럽 사업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보이자 적극적인 마케팅과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 아모레퍼시픽 주요 뷰티 계열사 2019년 2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 출처=아모레퍼시픽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 업체들이 중국에서 고성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비용 대비 낮은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법인이 전년대비 마케팅 비용을 50% 이상 늘리며 공격적으로 나섰으나 매출액 성장률이 2~3% 증가에 그쳐 효율적인 비용집행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근본적인 브랜드 유통 채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면세점과 중국 법인도 글로벌 및 중국 로컬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확장으로 의미 있는 점유율 상승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아모레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신제품 출시와 차별화 된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면서 “특히 아시아와 북미 등 글로벌 핵심 시장에 새 브랜드를 출시해 글로벌 뷰티 기업의 기반을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중국 모델 송혜교(왼쪽), LG생활건강의 숨 중국 모델 고력나찰(오른쪽). 출처=각사

차이는 마케팅 전략
이처럼 똑같은 뷰티 시장에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은 해외 시장에 대한 대응 방법과 화장품 라인의 스토리텔링 등 마케팅 전략 차이가 결과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LG생건은 브랜드 ‘숨’의 모델로 중국배우 고력나찰을 기용하면서 초고가 라인의 매출액이 크게 증가했다. 현지 유명한 로컬 브랜드를 적절하게 잘 사용한 덕이다. 반면 아모레는 ‘설화수’ 중국 모델로 배우 송혜교를 기용하고 있다. 송혜교는 최근 배우 송중기와 이혼을 하면서 현지 행사 당시 중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일시적인 화제성은 브랜드 매출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분위기다.    

▲ LG생활건강의 후 환유 국빈세트. 출처=LG생활건강
▲ 설화수의 프리미엄 한방 안티에이징 '진설 라인' 제품. 출처=아모레퍼시픽

또한 제품의 용기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에도 차이가 존재했다. LG생건의 ‘후’가 중국 내에서 큰 히트를 치는 이유는 용기 디자인이 조선 왕조를 연상시키면서 궁에서 사용하는 왕후를 떠올리게 한다. ‘후’ 브랜드 이름과 제품의 디자인, 색상 등이 아모레의 ‘설화수’보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고급스러움이 더 잘 묻어난다는 것이다. 설화수가 내세운 한방 이미지는 이제 중국 내에서 큰 의미가 사라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은 꾸준히 호조를 보이면서 숨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올해 중국배우 고력나찰을 모델로 신규 기용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럭셔리 화장품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매출액 90% 이상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