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등 일부 과열지역만을 대상으로 한 핀셋 규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해당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2일 정부 및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중 국토교통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골자로 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해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 확대로 인한 청약 과열과 로또 분양을 막기 위해 전매제한 기간도 대폭 확대할 전망이다.

또한 관리처분인가를 마친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소급적용이 될 경우 강남·서초·송파구에 해당되는 단지는 총 27곳에 달한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 일반분양가가 하락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높아지는 만큼 강남 재건축 집값이 단기적으로는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일고 있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은 눈에 띈 변화는 없다.

실제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의 경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예고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변함이 없다.

대치동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있지 않다”라면서 “이미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시장에서 느끼는 반응은 크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은마아파트 3동 전용면적 76㎡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지난달 초에만 해도 17억8000만원에 매물이 올라왔지만 같은 달 29일 같은동 저층 아파트 시세는 18억원으로 오히려 20000만원이 올랐다. 강남 재건축 대장주인 이 아파트는 지난 4월에만 해도 15억원대였지만 이후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18억원대까지 회복됐다.

한국감정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 역시 서울 아파트값이 여전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7월 다섯째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02%로 전주와 동일하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고에도 불구하고 상승폭을 유지한 것이다. 특히 강남4구는 오히려 증가했다. 서초와 강남구는 각각 0.04% 오르며 신축아파트 위주로 값이 올랐다.

업계에서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꾸준히 올라갈 경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오히려 재건축 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조합원 분담금이 증가해도 기존 아파트와의 가격 차이를 상쇄할 수 있을 정도라면 오히려 정책 영향이 미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분양과 선분양 기로에 놓인 상아2차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59㎡의 분담금은 3200만원으로 매매가격은 16억7000만원이다. 분담금을 포함한 매매가격은 17억200만원이지만 인근 개포동의 새아파트인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면적 59㎡의 시세가 19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2억 원의 투자수익이 난다. 지난 2018년 4월에 입주한 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의 경우 전용59㎡ 시세가 21억원에 형성돼있다. 이 경우 투자수익은 4억원 가량이 된다. 

삼성동에 위치한 W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개포동보다 삼성동의 입지가 좋은데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세를 보면 확실히 새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신축 아파트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면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될 경우 추가 부담금이 생길 수 있지만 일반분양물량이 적고 인근 아파트 가격 증가세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미 시장에 매물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보다는 기존 아파트의 가격흐름이 정책 효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시장 분석가는 “수요억제책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지금의 수요 심리를 잠시 묶어두는 수준이지만 일시적으로만 시장에 충격을 주는 정도로 끝날 확률이 높다”라면서 “결국 추가 분담금이 얼마나 나오는지의 문제이지만 기존 아파트 가격 흐름에 따라서 시장 반응이 달라질 것이지만 현재로서 가격상승 흐름이 꺾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